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이 참 많은 내가 요즘 가장 즐기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일이다. 한때는 혼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그저 일상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았지만, 쌍둥이 육아와 살림으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요즘, 그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영화관에 들어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눈앞에 쌓여있는 집안일도 보이지 않고, 휴대폰 알람 소리에서도 자유로워진다. 모든 앱과 오픈카톡 알림을 비행기 모드로 차단해 버리고, 2~3시간 동안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 그 순간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된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걱정과 잡념을 잊고 영화 속에 몰입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을 잠시나마 경험하며, 그들의 감정과 이야기에 나를 빗대어 본다. 몰입하는 동안은 내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방금 본 영화의 OST를 찾아 듣는다. 음악을 들으며 문득,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혹은 나라면 그 장면에서 어떻게 행동했을까, 감독과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를 곱씹으며 영화를 다시 돌아보는 것이다. 이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는 작은 쉼표가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