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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은 Aug 02. 2021

새 달을 맞이하는 마음


새로운 달을 맞이할 때면 늘 두렵다. 전달을 마감하는 작업이 주로 내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 당장 가서 재빨리 회의자료를 만들어야되기도 하고. 요즘 다이어리를 안 써서 이번달의 목표라든지, 이번달 내내 마음에 새겨야 할 문장이 뭔지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이게 요즘 날 막 짓누르기 시작한 우울의 원인 중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감사일기도 쓰지 않고, 매 주마다의 목표나 매일 할 일을 정해놓지도 않으니, 그만큼의 보람도 없는 듯하다.




일년의 반이 후다닥 지나가버린 지금, 이제는 올해 무언가를 해내야만 해, 이제 이렇게만 살면 안 돼, 같은 초조한 마음은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이제 2021년을 한 줌 한 줌 흘려보내는 데 너무 익숙해졌다. 그래서 8월의 목표를 정해보자면 딱 두 가지. 소설 쓰기와 잠을 잘 자기. 아닌 게 아니라, 어제까지만 해도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주는데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내지는 나는 혼자 사는 게 안 맞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정말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끝없이 동굴을 파고 들어가다가, 어제 두 번의 낮잠과 8시간을 넘게 꼭꼭 채운 숙면으로 거의 다시 태어난 것마냥 상태가 나아졌다.




간절한 목표 앞에서 인간은 쉽게 도망치곤 한다. 너무나 원하기 때문에, 목표를 이룬 그 이후의 세계는 미지의 영역이므로, 잘못 될까봐, 또 잘 될까봐 무섭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은 어리석기 때문에. 이번 달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지금이지만, 나는 이번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보려 한다. 지금의 이 시국을,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나를 상처주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탓하지 않고, 오로지 내 인생에 책임을 다하여. 밤에 스마트폰을 그만 만지작거리고 잠이 드는 것부터, 운전연수와 소설 쓰기 강좌를 시작하고, 피아노 연습을 계속하며, SNPE도 시작하면 더 좋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친절하고, 그 이전에 나 자신에게 더 친절한 한 달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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