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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 생명 Jun 23. 2023

5-?=?

이러면 안 되지만

 내가 입원한 병원엔 특이하게도 아기환자가 많다.

산재를 주로 다루는 정형외과 병원에 웬 아기환자일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어릴 적 간혹 육손 육발을 들어들 보셨는지

예전엔 흔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그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단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여성들의 흡연, 유전, 환경호르몬 등이 문제가 된다고 한다.


 치료를 위해선 시기도 중요한데 돌 무렵이 가장 적절하다고 한다. 그전에는 아기들이 통증을 덜 느끼지만 돌이 지나고부터는 통증에 예민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전국 각지에서 예약하기 위해 몇 달씩 대기를 해야 한다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50여 일간의 병원생활을 하면서 4~5명의 아기환자들을 보았는데 그중에서도 엄마 아빠가 같은 부산출신이라 유독 마음이 쓰였던 아기가 기억에 남았다. 아기가 손을 수술하게 되면 침대에 내려놓을 수가 있는데 발을 수술하게 되면 바닥에 다리를 닿게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기가 잠을 자지 않는 이상 안거나 업고 있어야 하니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이 들까...


  아기의 부모는 너무나도 애틋해 보였다. 아내가 아기를 업고 있으면 남편이 밥을 떠서 입으로 넣어주며 서로가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 냉장고에 있는 간식들은 죄다 내주었다.

 

 요즘 세대들도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걱정과 고민이 많겠지만  이렇게 결혼해서 아이 낳아 가정을 꾸리는 커플들을 보면 그렇게 기특하고 예쁠 수가 없다.


 딩크족, 욜로족 등 요즘세대를 지칭하는 말들이 많지만 엄마 아빠란 말보다 따뜻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단어가 있을까.

  

 물론 20대의 내 아이들에게도 결혼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세상에 발을 내디뎠으니 경험할 수 있는 건 경험해 보길 바랄 뿐이다.

타인의 인생으로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않은

자신의 인생을 평가하지 말고 인생의 바다로 직접 뛰어들어 보기를  그 속에 있는 암초나 거친 파도만 보지 말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를.

 

 아이가 커 가면서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더욱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우리 부모들은 부모가 자식을 키운다고 생각하지만 어찌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에서 진정한 부모가 돼 가는 것이고 어른아이에서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다.


 누구나 누릴 수 있지만 아무나 누릴 수 없는 부모 됨의 영광을 젊고 아름다운 그대들이 누릴 수 있길 바라본다.

  

 이상은 흔히 말하는 꼰대의 생각이나 MZ세대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강한 메시지임을 밝히는 바이다.


 아기가 통증을 느끼는 것인지 보채자 부부는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를 했지만 이미 엄마의 길을 겪고 있는 언니들과 나는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고 얘길 해 줬다.

 

  아파서 보채는 아이를 달래느라 아기 부모는 애가 타고 또 탈 텐데 나는 왠지 아기가 부러워졌다.  지금은 이 시간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 시간만 지나고 나면 회복이  가능해지니 앞으로의 시간은 행복한 시간이 될 테지만 회복불능이라는 나의 상황은 행복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픈 아길 상대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한없이 가여워지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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