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영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목소리가 발랄했다. 석영은 노트북 모니터에서 시선도 떼지 않고 물었다.
“은순가 하는 친구는 어디 가고?”
담당 편집자가 바뀐 게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다. 요즘 편집자라는 것들은 죄다 이모양이다. 끈기도 열정도 없다.
“건강이 안 좋아서 쉰다고 했는데… 누가 아나요, 다른 출판사로 갔을지도…”
당돌하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다. 이번엔 세상물정 모르는 신입인가? 석영은 고개를 들었다. 검은색 바지 정장을 입고 파란 물방울무늬 스카프를 목에 맨 20대 후반의 여자가 두 손을 앞으로 공손히 모은 채 생글생글 웃으며 석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이블에 놓여 있던 생수를 한 모금 마신 석영이 벌떡 일어나 꺼지라고 호통을 치려던 순간, 번개 맞은 고목처럼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소파에 주저앉았다.
“어… 어… 그건… 그건…”
석영의 떨리는 손가락이 지영우의 목에 감긴 물방울무늬 스카프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영우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10년 전, 석영은 공모전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문단에 데뷔했다. 장르 문학의 괴물 신인이 등장했다고 업계에선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후속작들이 신통치 않은 평가를 받으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식어갔다. 데뷔작이 히트작 되고 끝난 꼴이었다. 재기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봤지만 원고를 받아본 편집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좋은 작품 보내주셔서 … 검토 결과 …. 와 맞지 않아 …. 다른 작품으로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편집자의 완곡한 거절 메일을 본 석영은 마우스를 내팽개쳤다. 마우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책과 술병, 과자봉지로 가득한 원룸 바닥을 굴렀다.
‘재미없어서 안 팔릴 것 같다는 말을 참 길게도 하네.’
두 주먹을 움켜쥐고 화면을 노려보던 석영이 거칠게 노트북을 접어 백팩에 집어넣었다.
‘내가 이번에는 진짜 죽이는 거 하나 써 온다! 개새끼들, 어디 두고 봐!’
석영은 백팩을 메고 쓰레기통 같은 원룸을 빠져나왔다.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지하철이 보이면 지하철을 타고 버스가 보이면 버스를 탔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가던 석영은 헤이리 맞은편에 있는 공원묘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길게 늘어선 묘지들을 따라 걷던 석영은 누군지 모를 망자의 무덤 앞에 주저앉았다. 죽어 묻힌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소설 쓰면서 상상도 해보고 묘사도 해봤지만 실제는 어떤 느낌인지는 죽어보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 없을 테지. 석영은 잘 정리된 봉분에 제 코를 바짝 갖다 댔다. 풀 냄새와 흙냄새가 물씬 풍겼다. 실컷 냄새를 맡은 석영이 고개를 들었다. 입가에 흙이 묻어 있었다. 털어내려던 석영은 생각을 바꿔 그 흙을 혀로 핥았다. 입 압은 깔깔하고 텁텁해졌고, 콧 속에는 흙냄새가 가득 찼다.
“죽음이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죽음은 모르던 것까지 드러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처럼.”
갑자기 떠오른 문장에 석영은 당황했다. 문장은 멈추지 않고 계속 떠올랐다. 이건 실제였다. 상상이나 누군가의 경험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그 일을 당하고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이었다. 살아 있는 감정이었다. 석영은 주변을 돌아봤다. 공원묘지 입구 건너편에 있는 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도저히 거기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곳으로 달려가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이 다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석영은 백팩에서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켰다. 워드 프로그램을 열고 미친 듯이 머릿속의 문장들을 타이핑해 넣기 시작했다. 노트북의 배터리가 3% 남았다는 경고창이 다시 떴을 때 석영은 저장 버튼을 눌렀다. 저장 완료 메시지와 함께 노트북이 꺼졌다. 석영은 노트북을 백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너편 카페의 불빛이 화려하게 보였다. 잠시 불빛을 보고 있던 석영이 허리를 굽혀 발아래 흙을 한 줌 움켜쥐어 입고 있던 점퍼 주머니에 넣고 묘지 입구를 향해 걸었다.
석영이 묘지에 앉아 쓴 원고는 대박을 쳤다. 데뷔작의 성공은 비교도 못할 만한 대성공이었다. 독자층이 적은 추리 호러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출간되자마자 50만 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인간의 심리와 잔인한 사건들이 마치 옆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해서, 실제 일어난 사건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소름 끼친다, 죽은 자가 돌아와야만 쓸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이라는 평은 석영의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흥행은 그다음 작품도, 그다음 작품까지도 계속 됐다. 새로 출간되는 책마다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면서 석영은 명실상부한 최고의 작가로 거듭났다.
5년 연속 밀리언셀러 작가에 오른 석영은 한남동의 고급 빌라로 아무도 모르게 이사했다. 팬이든 출판사든 방해받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하게 외출하기 위해서였다. 모자에 후드티까지 뒤집어쓴 석영이 빌라 주차장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낡은 운동복 차림의 석영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큰 길가로 나왔다. 달리는 택시를 잡아탄 석영은 일산 끝자락에 있는 공영 주차장 근처에서 내렸다. 주차장 구석에 서 있는 승용차로 다가간 석영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차는 자유로를 달려 불 꺼진 헤이리 카페 주차장 한 켠에 멈춰 섰다. 석영은 차에서 내려 길 건너편 공원묘지로 향했다. 익숙하게 담을 넘은 석영은 며칠 전에 미리 봐둔 묘지를 찾아 발길을 옮겼다. 석영은 서둘러 돌멩이를 모았다.
처음에는 흙만으로도 충분했다. 사연을 가진 사람의 묘지 흙을 먹으면 그 사람의 은밀한 욕망, 사건, 생생한 감정들이 잘 짜여진 이야기로 바뀌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을 그저 옮겨 쓰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먹는 흙의 양이 늘어나면서 내성이 생겼는지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석영은 초조했다. 다음 주까지 새로운 작품의 원고를 넘겨야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애꿎은 묘지의 풀만 쥐어뜯던 그의 눈에 작은 돌멩이가 보였다. 매끈하고 검은 돌멩이였다. 석영은 아무 생각 없이 돌멩이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사탕처럼 빨았다. 매끈한 돌멩이가 목구멍을 지나 뱃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놀란 석영은 헛구역질을 하며 컥컥거렸다. 거짓말처럼 이야기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번 이야기는 더 강렬하고 자극적이었다. 흙이 돌멩이로 바뀐 것은 그날부터였다. 돌멩이를 삼키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위대한 작가 석영은 결코 멈출 수 없었다.
물방울무늬 스카프를 처음 본 그날도 석영은 다음 달에 내기로 한 새로운 작품을 위해 묘지의 돌멩이를 모으고 있었다. 허리를 굽히고 돌을 줍던 석영은 별안간의 인기척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해가 진 묘지는 스산했다. 멀리 보이는 헤이리의 가로등 불빛이 공원묘지 안까지는 닿지 못했다. 불안한 석영은 이제까지 모든 돌만 자루에 챙겨 공원묘지를 빠져나왔다. 제법 묵직했다. 이 정도면 당분간 공원묘지에 오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주차장 구석에 세워둔 차로 돌아와 보니 뭔가가 사이드 미러에 매달려 펄럭이고 있었다. 스카프였다. 운전석에 앉아 실내등을 켠 석영은 스카프를 살폈다. 파란색 물방울무늬가 찍힌 평범한 여성용 스카프였다. 이런 물건이 왜 여기에? 잠시 생각하던 석영은 어깨를 으쓱하고 글로브박스를 열어 스카프를 집어넣었다. 새 작품이 무사히 출간됐고 사람들은 또 한 번 열광했다. 새책이 출간되면 석영은 이런저런 일정으로 정신없이 바빴다. 반년쯤 지나자 타올랐던 인기와 관심도 서서히 진정됐다. 오랜만에 일정이 없는 주말이었다. 외출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간 석영은 자신의 차 사이드미러에 매달린 물방울무늬 스카프를 발견했다. 깜짝 놀란 석영은 스카프를 풀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때 본 것과 같은 것일까? 주머니에서 스카프를 꺼내 찬찬히 살폈다. 알 수 없었다. 석영은 돌멩이를 주으러 나갈 때처럼 낡은 운동복에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일산 끝자락의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가는 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공영주차장에 도착한 석영은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주차되어 있던 자동차의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글로브박스를 열었다. 스카프의 끝자락이 보였다. 와락 스카프를 꺼내든 석영은 주머니에서 꺼낸 스카프와 비교했다. 똑같은 스카프였다. 석영은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누군가 석영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석영의 비밀까지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석영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경비실에 석영의 앞으로 배달된 상자가 하나 있었다. 집으로 가지고 들어온 석영은 그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을 들여다본 석영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똑같은 물방울무늬 스카프가 들어 있었다. 그다음 날은 발신자 표시가 제한된 번호로 물방울무늬 스카프와 돌멩이 사진이 전송됐다. 또 그다음 날은 물방울무늬 스카프로 덮은 묘비 사진 여러 장이 석영의 이메일로 보내졌다. 그다음 날은 석영의 SNS에 물방울무늬 스카프 사진을 프로필로 올린 여러 개의 계정이 친구 신청을 해왔다. 물방울무늬 스카프는 이렇게 석영의 일상에 제멋대로 올라탔다. 물방울무늬 스카프에는 그 어떤 메시지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것이 석영을 더 미치게 만들었다. 석영의 성격은 갈수록 괴팍해졌다. 조금만 의심스러우면 트집을 잡아 주변 사람들을 내몰았다. 편집자가 여러 명 갈려나간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두 번째 스카프를 발견한 이후 반년 동안 물방울무늬 스카프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석영에게 배달됐다. 그렇게 하루하루 석영을 옥죄던 스카프가 눈앞에 직접 나타난 것이다.
“너! 뭐야? 누구야? 원하는 게 뭐야? 나한테 왜 그러는 거야?”
지영우는 여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선생님, 하나씩이요. 어떻게 한꺼번에 대답해요.”
소파에서 일어서려던 석영이 힘없이 주저앉았다.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석영은 아까 마셨던 생수병을 쳐다봤다.
“너, 너 누구야?”
석영을 마주 보고 서 있던 지영우가 멀리 시선을 두고 탁자를 따라왔다 갔다 걷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팬이랄까, 편집자랄까… 아니 이제부터는 사육자라고 하는 게 맞겠네.”
“돌 먹는 것 때문에 그러지? 원하는 게 얼마야? 비밀만 지켜주면 달라는 대로 다 줄 테니 제발 그만해!”
석영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탁자를 따라 걷던 지영우가 걸음을 멈추고 석영을 쳐다봤다.
“에이 선생님, 제가 그깟 돈 때문에 이러겠어요? 하긴 선생님 재산 정도면 탐이 나긴 하네요. 근데 잘못짚으셨어요.”
“그럼 뭐야? 뭐냐고?”
돈을 준다는 말에도 동요하지 않는 지영우를 보면서 다급해진 석영이 쥐어짜듯 소리쳤다.
“저는 선생님을 길러볼까 해요. 햄스터나 금붕어처럼.”
화들짝 놀란 석영의 눈이 둥그레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기르다니?”
탁자를 따라 다시 좌우로 걷기 시작한 지영우가 다시 생글생글 웃었다.
“묘지의 돌멩이를 먹이면 글을 쓰는 동물! 누가 이런 걸 길러봤겠어요! 제가요 어지간한 애완동물은 다 길러봤거든요. 근데 솔직히 애완동물은 좀 지겹잖아요. 그래서 다른 것도 도전해 봤어요. 쉽진 않았어요. 할머니, 애기, 아줌마, 아저씨 … 아 맞다 얼마 전에 군인도 길러봤어요. 어찌나 지랄 맞던지. 그래도 역시 말하는 동물이 훨씬 재미있더라고요.”
석영은 지영우의 말에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 군인이 죽고 나서 잘 묻어주려고 공원묘지에 갔다가 선생님을 봤어요. 흙을 먹길래 처음엔 어디 좀 아픈 사람인가 했어요. 그렇게 몇 번 더 거기서 마주쳤죠. 선생님은 전혀 몰랐죠? 제가 은밀히 다니는 거 좀 잘하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웬일! 완전 잘 나가는 작가더라고요. 그때부터 더 자세히 지켜봤죠. 길러보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요. 유명한 사람을 기르면 기분 좋잖아요. 안 그래요? 근데 선생님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고요.”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큰일 난다. 석영은 지영우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조심하며 공격할 만한 뭔가를 조심스럽게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튜브에 올려서 막 자랑할까도 생각했었어요. 근데 안 그럴라고요. 이건 나만 아는, 나만의 즐거움으로 두는 게 제일 좋겠더라고요. 남들이 알면 … 아휴, 이런 거 저런 거 신경 써야 해서 피곤해요.”
지영우는 제 말에 취한 듯 과장된 손동작까지 섞어가며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내가… 내가 가만 둘 것 같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던 석영이 다시 힘 없이 주저앉았다.
“어머, 선생님! 조심하세요. 제가 물에 진정제 조금 탔어요. 너무 놀라지 말라고.”
지영우는 여전히 생글거리는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됐으니까 말씀드리는 건대요. 선생님 이상한 짓하는 거 제가 여기 폰으로 다 찍어놨어요. 그러니까 딴생각하지 마세요. 이것만 인터넷에 풀어도 선생님 인생 완성 쫑나는 거 알죠?”
석영의 다리께로 다가온 지영우가 석영의 허리띠를 풀어 다리를 묶으며 속삭였다.
“선생님 바로 옆까지 오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이제 괜찮아요. 이제 내 사육장으로 갈 거니까. 저는요,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선생님을 기른다는 게요. 정말요!”
지영우가 석영의 팔을 묶으려는 순간 석영이 머리로 지영우의 얼굴을 있는 힘껏 들이받았다. 방심하고 있던 지영우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석영은 발을 묶은 허리띠를 재빨리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기운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충분히 일어설 수 있었다. 지영우는 얼굴에 피범벅이 되어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석영은 주변을 둘러봤다. 물방울무늬 스카프를 처음 발견했던 날 주워왔던 돌멩이가 들어 있는 자루가 보였다. 석영은 자루를 집어 들었다. 자루는 제법 묵직했다. 피투성이 지영우가 바닥에 누운 채 석영을 노려봤다. 석영은 천천히 지영우 쪽으로 다가갔다. 석영은 지영우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자루를 빙빙 돌리기 시작했다. 지영우가 뭔가 이야기하려는 순간 얼굴을 향해 자루를 내려쳤다. 두 번, 세 번, 네 번… 자루가 피범벅이 되고 나서야 석영의 팔이 멈췄다. 한동안 움찔거리던 지영우의 몸뚱이도 잠잠해졌다. 석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저앉았다. 석영의 손에서 자루가 털썩 떨어졌다. 또르르 돌멩이가 굴러 나왔다. 지영우의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석영의 눈이 빛났다. 석영은 피 묻은 돌멩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석영은 눈을 감고 고개를 천장을 향해 쳐들었다. 목울대가 고통스럽게 움찔거렸다. 잠시 그대로 앉아 있던 석영이 눈을 떴다. 석영은 피에 젖은 돌멩이를 한 움큼 쥐고 난장판이 된 소파와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노트북으로 달려갔다. 화면에 묻은 피를 닦아낸 석영은 돌멩이 하나를 더 입에 넣고 삼켰다. 그리고 빠르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특별히 한 줄 요약 해드림
: 죽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작품을 쓰는 작가.
그의 목을 조르는
물방울 무늬 스카프.
흙 한 줌, 돌 한 웅큼이
이번에도 그의 인생을
구원할 수 있을까?
* '오늘비'의 뱀발 한뼘
: 이렇게라도 쓰고 싶은...
나의 마음... 너의 마음...
우리들의 마음...
(제목 이미지는 '뤼튼AI이미지'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