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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둥 Jul 12. 2021

어제 만난 지인이 코로나?

코로나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나눕니다

코로나가 역대 최다를 찍으면서 내 주변에도 확진자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는 사람이 확진이래, 하면 놀라고 정말 가까이 왔구나 무서워하지만 그걸로 끝이지만, 내가 만난 사람이 확진이래, 라는 연락이 오면 그때는 말할 수 없이 머리가 복잡해진다. 어제 내가 어디 갔더라? 내일 무슨 일정이 있더라? 나 좀 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애들은 어떡하지? 회사는? 뭐라고 말하지?  

그래서 내게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진자와 직접 만난 밀접접촉자와 확진자와 직접 만난 것은 아니지만 밀접접촉자를 만난 일반 접촉자는 어떤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또 만난 지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마음을 놓을 수 있는지 등이 궁금한 거다. 코로나 치료에 관한 이야기는 한 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코로나 치료에 대한 오해 몇 가지 (brunch.co.kr)) 중요한 정보일 것 같아서 한번 더 써보기로 했다. 물론 아주아주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둘째의 친구가 우리 집에 온 것이 일요일 저녁. 둘은 밤새 같이 있었다. 둘째는 수요일 아침에 목이 아프다고 했다. 열은 없었으니까 목감기인가 보다 생각했다.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받았는데, 그사이 둘째의 친구가 확진이라는 연락이 왔다. 결국 둘째도 확진되었다. 우리 가족은 그날부터 자가격리를 했다. 나는 금요일 아침 목이 아프기 시작해서 토요일 검사를 받고 확진되었다. 남편과 나는 둘째의 친구가 왔을 때 같이 밥을 먹었다. 월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같이 밥을 먹었고 첫째와 둘째는 화요일 아침을 같이 먹었다. 나는 둘째와 화요일 저녁을 같이 먹었다.


확진자와 밀접 접촉은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2-3일 걸리고, 밀접 접촉이 아닌 접촉은 6일 후에도 증상이 나타난다고 보면 될 거 같다. 만일 내가 둘째와 같이 수요일에 검사를 했어도 음성으로 나왔을 거다. 접촉 후 바로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왔더라도 이틀 후 다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접촉 후 6일까지는 조심해야 한다. 조금 늦게 나타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일주일은 조심하면 좋겠다.

가족이 교차적으로 함께 밥 먹은 시간들이 있지만 나와 둘째만 전염이 되었고 첫째와 남편이 무사한 것을 보면 접촉도 중요하지만 면역력의 영향도 큰 것 같다. 둘째도 아주 튼튼하지만 너무 밀접 접촉이었으므로 피할 수 없었다.


나는 주로 집순이로 살기 때문에 나로 인해 전염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종종 한의원에 다니기 때문에 확진을 받는 순간 그것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내가 한의원에 간 것이 화요일, 월요일에는 마트 등을 다녔다. 수요일부터는 집에만 있었다. 보통 확진된 날짜로부터 이틀 전까지만 확인한다고 한다. 내 경우는 월요일 화요일 동선도 다 물어보았다. 혹시나 한의원에 연락해서 혼란이 일어날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단지 참조만 한다고 했다. 만일 그곳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를 위한 정보 차원이라고 한다.

확진된 와중에도 그런 게 엄청 신경 쓰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서도 그렇고 나중에 다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으로서 낙인찍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둘째와 나는 목이 아픈 것으로 시작한 것도 비슷하고 그 외 증세의 발달단계도 비슷했다. (우리에게는) 최초 감염자인 둘째 친구도 비슷했다고 하는 걸 보면 감염자의 증세를 따라가는 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아니라고 했다. 감염자는 바이러스만 전하고 증세는 본인의 면역력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말은 둘째와 나는 기관지 쪽이 약해서 그쪽으로 먼저 증세가 발현되었던 것 아닐까 짐작해본다.  


나도 둘째도 아직 후각이 없다. 의사 말에 의하면 회복되려면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한다. 주변에서 전하기를 6개월 정도 걸린다고 언론에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평균일 뿐이고 아예 안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다. 나는 전혀 냄새가 안 나는데 반해(바로 옆에서 담배를 피워도 전혀 모른다) 둘째는 조금은 난다고 했다(담배 냄새를 몹시 싫어하는데 하필 담배냄새가 많이 난다고 했다).

후각은 후각으로 끝나지 않는다. 후각에 문제가 생기면 미각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당연하고(카레를 먹어도 카레 맛이 안 나요...) 그 외의 감각도 현저히 떨어진다. 원래 소화가 잘 안 되는데 오랜 문제라 나빠지기 전에 캐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걸 모르겠다. 소화가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특정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어서 손에 꼽히는 문제로 알려지지는 않지만 본인만 알 수 있는 작은 불편함들이 드러난다. 물론 후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있다. 맛을 모르니까 매운 생강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먹는다든가 냄비가 타는 것을 모른다거나 또 양념 선반 안에서 간장이 쏟아진 것을 모른다거나(주방에서 간장 냄새가 진동을 했다고 한다). 상한 음식을 모르고 먹을 뻔 한적도 있다. 좋은 거라곤 마스크를 종일 써도 내 입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곤란한 건 글감을 구성하는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머릿속이 안개로 뒤덮인 것처럼 멍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안개는 걷혔으나 감성이 둔해지고 글을 구상하기가 힘들어졌다. 후각만이 아니라 다른 감각도 무뎌지게 만든 것 같다.   


한번 걸렸으니까 코로나에 면역이 생겼겠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3개월 정도는 면역이 있지만 그 뒤에는 다시 원래와 같아진다고 한다.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기만 놓치게 되었다. 게다가 변이 바이러스는 막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건 똑같다.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 조심하고 몸을 사려야 할 때인 것 같다. 충분히 그러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더.  




덧. 지인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적어보았는데 혹시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세요. 최대한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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