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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Jan 12. 2022

전문청소업체를 만나다!

결혼하고 세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만 전념하던 내가 다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새로운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시간과 돈’이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서 마음만 먹으면 집 앞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바로 취업이 가능했지만, 세 아이를 둔 나는 시간에 너무 구애를 받는 일은 피해야 했고, 시간 투자 대비 수익성이 좋은 직업을 찾던 중

몇 년 전 입주청소를 맡겼던 일이 떠올랐다.




2011년에 나는 새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입주에 관련된 사항들을 점검하기 위해 아파트 입주지원센터에 가니 그곳에서 일하는 매니저 한 분이 새 아파트는 먼지가 많아서 꼭 전문 청소업체에 청소를 맡겨야 한다면서 명함을 한 장 건네주셨다.

그전까지 나는 전문 입주청소 업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사할 때는 늘 가족들이나 지인들이 함께 쓸고 닦고 하는 정도로 청소를 마치고 이사를 했었으니까.

안 그래도 애들이 아직 어려서 애들 데리고 어떻게 청소하나 했었는데 명함을 받아 들고 있으니 게으른 마음과 허영심이 부풀어올라  잘됐다 싶었다. 신랑에게는 먼지가 너무 많다는데 괜히 내가 청소했다간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전문'업체니까 뭔가 다르게 잘해줄 것 같으니 청소는 업체에 맡기자고 얘기했다.


청소를 앞두고 도대체 청소를 어떻게 하길래 ‘전문’이란 이름을 붙여서 업체를 운영할까 궁금했다.

매니저님이 건네주신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40~50대로 느껴지는 여자 사장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파이팅이 넘치는 목소리에 청소는 걱정 말라고 말씀하시는데 믿음이 확 갔다.

금액은 평당 1만 원이며 창틀부터 집전체를 팀원 세분이 오셔서 청소해준다고 하셨다.

34평 아파트였으니까 34만 원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으나 3분이 오셔서 정말 깨끗하게 청소해주신다는 말에, 인건비가 있으니까 그 정도는 드리는 게 맞겠구나 생각했다.


청소당일 9시에 아주머니 3분이 청소기 한대와 바퀴를 달아놓은 파란색 대야를 끌고 오셨다.

그 안에 퐁퐁, 락스 걸레 몇 장, 빗자루, 바닥 밀대… 뭐 이런 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도구들이 들어있었다.

언뜻 봐도 크게 전문적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평범한 도구로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전문성이 있는 기술로 집을 깨끗하게 만드시나 보다 했다.

끝나기 전에 연락 주신다는 말에 집에 돌아가 있었는데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전화가 왔다.

청소 다 끝나가니까 와서 보라고…

‘아, 벌써…세 시간 만에…?’


살짝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들어섰다.

“새댁이 왔능교? 청소 다 했으니까 함 둘러보이소. 안된데 있으면 지금 얘기하고!”

통화했던 목소리랑은 다른 목소리라서 사장님은 아닌듯했고 아무튼 대장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조금 주눅이 든 나는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그런데 솔직히 어디를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새집이라 청소 전에도 깨끗해 보였으므로, 뭐가 어떻게 달라진지도 잘 모르겠어서

“아 예, 다 된 거 같네요”라고 얘기하는 순간 바닥에 타일 간격을 맞추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들이 진득이가 그대로 붙여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 사장님, 여기 이 스티커는 원래 안 떼주시는 건가요?”

라고 물으니 대장 아주머니는 잠깐 머뭇머뭇거리시더니 표정은 이내 짜증 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러고는 밖에서 짐을 다 챙기고 엘리베이터를 잡고 계시는 나머지 두 분을 향해

"야야! 스티커 제거제 좀 들고 와봐라!"하신다.

그리고는 스티커제거제를 뿌리고 세 분 다 10분 정도 투덜거리시면서 타일에 붙어져 있는 스티커를 긁어내셨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아… 고객이 요구하면 바로 처리할 약품과 도구는 가지고 계셨구나. 역시 전문업체는 다르구나’하고.

어쨌든 그분들이 가고 나서 나 혼자 남은 스티커를 한 시간 정도 더 떼긴 했다.

더 요구했다가는 쌍욕 들을 것 같아서.


아무튼 그 전문청소업체분들은 그렇게 4시간의 짧은 청소를 마치셨다.

스티커를 긁어내면서 표정으로는 쌍욕을 하고 계셨지만 끝내 욕까지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던 훌륭한 서비스 정신을 가진 아주머니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수고했다는 인사와 잔금을 드리면서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비도 함께 드려야 하나 잠깐 고민했다가 아직 덕지덕지 남아있는 타일 위의 스티커들의 잔해들이 나의 오지랖을 눌렀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행님, 다음은 몇동 몇호인교? 밥먹고 갈꺼지예?”

하는 팀원 1 아주머니의 말이 들렸다.


그 순간 학교 다닐 때 수학 내신성적 9등급이었던 내 머릿속에서도 숫자들이 막 조합을 해내고 있었다.

34 더하기 34는 68, 68 나누기 3은 22….

대장 아줌마가 많이 가져간다 해도 이 아주머니들 하루 일당은 20만 원을 넘는 것 같았다.

특별한 기술도 보이지 않고, 특별한 도구나 장비도 보이지 않고, 그저 인건비로만 남는다면,

그리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고소득을 올릴 수만 있다면, 이건 소자본 창업으로는 최고일 거라는 생각.


그렇게 전문청소업체와의 조우는 끝이 났다.

이사 당일날 짐을 옮기서 여기저기 닦이지 않은 먼지들과 도배풀들을 닦으면서 ‘내가 하면 좀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생각들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한다면, 내가 한다면….




직업을 택하는 데 있어 시간 대비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돈이 참 좋다.

억만금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다.

내가 쓸 만큼만 두고 나누는 기쁨도 가질 수 있고.

한때는 이런 내가 속물처럼 느껴져서 무엇을 하던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인양 포장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목적 자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 제2의 직업을 택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시선이나 평판 따위에 신경 썼다면 절대로 선택할 수 없었던 직업.


바로, '청소'다.


나도 내가 미래에 청소를 직업으로 택하며 살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무 겁 없이 청소업체를 운영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앞으로 내게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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