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랑해야 하는 줄 알았다. 내 앞에 있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숙제를 안고 사는 사람처럼 살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면 싫어하는 티를 안 내려 애쓰고,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최대한 부딪히지 않으려 애썼다.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책벌레인 나는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의 하나인 데이비드 호킨스「나의 눈」에서 밑줄을 쭉 그은 문장 '결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내가 죽는 순간을 생각하라.'가 내 뇌리에 박혀, 내 마음을 더 확고하게 만들었다.
'그래, 죽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내게 잘못한 모든 사람을 용서하자.'
그렇게 살다 보니, 많이 아팠다. 많이 힘들었다. 자주 지쳤다. 부모님도 내가 존경하는 주위의 분들도, 내가 읽는 책들도 모두 내게 그렇게 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몸과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 후에야, 사람들과 책들이 내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너를 사랑하라고, 너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는 과감히 '노'라고 말하라고, 에너지 흡혈귀는 멀리하라고. 나는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 만난 명상은 내게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 주었다.
내 살아온 방식이 순수한 사랑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삶이 고통스러웠던 것도, 지나치게 일복이 많았던 것도, 몸이 아팠던 것도 모두 내 욕심이었다는 명상 지도자의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너무 아파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었다. 어떤 때는 아니라고 반항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항복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좋은 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그 모습이, 늘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던 모습으로 이어졌다. 거절하지 못하는 내 습관 또한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 내 욕심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 마음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정답을 이미 정해놓은 채 '이렇게 살아야만 해! 이렇게 해야만 해! 니가 참아야 해! 니가 이겨내야 해!'라고 나를 다그치며 살았다가 나는 고꾸라졌다. 천직으로 여겼던 교사의 길에서 나는 중도탈락자가 된 것이다. 수업을 할 수 없는 몸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가족에게 미안했다. 나에게 가장 미안했다. 몸과 마음을 너무나 혹사시켜서 미안하다고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했다. 자연이 우리 인간 앞에 있는 건, 자기를 보고 배우라는 뜻이었는데, 그걸 몰랐다.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살라는 의미였는데, 그것을 거스르고 사니 와장창 혼이 난 것이다.
이제는 알겠다,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바람처럼, 햇살처럼, 나무처럼, 풀처럼, 그냥 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 할 수 있는 만큼, 될 수 있는 만큼, 그냥 흘러가듯이 내맡기고 산다는 것. 햇살을 보듯 반갑게 나를 바라보고, 사람을 바라보고, 일을 바라본다. 편하고 좋다.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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