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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코칭랩 Apr 14. 2019

변화는 쓰나미 같이 엄습해온다

쓰나미와 변화, 멀리서는 희미하게 그러나 덮칠 때는 거대하게

 
2011년 3월 9일. 일본 토우후쿠 지역을 진앙지 규모 M9.1의 강진이 강타 했습니다. 일본 지진사상 최대였던 이 지진으로 인해 최고 40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내륙을 덮쳤고, 후쿠오카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여 방사능이 누출되어 지금까지도 미해결 상태일 뿐 아니라 당시 사망자만 1만 8천여명에 달하는 최악의 자연재해였습니다. 
 
내륙 지역과는 달리 바닷속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경우 지진 발생 이후 ‘쓰나미’ 라는 세 글자가 종종 따라온다는 것을 우리도 이제 압니다. 쓰나미는 처음에는 규모도 작고, 멀리 있기도 해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속 800키로 미터의 무시무시한 비행기 속도로 시작된 쓰나미는 해안으로 오면서 속도는 점차 줄어드는 대신 그 에너지는 계속 응집되고 규모가 커집니다. 쓰나미를 눈으로 확인할 즈음이면 피할 시간 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급습합니다. 보통의 파도가 해안가로 올수록 그 에너지가 약해져서 퍼지는 것과는 달리 쓰나미는 눈덩이처럼 굴러 오면서 눈앞에 닥쳤을 때 최고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에서 파도와 전혀 다릅니다. 2004년 인도네시아 지역을 강타하여 23만명의 사망자를 내었던 쓰나미는 그 높이가 무려 100미터에 달했다고 하니 실로 자연이 주는 어마어마한 공포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가 있는지 없는지, 쓰나미의 예상 도달 시간을 방송을 통해 즉각적으로 알려줍니다. 일본 방송의 화면 상단에 ‘띵띵’하며 진도와 쓰나미 경보가 울리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규모가 큰 쓰나미가 예상되면 눈에 보이든 말든 일단은 높은 곳으로 피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저 멀리 있는 것이라고 안심하고 대응을 게을리 하면 수분 만에 모든 것을 삼켜버립니다.

최초 쓰나미의 규모와 속도와 육지에 도달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쓰나미의 위력을 잘 알 수 있다.

쓰나미의 위력에 대하여서는 새삼스러운 것이 없는데, 비교적 안전한 우리 나라인데 뜬금없는 쓰나미 이야기 일까요? 저는 쓰나미와 변화의 엄습 양태가 서로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변화는 쓰나미 처럼 멀리 있어서 인식이 잘 안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내 앞에 불쑥 와 있고 나는 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함을 그때서야 깨닫고는 합니다. 

 
호모 헌드레드와 기계화, 세계화- 인류의 거대한 첫 경험들
 
21세기 초반,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세상이 펼쳐 지고 있습니다. 100살을살 것이라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즉, 극히 일부가 아닌 많이 사람들이 100세 가까이 살게 되는 ‘수명 혁명’, 기계가 인간의 일을 끊임없이 빼앗아 가는 ‘기계화’. 지구의 반대편에서 생산되는 캘리포니아산 오렌지가 옆 동네 경북 영주에서 나는 사과 보다 저 저렴한 ‘세계화’. 인류가 직면해 있는 이러한 초메가 변화들 중에서 특히, 일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보겠습니다 .   

2003년 독일 라이프치히에 세워진 BMW 공장. 사람은 없고 온통 로봇 뿐이다. 


혹시 존 헨리라는 사람을 아십니까? 아마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테구요. 이세돌은 아시지요? 인공지능 로봇과의 바둑 대결에서 유일하게 1승을 거둔 인간입니다. 알파고는 이세돌과의 5전 4승을 포함하여 인간과의 대국에서 74전 73승을 하고 은퇴를 하였습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후 한동안 인공지능 때문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이야기들이 파다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없어질 직업군을 보자니 판사, 회계사는 물론이고 의사도 없어진다고 하니 우리 같은 사람은 과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파고 쇼크가 있었던 2016년 3월로부터 꼭 20년 전인 1996년 2월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개리 가스파로프가 IBM 수퍼 컴퓨터인 딥 블루에게 체스를 졌습니다. 이날을 기점으로 인간은 연산기능에 있어서 더 이상 컴퓨터를 능가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직업들의 주도권이 컴퓨터로 넘어갔습니다. 

인간을 대표하여 기계와 완력 싸움을 벌였던 철도 노동자 존 헨리. 결말이 궁금하시면 찾아보시라^^

존 헨리는 19세기 미국의 철도 노동자로서 굴착기와 맞짱을 뜬 사람이었습니다. 강건한 체력의 인간 존은 영혼이 없는 기계인 굴착기와 터널 뚫기 대결을 벌였습니다. 이 대결의 결론은 호기심이 많은 독자들을 위해 스포일러를 하지 않겠습니다. 여하튼 이 일은 기계가 인간의 물리적 힘을 대신하게 되었다는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존헨리로부터 이세돌까지 기계와 인간의 대결은 변화의 쓰나미가 시작되었음을 보여 주는 사건들입니다. 
 
100여년 밖에 되지 않은 고용사회 그 시작과 종결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 온 고용사회는 놀랍게도 100여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포드 자동차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필두로 표준화, 분업화,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자본이 축적되면서 시작된 고용사회는 굴뚝산업, 제조업으로 대변되면서 안정적인 직장과 일거리를 제공해왔습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하던 근현대의 기업들은 새로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더 이상 종업원을 끝까지 책임지지도 책임질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고용사회의 종말이 온 것입니다. 
   
지난 고용사회 동안에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21세기 지금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라는 점입니다. 그 일자리의 소멸은 컴퓨터, 인공지능, 기계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인간에게 남는 것은 이러한 기계들이 대신할 수 없는 일들일 것입니다. 그것마저도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대체가 될 수도 있겠지만요.
 
일자리의 미래는 어떨까요? 그저 암울하기만 할까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분야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로부터 여전히 명확한 답을 듣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은 평범한 사람도 노력하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기술발전이 많은 일자리를 앗아간 반면 또 다른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한 예로, 예전에는 자본과 그 자본이 만들어 놓은 폐쇄적인 채널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 주는 것이 매우 어려웠던 반면, 지금은 기술이 만든 수평적이고 공개적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든 자신의 상품이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가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상품은 재화뿐만이 아니라 창작이 바탕이 된 콘텐츠도 포함됩니다. 
 
사라지는 일자리, 그리고 새로운 기회들, 생산자가 되는 아마추어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고객에게 직접 보여 줄 수 있고 돈이 되는 성공 사례는 이미 너무 많습니다. 프로의 세상에 아마추어가 당당히 도전장을 내고 자웅을 겨루고 이기면 스타가 될 수 있는 구조! 게임 회사 캐릭터 디자이너의 <호랑이 형님>, 건축학도 대학생이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자 시작했다는 <묘진전>과 같은 웹툰의 대성공은 아마추어의 처녀작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예전의 시스템이었다고 한다면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채널 자체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웹툰은 아이들이나 보는 것인줄 알았던 편견을 단숨에 바꾸어 준 작품.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사실에서 더 놀랍다. 

 <고양이 아리>나<크림 히어로즈> 같이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의 일상을 유튜브로 보여 주는 것만으로 수백만 조회수는 물론 고정 시청자가 생기고 이를 통해 상업화가 이루어진 사례, <언어의 온도>와 같이 1인 독립 출판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 중견 기업의 인사팀장이 개인화된 제조 장비인 CNC와 레이저 커터 등을 활용하여 아예 목수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든지 등 이런 사례는 의외로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습니다. 

 
필자는 어린 시절 ‘최초의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이다’ 라고 배웠었습니다. 이후 인류는 진화를 통해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크로마뇽인) 등이 나타났다고 배웠습니다.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이냐? 그럼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인간이 되느냐? 이런 주제로 친구들과 갑론을박을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도권 수업을 받은 청소년들에게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인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순차적으로 하나의 계열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서로 겹치게 어느 시대를 함께 존재했던 서로 다른 종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 서로 다른 종들 중에서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그에 맞추어 진화한 종이 살아남아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라는 기존과는 다소 다른 주장이었습니다. 인류학이나 진화학에 대하여 잘 몰라서 무엇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그 다큐멘터리의 주장은 굉장히 놀라왔습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는 결국 도태된다’ 는 강한 메시지였기 때문입니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은 가장 힘이 센 사람이나 영리한 사람들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이다’  
 
진화학자 찰스 다윈의 이 명언은 지구에 사는 생명 가진 모든 존재들에게 들려주는 생존비법입니다. 특히, 인류에게는 기술의 발전을 포함하는 세상의 변화가 숨돌릴 틈도 없이 엄청난 압박으로 몰아치고 있으니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변화관리’는 자기계발 강의의 단골 메뉴입니다. 
 
동네 식당에만 가도 주문은 이제 KIOSK로 급속하게 대체되고 있습니다. 돈은 기계가 받고, 인간은 요리를 담당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초밥 로봇이 초밥도 균일하게 더 잘 만든다고 하니 요리사 노릇도 이러다 빼앗기겠습니다. 개미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주식시장에서 로봇의 매매 활동을 쫓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감정 없이 사고 팔고를 할 수 있습니다. 의료분야에서 로봇의 오진율이 사람 의사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 고유의 특성인 ‘감정’이 배제되자 정확성이 오히려 높아진 분야가 한 두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1998년 어설프기 짝이 없는 사이버 가수 아담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불과 20년 만에 그 사이버 세상의 발전과 변화는 어마어마 합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유한 창의성 영역에 언제 얼마나 빨리 들어올지가 관건입니다. 오래 전 영화 <터미네이터2>를 보고 난 다음 필자의 첫 마디는 ‘저런 세상이 오기 전에 죽어야겠다’ 였습니다. 그만큼이나 기계와 사이버에 잠식당할 인류가 그때 이미 무섭게 느껴졌었습니다.   

주인공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보다 죽어도 죽지 않는 이 경찰 아저씨가 너무 무서웠다.  이 작품을 통해 CG의 매핑, 이런 용어에 익숙해졌다. 

여하간 요즘 일과 관련된 인류의 이슈는 ‘기계,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이 과연 무엇이냐? 임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문제 제기만 할 뿐 안타깝게도 뾰족한 해답을 드리지 못함을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해답을 찾아가는 길에 도움이 될 것들을 저도 열심히 공부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변화의 엄습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마음은 간절합니다. 변화는 와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변화도 오고 있습니다. 그것을 부인하느냐 또 알면서도 회피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활용하는 사람들은 순식간에 저 멀리 앞으로 나아갈 것이며, 그렇지 못하고 부인하고 회피하는 사람들은 어느샌가 거대한 쓰나미에 휘말려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활용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떻게든 편승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스티브 잡스를 가끔씩 원망합니다. 왜 스마트폰을 만들어 놓고 갔느냐고, 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이 조금 늦었습니다. 스마트폰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사람들이 왠지 한심해 보였고,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논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이라는 쓰나미와 같은 대세의 파고가 이미 눈앞에 와 있었는데 혼자 부질없는 저항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이제는 저도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심하게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를 가끔씩 원망하고, 그런 모습을 조소했던 제 자신에게 머쩍은 쓴 웃음을 지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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