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자소서 하나를 써야 했다.
4가지 질문에 4가지 답으로 나란 사람이 누군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표현해야만 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자소서뿐만 아녀도
'난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말해야만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정말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게 가능할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죽기 직전에도
확실히 알 수나 있을지 모를 일이다.
과거엔 싫었던 책, 영화가 지금은 너무너무 재밌어졌다.
성향상 나는 누굴 만나더라도
편하게 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몇몇 자리에선 그 누구보다 심하게 낯을 가렸다.
며칠 전까진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분명했는데,
지금은 그리 뚜렷하지도 않다.
상황마다 시기마다 내 생각이 변하고, 행동이 변하고, 나란 사람도 변한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로 특정 지어 나를 설명한 뒤
그걸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싶어졌다.
그게 과연 나를 잘 아는 걸까.
오히려 다양한 내 모습을 나라고 인정하면서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재미로 평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