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첫날 1교시.
종이 치자마자, 배가 끓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있는 화장실에서 소변조차 눠본 적 없는 나는
시험지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교실의 정적을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로 깨는 짓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식은땀 삐질삐질.
손발이 떨리고, 눈앞이 노래져도
그럴 수 없었다.
그날, 열네 살 소녀의 가치관이 형성됐다.
성적이 대수냐.
방구가 새어나가면 죽음이다.
그로부터 수능까지.
한시도 안심할 수 없었던,
휘황찬란했던 학창 시절.
예민하고도 예민했던,
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나의 이야기.
그 시작부터 찬찬히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