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할머니의 시어머님은 아들 선호 사상으로 똘똘 뭉친 분이셨다. 큰며느리는 딸 넷을 낳았고, 둘째 며느리였던 그 할머니는 딸 둘을 낳고 아들을 낳아 그나마 가슴앓이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문제는 셋째 며느리였는데, 딸을 줄줄이 낳고 있으니 시어머님의 구박이 무척 심하셨고, 셋째 며느리는 늘 입버릇처럼 아들을 낳아 시어머니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 그 말이 소문이 나서 시댁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내 그 셋째 며느리는 아들을 낳았고, 그 소식을 들은 시어머님은 아기를 보러 가는 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할머니께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소름이 돋았다. '말이 씨가 된다', '말이 살아서 움직인다'라는 말을 참 많이도 들어왔지만, 무서울 정도로 딱 맞아떨어진 그 상황이 참으로 놀라웠다.
독설!
독이 묻어 있는 말일 게다. 한이 묻어 있는 말일 게다. 그래서 그 말에는 더 강력한 힘이 숨어있는지도 모른다.
말조심!
늘 말조심을 하며 살아야겠다. 상대방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 상대방을 저주하는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가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문득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