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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Jun 06. 2023

5-?=?

돌봄에 관하여

 한 손만을 사용하여 생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편한 게 손에 한정되었을 땐 어설프긴 했지만 일상생활을 이어 갈 순 있었다.


 하지만 한 팔을 쓸 수 없다는 것은 엄청난 불편함이    따랐다. 화장실에서 옷을 내리는 문제를 비롯해서  씻는 것, 식사  등등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되는 것은 없었다.  이 모든 것 중에서도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가 있는데 그때는 바로 고압산소치료를 받아야 할 때다. 그 이유는 산소통이 좁기도 하고 한 팔로 균형을 잡기 어려워서 자칫하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손이 몸에서

떨어지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재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는 게 최소한의 방법이자 최대한의 방법이었다. 

 남편은 날 혼자 두는 게 아무래도 불안했는지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고 내 생각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그러자고 하였다.

 다행히 병원과 연계된 간병인 업체가 있어서 연락을 했고 다음날 간병인이 왔다.


  간병인은 예순은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 셨는데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이니 잘 부탁드린다면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간병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초보 같았다. 간병에 관해선 문외한인 나지만 돌봐야 할 환자가 경증인지 중증인지에 따라서 지침들이 다르지 않을까.

 나는 경증환자니 미숙한 부분만 조금 거들어 주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침대에 오르려고 하면 짐짝 메다꽂듯 나를  끌어올렸다. 돌봄을 받는 게 아니라 학대를 받는 듯해 기분이 몹시 상했다.

 

 아침에 식사를 해야 하는데 내 식사보다 본인 식사를 챙기느라 바빴고 여러분의 간병인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며 마음은 이미 거기로 가 있었다. 수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입맛이 있을 리가 없는 상황에서 간병인의 상식을 벗어난 태도에 그나마 남아있던 식욕마저 완전히 잃어버렸다.


 이건 아니다 오히려 환자인 내가 간병인 눈치를 봐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언니들도 살다 살다 저런 간병인은 처음 본다며 업체에 전화해서 다른 사람으로 교체를 요청하라고 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지금 간병인은 돌려보내야 할 것 같다고 언니들은  다른 간병인으로 교체를 하라고 하지만 다른 사람도 내 맘에 든다는 보장이 없으니 불편하더라도 혼자 지내볼 테니 돌려보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는지 굳은 표정으로 간병인이 돌아왔다. 그동안 수고하셨고 원래 약속했던 일주일치는 지불하겠으니 그만 돌아가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간병인은 짐을 챙겨 병실을 떠났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이면 일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간병이라는 건 일의 숙련도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자세다. 당신의 아픔을 덜어주기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하며 그 아픔의 시간에 나도 함께하겠다는 마음의 자세.

  

 나는 그 간병인으로부터 나를 배려하는 단 1%의 진심도 느낄 수가 없었으며 그저 시간 때우기에 급급한 간병인의 메마르디 메마른 감정만 마주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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