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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ug 17. 2022

병원에서'다나까'가 중요하냔 말입니다.

 독립 전, 입사 1개월차~6개월차


긴장감에 있어서 '군기'란
어느정도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다나까'는 왜 쓰라고 하는 것일까





독립 전이었다. 즉, 입사한지 두 달도 채 안된 때였다.



어찌저찌 이브닝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내 백(*)을 봐주는 선생님께서는 나보다 4-5년차 가량 높으셨다. 윗 선생님들께 하도 잘 하는 선생님이셔서 예쁨을 한 몸에 받고 계셨다. 하지만,

*백: back, 신규 간호사의 입사 초기에는 독립 전, 선임이 붙어 신규간호사의 간호행위를 전담마크한다. 이를 우리끼리는 '백을 봐준다.'라고 표현한다.


이 선생님은 날 싫어하나보다. 받는 예쁨 좀 내게 베풀어 주시면 안될까. 라는 생각이 0.1초간 지나갔다.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난 독립조차 못한 신규일 뿐인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표정이 딱딱해서,

의욕이 없어보여서- 가 정답이었는 듯 하다.




손을 바들바들 떨며, 이브닝 내내 선생님의 질문들에 버벅거리는 말투로 대답하였다. 모든 질문에 자신없는 말투로 대답한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질문에 오답을 답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정답에는 무응답의 반응을, 오답에는 말 그대로 '다음에도 모르기만 해라- 그땐 내가 널 탈탈 털거니까.'를 내재한 반응을 보였다. 즉, 칭찬을 듣기란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건, 어느정도는 처음이라고 봐주는 것.


집에서 검색하고 공부해볼 기회를 주었다는 것.



한 켠의 작은 긍정으로 오늘 하루를 안도한다.





이브닝 퇴근을 바라보는 시간,


오후 10시쯤에는 당뇨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정규 당 검사(*BST, blood sugar test)를 해야한다. 자기 전 당 검사에 해당한다.


이 시간에 당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환자에게 자기 전 인슐린을 투약할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당 검사를 했다. 다행이다-. 독립전에 어영부영 배운 오늘도 어떻게, 마무리가 보인다.


당 검사를 마치고 널싱 카트(팀 카트, 간호사 카트, 약품 카트 등) 앞에 서서 내 환자들의 BST 양상을 flow sheet 에 적었고 BST 기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거기, 1번 환자 BST 몇이니?"


오늘 이브닝 스테이션 차지 널스(*charge nurse, 주임 간호사이다. 보통 병원마다 CN(Charge Nurse)라는 직급을 얻는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병원에서는 매 듀티마다 스테이션 차지 널스라고 하여, 총괄 업무를 맡는 간호사가 한 명씩 존재했다. 보통 가장 높은 연차의 간호사가 해당되었다.)가 내게 물었다.



"1번 환자분 BST 168mg/dl 요-!"


5m 내외 간호사 스테이션이 존재했다. 그래서, 약간은 성대에 힘을 주어 답했다.


차지 선생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저 정도 수치는 정상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일 듯하여, 마저 기기 정리를 했다.




그런데,



"'168mg/dl 입니다.' 라고 해야지.."

나를 봐주던 선생님께서는 나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내 바로 옆에서 내게 읊조리듯 이야기했다.



'168mg/dl 입니다.'와 '168mg/dl 요.' 의 차이가 무엇일까. 내가 어느 부분에서 대답을 잘못했는가- 고민했다.


BST 값을 잘못이야기했나. 아니. 다시 봐도 168이라는 숫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1번환자가 다른 사람인가? 그렇다기엔 bed 위에 너무 선명하게 01이라고 적혀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나까' 뿐이다.


.

.

.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가 막혔다. 물론, 근무지에서 긴장감을 24시간 내내 늦추지 않아야하는 직종 중에 하나인 건 사실이지만.


'다나까'라.. 안써도 내게 긴장감은 충분했다.


난, 그랬다.




'다나까.. 분명히, 없애라고 하였다. 해서, 군대에서도 '다나까'사용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되었는데-.'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다나까를 쓰라고 한다면-.






분명히 보았다.


2016년 3월에, 군대에서 중시한다던 그 어법. '다나까'와 '앞존법'을 없애고 '-해요.'체를 쓰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이다.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나까'에 대해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나무위키에도 분명하게 나와있었다.

동기들에게 이 참담한 현장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싶었지만, 아직까지는 어색한 사이였다.








입사한지 6개월정도가 되었다.


오늘 생일이신 선생님이 계셔서 데이번과 이브닝번이 인계를 빠르게 끝내고 휴게실에서 생일파티를 간단하게 가졌다.

사진도 찍고- 케이크를 잘라 한명씩 나눠먹기 시작했다.



데이번에는 내 동기가 있었고, 나는 이브닝이었다.


'쫄', '쫄랭이'인 우리는 입구쪽에 자리잡아 앉았다.


듀티의 막내사번들은 휴게실 입구쪽에 위치해 자리를 잡아야했다.

휴게실이 넓지 않은데, 입구쪽에 앉은 사람은 바깥 알람소리에 제깍 반응해 뛰쳐나갈 수 있어야했으니까-.

막내가 커버쳐야하니, 막내가 입구쪽에 앉았다.

그렇게 온갖 세울 수 있는 촉, 레이더망을 잔뜩 세워놓고 입구쪽에 앉아 야금야금 조용히 케이크를 먹고 있었는데,



"요즘 선생님들 '다나까' 안 쓴다는 소문이 자자-해요." 우리보다 2년 선배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또렷한 눈빛으로 우리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상당히, 확신과 자신감에 찬 눈빛과 말투였다.


"아-네..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우리 반사신경은 쓸데없이, 빨랐다. '쏘리(sorry)충'이나 다름없게 빠르게 선생님에게 답했다.


"네. 주의하세요."

.

.

운좋게도. 밖에, 알람 소리가 울린다.

때마침 케이크도 거의 다먹었으니-

이때다 싶어 나와 동기는 튕겨나가듯 밖으로 나갔다.



나와 동기는 밖에 나와서야, 그제서야 서로를 마주보며 이 상황에 대해 허탈한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는 A룸 알람을 확인하러 갔다. 동기는 내가 A룸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같이 주춤대다 A룸으로 향하지 않고 B룸으로 향했다. 함께 A룸으로 갔으면, 눈에 더 띄어 눈길을 샀을 것은 뿐더러 "거기에 두 명이나 가야돼?"라며 한 소리 들을 게 뻔했다. 동기는 B룸 카트 위 녹이고 있던 안티(*), 타박신(*) 바이알을 괜스레 흔든다. 녹이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지만, 속으론 녹지 않길 바라고 있다.


녹으면, 휴게실에 다시 들어가야하니까.


타박신 vial(바이알), 출처: 서울아산병원

*안티: anti, antibiotic, 항생제를 줄여 '안티'라고 말한다.

*타박신: 타조박탐 항생제, 잘 녹지 않아 녹이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나까',

참으로 웃겼다.


우리 병원에서는 '다나까'를 아랫사람들보고 쓰라하기 전에 과연 2016년에 사용을 하지 말자 공식화 되었다는 사실은 알까-. 싶었다.



이후 다짐했다.


내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후배선생님들이 더 들어차기전엔 이 '다나까'문화 만큼은 없애도록 이바지하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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