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받은 대학 4학년 취준생께 보낸 회신 내용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올립니다.
이 땅의 취준생 여러분 힘내세요!!
***님께 주신 메일 잘 받았습니다. 우선 깊은 고민 끝에 주신 글일텐데 회신이 늦어져서 미안합니다. 또 저의 책을 의미 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님은 졸업을 앞둔 대4인데 앞으로의 (진로)목표가 불투명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는 상황이며, 그에 더하여 그러한 모호함을 가지고 자신을 ‘포장’하여 입사 지원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답답한 상황에서 조언을 구하고 있으신 것이군요. 저는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 한단어가 있다면 ‘시행착오’입니다. 책에서도 시행착오와 실행의 중요성에 대하여 적었지만 우리의 많은 청춘들이 이러한 고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중고등학교때 진로 고민과 탐색활동을 충분히 하지 않은 채 그저 학업 위주로 내몰리다가 그 연장선상에서 대학을 들어오고, 졸업과 함께 사회에 나가야 하는 환경이 큰 이유라고 봅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런데 자신의 직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탐색과 고민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수적으로 지금 하고 계신 고민은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때로는 수월하게 자신의 길로 취업을 하는 친구들도 있을테지만 그 친구들은 이미 이와 같은 과정을 겪었거나 아니면 언젠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욕구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될 때가 올 것입니다. 이와 같은 진로 고민과 의사결정의 과정 동안 결국 무엇이든 해보며 실제 부딪히는 과정에서 하나씩 깨달아 가고 자신의 자산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뚜렷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죠. 이와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방황의 시기를 길게 가지는 것 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경제적 안정을 잡아 가는 것이 더 우선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아실현의 욕구와 안전/안정의 욕구가 있는데 많은 경우 안전/안정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될 때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자아실현이라고 하는 것이 반드시 주업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구요. 행정학을 전공하셨으니 그 전공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직무면 무엇이든 도전하시면 됩니다. 다만 행정학 전공자들이 많이 하는 공무원 도전을 할 경우에는 기간을 분명히 정해서 짧고 굵게 승패를 보셔야 합니다. 자칫 공무원에 실패하고 아무런 직무 경력 없이 나이가 30이 넘어가면 여러가지로 힘듭니다. 행정학이라면 아마도 이공계 직무가 아닌 대부분의 직무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사, 총무, 영업 등등 그리고 이왕이면, 또 선택이 가능하다면 특정 기업을 보는 것 보다는 산업군을 고려하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즉, 현재 정체 또는 쇠퇴되고 있는 산업인지 아니면 성장하는 산업인지, 예를 들어 인사직무로 지원한다고 할 경우 이왕이면 성장산업 쪽의 기업에 지원을 하는 것이 본인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어떤 산업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으셨는데 산업 선택은 관심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곳으로 하시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보편적이거나 성장중인 산업군이 좋습니다. 너무 특수한 산업군은 혹여 직업 전환시 좀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일단 취업을 하시고 나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장기 프로젝트로 찬찬히 찾아도 늦지 않습니다. 인생 첫번째 직장으로 내가 가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확률은 많지 않습니다. 직업발달 과정에서도 30 대 초반 정도까지는 몇번이고 변화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일과 직장을 찾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내가 준비 해 온 것들을 기반으로(그것이 너무나도 하기 싫은 일이 아니라고 한다면) 구직활동을 하면서 일단 취업을 권해드립니다. 제 경우에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실패의 쓰라림을 가지고 일본에서 공부를 하고 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20대 후반에 취업을 한 후 회사를 2,3번 옮기면서 그동안의 일과는 전혀 상관없을 뿐 아니라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애니메이션 PD가 되었답니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도 진로에 대한 고민 역시 줄곧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회사들에게서 경험한 것들이 모두 도움이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고 했고, ‘지피지기면 백전백퇴’라는 사자성어도 있듯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을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진짜 행운의 영역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그 행운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 시행착오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점검해보세요. 행정학 전공 베이스에 회계사 공부를 하셨으니 회계쪽도 조금 아실 것이고, 청능사는 왜 공부를 하셨는지, 전공과는 다른 분야인데 왜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는지 등등을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것들을 따로따로가 아니라 종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분야와 직무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세요. 청각장애와 (청능사가 이쪽이 맞는지요?) 관련된 분야에 대한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시고 시작을 했더라면 지금은 청능사가 되지는 못하였더라도 관련 분야의 행정, 사무직으로 취업하여 해당 산업과 직무 성장 가능성을 살피는 것입니다. 평생 직장은 당연히 없으며, 평생 직업도 없습니다. 이제는 멀티 커리어 시대라고 합니다.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면 의사결정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의사나 간호사, 변호사 등과 같은 일부 전문직을 제외하면 말이죠. 그냥 지금 기준 10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시면 생각을 좁히는 데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여 말씀드리자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사는 사람은 행운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행운은 잡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며 시행착오를 통한 성찰을 통해 생겨난다. 또한 모든 것은 현실의 바탕이다. 매우 분명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이미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활용하여 취업을 하시라. 첫번째 직장에서 만족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얼마든지 이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직업생활 초기의 이직과 전직은 직업발달 과정에서 당연하며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님의 깊은 고민에 대하여 글로서 적으려고 하다 보니 한계가 있긴 하지만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힘내시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성향을 알고자 할 경우 제가 책에서 제시한 직업심리도구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고용노동부 제도도 있으니 활용해보셔도 좋습니다. 궁금한 것이나 조언이 필요한 것 있으면 또 연락 주세요. 건투를 빕니다. <내일, 퇴사합니다> 저자 홍제미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