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독에 작은 물방울이 차듯이
그 작은 물방울은 티 나지 않게 아주 조금씩 채워진다.
커다란 독에 물 한 방울 떨어져 봤자 티가 안 나지만, 결국에는 채워진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그렇게 차오른다.
차고 넘치면 미치도록 그립고 아프다.
일상을 살아내며
울고, 웃으며, 농담하며, 밥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살면
아무렇지 않은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아빠..
엄마라는 단어와 달리 아빠가 살아 계실 때는 그 단어는 무미건조했다.
아빠 때문에 마음이 저릿했던 적이 있던가.
아빠가 마음 쓰여 본 적이 있던가.
아빠는 엄마의 부록처럼 여겼다.
엄마가 그리워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엄마가 그리워서 전화를 했다.
아빠는 그저 엄마 곁에 계신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명확지 않다.
그리움인지
사랑인지
후회인지
미안함인지
뭐라고 딱히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이제 아빠라는 단어를 보면 마음이 아리다.
마음이 쓰라리다.
아빠의 첫 번째 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싱크홀에 빠져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듯, 감정이 자꾸 쳐진다.
언제쯤 일상이 일상이 될 수 있을까.
언제쯤 살면 살아질까.
오늘처럼 그리움의 독이 가득 차면 실컷 울며 그 독을 비운다.
그럼 또 얼마간 살아질 테지.
그리고 다시 독이 차면 또 눈물로 독을 비워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