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다스리는 방법
분노가 차올라서 고갤 들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오늘이다. 열흘 내리 밤잠을 설치게 했던 문제가 어제 해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뻐서 쌈바춤을 추고 함께 걱정해준 당사자에게도 기쁜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오늘 저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전화가 왔다. 분노게이지가 급 상승했다.
화가 나서 일상생활이 정지됐다. 내 안에 오랫동안 숨어있던 버럭이가 "나 불렀어?" 하며 찾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버럭이의 단독 무대다. 분노가 솟아오르고, 눈물도 약간 차오르는 듯싶고, 신랄하게 탓할 누군가를 생각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래도 차오르는 분노는 해결이 안 되고, 열은 얼굴로 뻗쳐서 두통까지 왔다. 심장이 쿵쿵대면서 자기주장을 하고 분노로 가쁜 숨을 쉬익 쉬익 내뱉다 못해 책상에 엎드렸다. 서너 시간을 그렇게 분노로 날려 보내다 이건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예전에 인터넷에서 봤던 아이유님의 글이 생각났다. 이지은씨는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이 기분 내가 바꿀 수 있어!'라고 외치고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했다. 설거지를 한다던지 집을 돌아다니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일단 그래서 엎어졌던 몸을 일으켜서 침대로 갔다. 매트리스에 퍽! 하고 누웠다. '엉엉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없어' 하고 엎어져 있기를 3분가량, 갑자기 '명상'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요즘 명상에 관심을 갖고 몇 권의 책도 읽으면서 입문 단계에 있다. 한의원에 갔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도 명상을 자주 하라고 추천해주셨고, 따뜻한 한의원 침대에 누워 오디오 명상을 들었을 때 몹시 흡족했었지.
유튜브를 켜고 일단 '명상'을 검색했다. 내가 종종 즐겨보는 요가 소년의 영상 중 명상이 있어 클릭했다. 귀 옆에 스마트폰을 놓고 눈을 감았다. 초반에는 계속해서 떠오르는 상념에 상념이 꼬리를 물고 쉭쉭 대는 거친 숨소리가 이어졌다. 명상이 시작된 지 몇 분이 지나자 어느새 동영상에서 말하는 '호흡에 집중하세요' '손가락이 있음을 의식해보세요' 등의 멘트에 빠져들었다. 명상 중간 오늘 당신이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을 때 <오늘 밤 저녁시간의 평화>를 되뇌었다. 유튜브 동영상 하나가 나의 심박수를 안정시켜주다니. 10분 남짓한 명상 영상이 끝나자 신기하게도 분노가 잦아들었다. 인터넷 세상 만만세!
놀랍게도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다짐하니 명상을 끝내고 몸을 움직이기 위해 홈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상이 끝난 뒤에는 반려인과 요즘 좋아하는 이영지의 고등 래퍼 시절 멋진 랩 하는 영상을 몇 개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홈트를 하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니 2시간 전 화내고 있던 나는 사라지고 어느새 하하 호호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운동은 이렇게나 위대하다.
결국 화를 내서 일상이 망가지면 나만 손해다.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분노에 휩싸여서 남 탓을 하거나 자기부정을 하다 보면 문제 해결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기 마련이다. 분노할 시간에 내 마음을 돌봐주고, 평정심이 찾아왔다면 그때 가서 맑은 정신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게 훨씬 낫다.
몸을 움직인 뒤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할 수 있었다. 이 글을 마무리 짓고 나면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울 생각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는 엄마가 알려준 해결 방법이다. 우울하거나 몸이 찌뿌둥할 때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오면 피곤이 한결 씻겨 나간 느낌이 든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상쾌함이 나를 감싼다. 숨도 정상적으로 쉰다. 나를 괴롭히던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감정 쓰레기통 노릇을 하루종일 해준 반려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날 괴롭히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지. 이제는 버럭이와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다.
버럭아 만나서 반가웠고 한동안은 우리, 볼일 없었으면 좋겠어.^^
분노 다스리기 4단계
1) 일단 분노를 쏟아낸다. (나의 분노를 받아준 사랑하는 지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사람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쓰면 안 된다. 기왕이면 무생물에게 쏟아내는 것을 추천한다.)
2) 다 화낸 것 같으면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명상을 한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좋은 영상이 많다. 나는 '바디 스캔'을 해주는 명상 영상들을 좋아한다. 편안한 곳에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는다.
3) 평정심이 좀 찾아왔다 싶으면 몸을 움직인다. 간단한 홈트, 스트레칭을 하면서 심박수를 높인다.
4) 마지막으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대체로 괜찮아진다.
+) 샤워 후 향긋한 차를 마시면 기분이 더 좋다.
written by 토핫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