첫 하프달리기는.. 그래 도전은 높게 사기로 한다. 뭐든 시도해보는 건 좋은 거니까. 하지만 시도를 할때는 차근한 준비가 필요하고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이것들을 자주 놓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나는 어리석게도 코스확인을 하지 않았다. 압구정 잠원공원에서 계속 달리다보면 한강은 넓고 둥그니까 한강변 어딘가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야산을 오르고 헤매게 되었고 빛하나 없는 산길을 몇십분씩 뛰고 걸었다. 당연히 이때부터는 페이스나 기록은 안중에도 없고 길잃은 나방처럼 빛만 찾아 헤맸다.
기록이고 자시고 안다치고 멀쩡히 귀가한건 주님이 도우셨다고 생각한다.
잠실끝자락에서 중간정도 달렸을때 왔던길로 다시 돌아갔어야 했다. 희한한 호기와 호기심으로 나는 오늘 내 체력과 시간, 기회를 낭비했다.
그리고 달리기를 시작한지 석달도 안된 주제에 기록에 집착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시점에서 하프코스를 도전하면 안됐다. 12키로쯤에서 산을 만났고 이후는 길을 헤맸다. 어쩌면 이 사건으로 나는 내 소중한 무릎과 발목을 지켰으리라고 생각한다. 뭐 앞으로 내가 어떻게 달릴지는 모르겠지만 기록이나 페이스는 앞으로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오늘에 좋은 점은 시나리오 소재를 많이 얻었다는 것이다. 컴컴한 산속을 걷뛰로 헤매니 별 생각이 다 들더라.
지도를 보니 서울을 아슬아슬하게 못넘었다. 아 좀만 더 가볼걸 하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인간이 이렇게 간사하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루를 평안히 마무리 하는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