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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다반사 Dec 19. 2018

겨울의 오케스트라

고베(神戸) 초콜릿의 품위 있는 맛

아오노 켄이치 (BEAMS 창조연구소 소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고베(神戸) 초콜릿의 품위 있는 맛


클래식 음악, 그것도 풀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지금 이 계절에 잘 어울린다.

바람이 잘 통하는 느낌이 드는 작은 앙상블의 실내악은 무더운 시기에 기분 좋게 들을 수 있다면, 겨울에는 소리의 밀도가 높은 것이 좋다. 시간을 들여서 정성껏 만든 빈틈없는 양모의 감촉이 좋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것이라면 이왕이면 직접 음악회장을 찾아가 들었으면 한다.




물리학자이자 작가인 테라다 토라히코(寺田寅彦)의 수필에는 음악회가 자주 등장한다.


“오케스트라의 북을 치는 사람은 아무리 보더라도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역할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영광의 왕관을 바라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 시키기에는 조금은 불쌍한 역할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역시 상당히 중요한 역할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북을 치는 연주자에 대한 어떤 호감을 품게 해준다.” (『단장(短章)-1』)


"언젠가 우에노(上野)의 음악회에 선생님과 둘이서 다녀왔을 때, 우리 바로 옆 자리에 23,4살 정도의 부인이 있었다. 꽤나 수수한 복장으로 머리카락에 기름 단장을 한 느낌도 없는 아무런 기교도 없는 트레머리였다. 색깔도 약간 옅은 검은색 정도로 덧붙이자면 안경을 끼고 있었다. 하지만 뒤편에서 대각선으로 바라본 옆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단장(短章)-1』, 「여인의 얼굴(女の顔)')처럼」)


두 번째 인용문에 등장하는 '선생님'은 나츠메 소세키(夏目漱石)를 지칭하는데, 두 사람은 우에노의 음악학교(현재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에서 열린 정기 연주회에 자주 발걸음을 옮긴 듯하다. 앞서 언급한 것 외에 수필 '축음기(蓄音機)'를 읽으면 테라다 토라히코가 상당한 음악 애호가임을 잘 알 수 있다.




테라다 토라히코 보다도 100년 조금 전인 1776년에 태어난 에른스트 호프만(Ernst Hoffmann)도 음악에 열성적인 작가였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코펠리아’는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대왕』과 『모래 사나이』를 기초로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호프만은 음악가로서 살아가려고 했다.


1778년 부모님의 이혼으로 외갓집에 맡겨진 호프만은 법률가인 삼촌과 예술에 조예가 깊은 숙모 덕분에 가정 음악회를 자주 접하면서 음악과 친해졌고, 1792년 작곡, 문학 작품의 습작을 시작한다. 그리고 2년 후에는 19세의 나이에 1차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사법관 시보를, 22세에는 2차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베를린 대심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후 나폴레옹 전쟁 때문에 실직한 기간도 있었지만 1816년 40세에 대심원 판사를 역임한다.


음악, 문학을 다루면서도 법조계에 몸 담았던 호프만은 20대 중반부터는 자신이 만든 음악극의 상연과 교향곡 지휘자 등 활발한 예술 활동을 했다. 실직 중이었던 32세에는 반베르크 극장의 음악 감독을 맡았으며, (비록 그곳에서의 지휘자 데뷔는 실패했지만) 2년 후에는 같은 극장의 지배인 보좌를 맡으며 작곡가, 무대장치가, 의상 등을 담당했다.


그 사이에 첫 문학 작품인 「기사 글루크」를 『일반 음악 신문』에 발표했고, 음악 평론도 기고하게 되었다. 30대 후반에는 집필가 활동을 활발히 했지만, 경제적 안정, 작가와 작곡가라는 입지가 세워진 시기는 오페라 『운디네』가 왕립 극장에서 초연되기 시작한 마흔 살 무렵이었다. 척추에 발병한 카리에스로 세상을 떠난 것이 46세라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짧은 봄이었다.


이러한 경력을 지닌 호프만이기에 작품 속에도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모래 사나이」에 등장하는 자동인형 올림피아는 “꽤 훌륭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고 난 후 화려한 아리아 한 곡, 약간 날카로운 유리 종소리와 같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고문관 크레스펠」의 크레스펠의 딸인 안토니아는 이 세상에 있지 않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그 목소리는 흉부의 기질적인 질환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안토니아는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대로 계속 노래를 한다면 앞으로 고작 반년 정도 살게 될 것”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호프만 작품 속에서 음악은 죽음과 파멸, 파괴와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위의 「고문관 크레스펠」에서 크레스펠은 바이올린을 만들기도 하지만 바이올린의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서 명기라 불리는 고가의 바이올린을 분해, 확인하면서 조각조각 흩어진 채로 두고, 제작한 바이올린도 한 번 연주하면 벽에 걸어서 내버려 둔다.


덧붙여서 이야기하면 호프만 작품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대다수는 어떠한 초월적 존재, 기분 나쁜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모래 사나이 / 고문관 크레스펠』(코분샤 고전 신역 문고 출판)의 역자 오오시마 카오리(大島かおり)의 해설에 의하면 호프만은 빠른 속도로 생각나는 대로 작품을 써나갔으며 퇴고도 하지 않았는데 음악에 대해서는 느린 속도로 적었다고 한다. “음악이야말로 호프만에게 최고의 예술이기 때문에 정작 글을 쓸 때에는 자신의 작품 완성도에 불안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해설을 생각해보면, 호프만에게 음악은 이상(理想)인데, 이상으로 생각하는 음악을 스스로 만들어 내고, 그 음악을 만든 본인이 초월적인 존재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뒤섞이면서 그의 문학 작품 속에 투영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테라다 토라히코와 호프만, 그 인물과 작품 속 클래식 음악을 이야기했지만, 먹을거리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여기에 글을 적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생각해서 니혼바시(日本橋) 다카시마야(髙島屋) 지하를 따라가 보니 ‘몽 로와르(モンロワール)' 쇼케이스에 있는 초콜릿이 눈에 들어왔다.


고베 오카모토에 본사가 있는 ‘몽 로와르(モンロワール)'는 '리프 메모리(リーフメモリー)'라는 새끼손가락 손톱 정도 크기의 잎새 모양의 초콜릿이 유명하다. 이번에 구입한 것은 그 이름도 '멜로디(メロディー)'라는 제품. 아울러 지금 계절에 걸맞은 'X'mas 스노우 크리스탈(X’mas スノークリスタル)' 이름의 초콜릿도 구입했다.    


몽 로와르의 초콜릿 제품. (위) 멜로디 (아래) X'mas 스노우 크리스탈

'멜로디'는 포장지에 리본, 'X'mas 스노우 크리스탈'은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키는 은색 상자에 리본이 장식되어 있다. 리본을 풀고 상자 덮개를 열면 '멜로디'는 그 이름이 나타내듯이 악기들과 높은음자리표 모양이 있다. 다크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의 두 종류인데 각각의 그림은 다크 초콜릿에는 밀크 초콜릿, 밀크 초콜릿에는 다크 초콜릿으로 조합하여 표현되고 있다. 이 그림이 입체적이고 정교해서 탄식이 새어 나올 정도다. 높은음자리 이외의 악기를 들어보면 바이올린, 피아노, 호른, 하프, 트럼펫. 높은음자리에는 정확히 오선지도 그려져 있다.


몽 로와르의 초콜릿 제품, '멜로디'


이번 주역은 '멜로디'지만 'X'mas 스노우 크리스탈'도 상당히 공들인 제품이다. 밀크 초콜릿, 다크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의 세 종류로 표면에는 눈 결정을 본뜬 그림이 인쇄되어 있다. 이 제품은 크리스마스까지의 한정 상품이다. '몽 로와르'에서는 모든 제품의 기본이 되는 다크 초콜릿은 벨기에산 제품을 사용하며, 밀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은 단 맛을 한층 줄이고 있다. 요는 어른도 좋아할 수 있는 초콜릿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먹어보면 다들 부드러워서 미국산 대량 생산품과 같은 목에 닿는 달큼한 맛이 전혀 없는 것이 좋다.


'몽 로와르'의 본점인 '초콜릿 하우스 몽 로와르(チョコレートハウスモンロワール)'가 오픈한 것은 1988년이지만 그 역사는 1935년에 마에우치 사네하루(前内実治)가 오사카(大阪) 스미요시(住吉)에서 제과업을 시작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마에우치 제과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초콜릿 제조를 시작한 때가 1958년으로 초콜릿으로 한정해도 거의 60년 가까이 된 것이다.


몽 로와르의 초콜릿 제품, X'mas 스노우 크리스탈

스페인 정복자가 신대륙에서 스페인으로 가지고 돌아와 17세기에는 유럽에도 전해지게 된 초콜릿이지만 원래는 카카오 원두에 멕시코산 고추씨와 아니스 씨, 설탕 등을 첨가한 약이자 음료였다. 레이 탄나힐의 『미식 갤러리』(야사카 쇼보 출판)에 의하면 스페인 사람들은 카카오 원두에 설탕과 꿀만을 첨가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바닐라나 시나몬도 첨가하는) 방식으로 초콜릿 제조법을 간략화했다고 한다. 현대 초콜릿의 기본적인 맛은 이 당시에 결정되었다고 생각해도 좋지만 고체 형태의 초콜릿이 등장한 것은 19세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어쨌든 지금은 약효라는 측면은 그다지 조명되지 않고 있지만 커피 등과 함께 맛보는 것으로 긴장을 풀 수 있다던지 차분한 시작을 보낼 수 있는 측면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초콜릿도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이 겨울에 좋아지게 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테라다 토라히코는 「커피 철학 서론 (コーヒー哲学序説)」에서 집에서 노력해서 커피를 내리는 것 보다도 '인조라도 대리석이나, 우윳빛 유리 테이블 위에 은제 식기가 빛나고 있고 한 송이의 카네이션의 향기라도 맡을 수 있는' 집기가 갖춰진 가게에서 마시는 편이 커피다운 맛이 난다고 기술하고 있다. "커피의 맛은 커피에 의해 불러내어지는 환상곡의 맛으로, 그것을 불러내기 위해서는 역시 적당한 반주 혹은 전주가 필요한 듯하다."라고 하는 음악 애호가인 토라히코 만의 내용이지만 '멜로디'에 나타난 초콜릿의 악기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듯이, 커피가 반주를 맡고 있는 저녁이 있어도 좋지 않을까. 좋아하는 레코드라도 틀어본다면 완벽할 것이다.  



멜로디 (대 / 24개입) , X'mas 스노우 크리스탈 (15개입)  (メロディー(大/24枚入り)、X’mas スノークリスタル(15枚入り))  |  몽 로와르(モンロワール) https://www.monloire.co.jp/


※ 2016/12/03 ippin 게재 원고로 본문 내 정보는 게재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https://ippin.gnavi.co.jp/article-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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