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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수아 Aug 03. 2024

독설의 파워

​다음은 아침 운동을 하며 알게 된 한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그 할머니의 시어머님은 아들 선호 사상으로 똘똘 뭉친 분이셨다. 큰며느리는 딸 넷을 낳았고, 둘째 며느리였던 그 할머니는 딸 둘을 낳고 아들을 낳아 그나마 가슴앓이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문제는 셋째 며느리였는데, 딸을 줄줄이 낳고 있으니 시어머님의 구박이 무척 심하셨고, 셋째 며느리는 늘 입버릇처럼 아들을 낳아 시어머니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그 말이 소문이 나서 시댁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그 셋째 며느리는 아들을 낳았고, 그 소식을 들은 시어머님은 아기를 보러 가는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할머니께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말이 씨가 된다', '말이 살아서 움직인다'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어왔지만, 무서울 정도로 딱 맞아떨어진 그 상황이 참으로 놀라웠다.


독설!

독이 묻어 있는 말일 게다. 한이 묻어 있는 말일 게다. 그래서 그 말에는 더 강력한 힘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말조심!

늘 말조심을 하며 살아야겠다. 상대방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 상대방을 저주하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떠올려본다.




말과 글​


                                                   이해인


글은 오래오래 종이에 남는 것이고

말은 그냥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 마디의 말 또한

듣는 이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된다


한 사람의 펜으로 씌여진 글은

그 사람 특유의 개성을 지닌 작품이 되듯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는 하나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끊임없는 노력으로

참으로 선하고 진실하고 아름다운

말의 작품을 빚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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