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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세 개의 빈자리.

by 샤토디

9월이 다가오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병원 약제부에서 함께 일해온 세 명의 동료가 떠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계약이 만료되어, 또 두 사람은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고 응원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병원이라는 곳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간이다. 의사, 간호사, 약사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지만, 그 사이사이를 메워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비로소 환자를 위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해진다. 약제부도 마찬가지다. 약사의 전문적인 업무 뒤에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많은 손길들이 있다.


이번에 퇴사하는 동료들이 그런 손길의 주인공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해서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약제부가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들. 톱니바퀴 사이사이에서 원활히 돌아가게 도와주는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함께 일한다는 것은 서로의 리듬을 아는 것이다. 함께 일하다 보면 누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도움이 필요한지, 바쁠 때는 어떻게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더 나아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그런 호흡이 생기게 된다.


점심시간에 돌아가며 식사를 하거나, 연차를 쓸 때 서로 업무를 커버해 주거나, 명절 전후로 "조심히 다녀오세요"라며 인사를 나누는 것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그런 평범한 속에서 신뢰가 쌓여간다.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다.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고, 가족 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모두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이유들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함께 쌓아온 시간들,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함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든다.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처음부터 관계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도 감사하다.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시간이 있어서, 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던 날들이 있어서 말이다. 완벽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만, 각자 최선을 다해 맡은 일을 해냈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일이라는 것이 때로는 지겹고 힘들기도 하지만, 좋은 동료들과 함께할 때는 그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격려하며 버텨낼 수 있고, 작은 성취라도 함께 기뻐할 수 있다.


세 명이 떠나면 세 명의 새로운 사람이 올 것이다. 그들과도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게 될 테고,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아쉬움도 추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떠나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정리하고 싶다.


이들이 새로운 곳에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이 앞으로의 삶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더 좋은 소식들을 나누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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