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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Apr 04. 2022

우주의 먼지가 되고 싶어요

  아무야, 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 싶어?


 이런 질문에 다른 사람은 어떤 답을 하는 걸까, 나는 이 물음에 담긴 저의가 궁금하다. 정말 나의 생각이 궁금한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듣고 싶은 답이 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내 안에 쌓여가도 슬며시 웃어 보이며 적당히 답을 한다. 당신 마음에 들만한 답을 찾아 꺼내 보이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실,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현생이나 잘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다음 생이니 하는 가정을 세우고 행복 회로 돌릴 틈 없이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정신없이 집을 나선 순간부터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이불 안으로 돌아올 때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다. 하루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잠들기 전 일기 쓰는 시간뿐이다. 그마저도 열 문장 남짓 쓰고 나면 피곤해서 덮고 눕기를 반복하는 날이 허다하다.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오지도 않은 다음 생을 고민하는 걸까

 

 살아내는 날이 힘겹고 버거운 하루가 부담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때가 있다. 가볍게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희미하게 흩어지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고요히 허공을 떠도는 먼지가 될 수 있다면 가볍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현실이 무거워서 가벼운 꿈을 꾸는 건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할 수 있기까지도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한 채 추측만 늘어놓을 뿐이다. 정리할 시간이 부족한데 생각은 많아서 넘치고 흘러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여유가 있는 어른이 되어가는 거라 생각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저 이 순간을 버티고 나면 조금 더 능숙한 내가 될 거라는 기대와 다르게 현실은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주어진 시간대로 살았을 뿐인데 나잇값으로 청구된 기대감은 끝도 없이 추가되기도 한다.


 매번 새로운 문을 열고 마주할 현실은 어제보다 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분명 감당해낼 수 있을 문제일 것이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헐떡거리는 날도 적지 않지만 여전히 살아있다.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은 불가능함을 알았다. 내 마음에 드는 모습이 되기도 쉽지 않다.   


 여전히 다음 생에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은 어렵다. 완벽함에 집착하며 완전한 하루를 갈망하는 것보다 그냥  먹고  지내며 이번 생을 채워갈 뿐이다. 자주 웃고 즐거워하는 시간이 늘어가길 바란다. 전쟁 같은 하루에 매일 싸워 이길 수는 없지만 지더라도 괜찮다. 나는 아직 여기 있으니까. 아주 작은 먼지 같은 삶이라도  안에서 행복을 느껴가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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