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5분에 알람이 울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똑같이 맞춰놨다. 거짓말 같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다른 노랫소리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세 번째 알람 연장 후에 일어났다. 첫 번째는 한 번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껐다. 두 번째쯤 되니까 '아 이제 진짜 일어나야 하는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일어나지 못했다. 세 번째 알람이 울렸을 땐 정말 신경이 머리끝까지 올라오며 부리나케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를 틀었다.
어제는 6시 24분에 눈이 떠졌다. 알람이 울리기 1분 전에. 그럴 때가 가끔 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충분히 잤나 싶어서 시계를 다시 봤는데 진짜 6시 24분이었다. 그래서 알람을 끄고 바로 일어났다.
그런 날이면 왠지 기분이 좋다.
내가 이겼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대부분은 진다. 오늘처럼.
샤워하면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6시 25분으로 맞춰놨을까? 분명 30분에 맞춰놨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5분을 더 앞당겼다. 머리를 말릴 때 문뜩 생각났다. 같은 라인 아랫집 남자가 내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탑승을 하기 때문이었다. 하루 이틀이라면야 그러려니 하겠는데 내가 현관 밖으로 나오는 시간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하다. 내가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5미터 남짓한 거리를 후다닥 달려가 버튼을 누르지만 올라오던 엘리베이터는 아래층에서 멈춘 뒤 남자를 태우고 다시 내려가기 시작한다. '1초만 더 빨랐어도'라는 생각을 수십 번도 더 하다가 결국 25분에 일어나자라고 결심했던 것이다.
아무튼 오늘은 커피를 내리는 동안 계산해 봤다. 연장을 세 번 했으니까. 27분 늦게 일어난 거다. 9분씩 세 번. 그럼 그냥 7시에 맞춰놓지 그랬나.
그런데 그러면 또 7시에도 연장 버튼을 누를 것이다. 이상하게 알람이 울리면 일단 연장부터 누르게 된다. 조건반사와 같이.
옷을 입으면서 오늘 일정을 떠올린다. 오전 업무. 오후 업무. 끝나면 귀가. 별일 없는 하루다. 그런데도 일어나기가 이렇게 힘들다. 피곤해서가 아니다. 그냥 힘든 것도 습관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생각한다. 내일도 똑같을 것이라는 사실을. 6시 25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합창을 할 것이고, 나는 또 연장버튼을 누를 것이며, 몇 번째에서 일어날지는 그때 가봐야 알 것이다.
이게 내 아침이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극적이지도 않다. 그냥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한 모습이다. 알람이 울리고, 연장하고, 일어나고, 씻고, 나선다.
엘리베이터가 왔다. 1층으로 내려가면서 생각해 본다. 이런 아침을 몇 년째 반복하고 있는지. 출근이 싫어진 게 언제부터였는지. 그리고 또 생각한다. 언제까지 이런 아침을 보낼지.
최근 후에는 보통 11시쯤 잔다. 11시에 자면서 6시 25분에 일어나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닌 듯한데, 막상 아침에 되면 매번 그렇다. 몸이 기억하는 건지, 마음이 거부하는 건지 모르겠다.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며 오늘 아침을 정리해 보았다.
알람-연장-연장-연장-포기-일어남-씻음-나옴.
매일 똑같은 패턴이다. 연장 횟수만 다를 뿐. 결국 일어나긴 한다.
지하철 개찰구를 지나며 문뜩 드는 생각이 있다. 만약 알람을 맞춰놓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냥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는 시간에 일어나면?
하지만 그럴 용기는 없다. 지각할까 봐.
그래서 내일도 6시 25분에 알람은 울릴 것이다. 몇 번의 연장 끝에 일어나겠지.
이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특별하지도 않고, 극적이지도 않은.
하지만 이상하게, 이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서 나는 늘 같은 질문을 되뇐다.
“나는 왜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