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없이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는 건 사람들 때문이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지만 그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게 하는 것 또한 사람이다.
내가 입원한 병실은 3인실이다. 나는 창가 쪽에 자리 잡고 중간에 있는 언니는 어깨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재발돼서 입원을 했고 입구에 자리 잡은 언니는 사과를 따려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입원을 하게 되었다.
병원만큼 동병상련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아픔이라는 공통분모는 그 어떤 인자보다 끈끈하고 강력해서 이렇게 맺어진 관계는 웬만해선 무너지지 않는다.
이 병실에서 나는 막내이면서 젤 증상이 심하다는 이유로 언니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늘 내 몫을 챙겨주었고 잠깐이라도 외출을 해야 할 때면 필요한 건 없는지 묻곤 했다.
언니가 없어서인지 언니들을 따르는 걸 좋아한다.
두 분 언니 모두 부지런하셔서 병실에 붙어 있는 일이 잘 없었다. 자식에 며느리, 사랑스러운 손주까지 행복한 가정을 일구시느라 무던히도 힘들고 고생을 하시다 보니 몸은 망가지고 병이 들었나 보다.언니들을 보고 있자니 다섯 남매 먹이고 입히느라 밤낮으로 애쓰시던 엄마 생각이 났다.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셨는데 살만해지니 세상을 등지셨다. 딸자식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애쓰던 엄마처럼 새 살이 돋으려면 고기를 많이 먹어야 한다며 족발도 사 주시고 회도 사 주셨다. 간병인도 없이 혼자 꾸려 나가야 하는 병원생활이었지만
언니들이 있어 외롭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이 말을 들여다보면 꽃을 피우는 게 사람이라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람의 손길이 필요 없는 야생화들도 있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