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수아 Jun 10. 2024

우리 아버지

아버지는 교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사신 분이다. 그 옛날, 밥을 자주 굶는 제자에게는 선생님 집에 다녀오라는 심부름을 시키며 밥을 먹게 하셨고, 징검다리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체구 작은 아이들을 안아서 저쪽으로 건네주시던 분이셨다. 첫 발령지에서의 그 일로 인해 아버지는 평생 심한 재채기로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 당시에는 중학교에 들어가려면 돈이 있어야 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장학생으로 갈 수 있는지 알아보셨고, 그마저도 안 되는 아이에게는 입학금을 대신 내주셨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의 제자들을 보고 자랐다. 우리 집에는 늘 제자들이 찾아왔다. 군대에 간다고,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의논할 일이 있다고, 평생을 아버지와 인연을 맺고 살았던 제자들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도 함께했다. 문인이신 아버지의 첫 제자는 아직도 가끔 나와 연락을 하고 지낸다.


며칠 전 남편이 말했다. 명문고와 명문대를 같이 다니셨던, 우리가 알 만한 그분 이름을 대며, 아버지는 정말 아까운 삶을 사셨다고, "더 출세하실 수 있었을 텐데..."라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아버지는 정말 최고의 삶을 살다 가신 분이라고 말했다. 아내의 삶의 멘토이신 장인어른이시니, 남편은 그렇다고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 : 네이버 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내 생애 가장 억울했던 일, 그리고 가장 슬펐던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