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혜 Jan 13. 2022

청소는 어디서 배우지?

처음 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나는 청소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을 생각했다.

뭐든 내가 직접 운영해야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서 이기도 했고, 중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다져진 수많은 일의 경험들이 나로 하여금 일에 대한 알 수 없는 근자감 같은걸 형성해 놓았다.

그래서 현재 청소업체들의 시스템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그야말로 내가 생각하는 ‘전문’ 청소업체로서의 모습으로 입주청소업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제대로 된 업체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들떠 있었다.

준비단계에서 혼자 하기에는 두렵기도 했고, 엄두가 나지 않아 언니와 함께 동업을 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청소를 배워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 당시에 청소 학원이란 곳은 없었다.

청소를 맡겼던 그때를 되돌아보면 딱히 배울 것이 있을 것 같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가지 기술들과 장비, 약품, 도구 사용법들이 있을듯해서 어떻게든 현업 중인 업체에서 어떤 식으로 청소를 하는지 배워야만 했기 때문에, 결국은 기존의 다른 청소업체에 취업을 해서 경험해 보는 방법을 택했다.

구인광고를 뒤져 한 업체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구인광고 보고 연락드리는데요. 청소원 구한다고 해서요.”

“아. 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어린것 같은데?”

“아. 저 30대 중반인데요. 안 어린데요…”

“대부분 50대 60대분들이 전화 주니까 어린 편이네요”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리고 저희 언니도 같이 일하고 싶은데 혹시 2명은 안 필요하세요?”

“아. 필요하긴 한데 아는 사람 두 명은 같이 안 씁니다”

“그럼 저 혼자라도 일할게요.”

“내일부터 바로 가능해요?”

“네, 가능합니다.”

“그럼 전화 끊고 문자로 주소 보낼 테니까 그쪽으로 고무장갑이랑 마실물 챙겨서 9시까지 나오면 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분명히 사람이 없다는데 왜 지인 2명은 함께 채용하지 않는다든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업체를 운영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이 함께 와서 일을 익히고 난 후 한 사람이라도 일이 힘들어 적응을 못하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빠지게 되면 함께 온 사람이 같이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청소팀은 기본 3명이 한 팀이 되는데 하나의 팀을 이뤄 손발이 다 맞춰진 상태에서 두 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초보 두 명을 새로 가르치며 일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르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 맞다.

그때 그 사장님은 나름의 업체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계셨던 거다.



걱정 반, 설렘반으로 첫 현장에 조금 일찍 가서 기다렸다.

지난번 내가 청소를 맡겼었던 그 업체랑 크게 다를 것 없는 장비들을 끌고 현장으로 올라갔다.

사장님은 커피 한잔 하라 하시더니 일단 화장실부터 청소하라 하셨다.

특별히 어떤 약품을 써서 어떻게 청소하라고 가르쳐 주시지도 않고, 퐁퐁, 락스와 수세미와 걸레 두장을 손에 쥐어주셨다.

“집에서 화장실 청소 많이 해봤죠?”하시면서 나를 화장실로 보내셨다.

집에서야 내가 청소 열심히 한다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청소가 끝난 후에 누군가에게 검사를 받아야 할 일도 없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청소한다지만, 여기서는 나의 청소에 대한 대가가 이루어지는 곳이라 갑자기 엄청난 책임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정신없이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아니 아직까지 화장실 하나도 못 끝내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빨리 끝내고 나와요!”

사장님이 소리를 지르시자 그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시간을 봤다. 9시 20분쯤에 청소를 시작했는데 이미 시간은 12시에 가까워있었다.

원래 손도 빠른 편이라 집에서 청소든 요리든 뚝딱 해치우는 나였는데 너무 긴장한 탓이리라.

정말 눈 깜짝할 새에 흘러버린 시간에 눈치도 보이고 그다음부터는 어떤 일을 어떻게 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청소가 끝나고 사장님은 일이 너무 느리고 서툴러서 내일부터는 안 나와도 된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오히려 다행이다 싶어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나의 이 생생한 체험담을 언니와 공유했고, 우리는 기존 업체에서는 배울 것이 없겠다는 오만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사장님은 나에게 기본적인 청소방법과 얼마 만에 화장실을 마쳐야 한다는 기본적인 시간조차 가르쳐주시지 않았기에 초보인 나는 더욱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약품 또한 시중이나 가정에서 평소에 봐왔던 것들이었기에 새로울 건 없었다.

그래도 창틀 청소는 어깨너머로 배워서 그건 바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온라인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전국에 청소로 유명한 업체들을 찾아 홈페이지부터 블로그까지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울산 현장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꼼꼼한 청소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괜찮다 싶은 것들을 모두 접목시키며 우리만의 청소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후에 다시 한번 얘기하겠지만, 전등 커버 분리 청소, 벽지 청소, 배수구, 환기구 분리 청소, 서랍 전체 탈거 청소, 피톤치드 시공을 추가로 받지 않고 기본 서비스 안에 포함시키기. 등은 울산에서 우리가 최초로 시도했던 청소방법들이다.

그렇게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잘 나가는 업체들을 벤치마킹하여 버릴 건 버리고 접목시킬 건 접목시키며 우리만의 청소업체를 만들었다.

홈페이지도 꾸미고 블로그도 만들고 약품과 장비들도 그때 그 당시 업체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제대로 갖췄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첫 예약 전화가 울렸다.

이전 01화 전문청소업체를 만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