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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를 보면 마음이 아파요

by 창가의 토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보려 했는데, 그게 안 되는 거라는 걸 새삼 느낀다.

아빠가 가신지 5개월이 지났는데, 그 그리움은 점점 짙어진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는데, 이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아프다.

예능을 보며 일부러 크게 웃어도 보고, 드라마에 빠져 보고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깊은 한숨에 역시 아직 안되는구나 실감한다.

아직도 너무 아프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병원의 장면이 아빠를 떠올리게 하고, 엄마가 아빠 좋아하시던 찰밥을 못해 드셨다가 최근에 해 드셨다는 말이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최근에 화가 너무 난다는 오빠의 말에 아무런 위로를 해줄 수가 없다.

아빠 생각을 하면 자꾸 나락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렇게 외면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안다.

인정해야 한다.

아빠는 이제 우리 곁에 계시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뭐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너무 짧게 주었기 때문에 아직도 아빠가 돌아가신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왜 좀 더 잘해드리지 못했을까.

왜 좀 더 다정하지 못했을까.

하루에 수십 번 후회를 해도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 다시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 미치겠다. 나도 오빠처럼 화가 나서 미치겠다.

왜 그렇게 갑자기 가셨는지..


남들보다 꽃이름을 잘 아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수선화 꽃을 몰랐다.

봄에 아빠랑 여행 갔을 때 아빠가 어느 꽃을 보며 수선화라고 말씀하셔서 수선화를 달리 보게 되었고, 아빠가 꽃에 관심이 있는 분이었나? 너무 의외였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수선화를 알려준 아빠 때문에 나에게 수선화는 마음이 아픈 꽃이다.

모든 꽃은 아름답지만, 수선화는 아름답다는 느낌을 갖기도 전에 아픔을 먼저 준다.


오늘 밤은 아빠가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다.

미치도록 아빠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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