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남편과의 타쉬켄트 여행기
자기 뭐라고 욕한 거야? 한국 여자 정말 무서워~
자기 재밌어? 기분 나쁘다고! 자기는 러시아 말할 줄 알면서 왜 욕 안 해 자기가 더 나빠
작년 9월 남편과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 여행 중에 있었던 일이다
타슈켄트 여행 첫날 남편과 마트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잡으려고 서있는데 어떤 차 한 대가 속도도 안 줄이고 우리 쪽으로 달려와 너무 놀라 심장이 터질뻔했다
하마터면 사고 날 뻔했다
러시아 여자 두 명이 타고 있었는데 차를 멈추어 세우더니 뭐라 뭐라 하고 다시 가는 게 아닌가
이에 질세라 나도 한국말로 고래고래 시원하게 욕을 퍼부어주었다
자기들이 잘못한 건데 자기들도 외국인이면서 어디서 내국인 행세야!!
택시를 탈 때마다 느낀 건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사람들이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10년 된 면허가 있는 나지만 우즈베키스탄에 살게 된다면 운전은 안 할 생각이다
새가슴인지라 우즈베키스탄에서 찻길을 건널 땐 항상 긴장하며 다녔고 신호등도 엄청 빨리 바뀌어서 항상 뛰어다녔다
여행 첫날부터 기분 이별로 안 좋았는데 남편에게 데이트 코스 짜 놓으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당일이 돼서야 뭐하고 싶냐고 묻는 남편이었다
자기 미리 어디로 갈지 알아보라고 했잖아. 차도 없고 로밍도 안해와서 인터넷도 안되는데..
공원 갈까?
또 공원가? 데노브에 있을 때 계속 공원만 갔는데..
남편은 어디 가자고 하면 공원만 주야장천 데려간다.
남편이 살고 있는 데노브는 그렇다 쳐도 타슈켄트는 놀데가 많을 텐데 여기 와서 또 공원이라니
그때는 티격태격 해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남편은 15살부터 러시아에서 살았고 그 뒤로는 한국에서 생활해서 어쩌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관광 온 여행객보다 더 잘 모는 게 당연했다
타슈켄트에 있는 동안 그냥 우즈베크어를 할 줄 아는 현지인과 다닌 것 같다
일단 가보자는 말에 일단 지하철을 타고 내려서 하염없이 걸어서 공원에 가고 있었다
막상 가니까 엄청 넓고 호수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고 사람들도 많고 너무 좋았다
별로 안 좋아? 그래도 해지니까 날씨 시원하고 좋다 그렇지?
그러게. 우즈베키스탄은 무슨 공원이 이리 많은지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 땅도 넓고. 한국처럼 안 비싸니까 좋지?
몰라~
모른다고 말했지만 나는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한국이 더 좋은 곳도 많지만 외국이다 보니 그 자체로 설레었던 것 같다
배가 고파 공원에서 나와 집으로 가면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한국이었음 진작에 근처 맛집을 검색했을 텐데 인터넷에 정보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남편은 가다 맛있는 집 같으면 들어가 보자고 하는 것이다
공원을 나오면서 타슈켄트에서 여행은 물 흐르는 대로 콘셉트로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래야 안 싸우고 재밌게 놀 수 있을 테니까
집으로 가는 길에 테라스가 시원하게 뻥 뚫려있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타슈켄트 여행이 행복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물가가 저렴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거의 외식을 안 하는 우리 가족이어서 우즈베키스탄 여행 중에는 원 없이 외식하기를 해보고 싶었다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맛있는 음식들과 음료를 주문했는데
둘이 배 터지게 먹어도 한국돈 10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밥 먹을 땐 만수르가 된 기분이다
우리는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날씨가 시원하고 좋아서 타슈켄트를 걸어 다녔는데
우즈베키스탄의 9월 날씨는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데 참 좋은 날씨였다
8월 말에서 9월 초에 가면 맑은 가을 날씨의 여행을 할 수 있다
다음날 우리는 타슈켄트 시장 구경도 할 겸 렌즈를 사기 위해 시장에 가고 있는데
시장 길목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바구니 하나 놓고 체중계 앞에 앉아있었다
자기 이거 몸무게 재고 돈 주고 하는 거야?;;;
응~
정말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대단하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개인사업이네
정말 별 애별 사업이 다 있어~
안경집에 들어가 렌즈가 있냐고 물었는 데 있다고 하셔서 시력을 재기 위해 안경을 드렸다
근데 난시가 조금 있는 내 눈인데 맞는 렌즈는 없다고 한다
다른데 가도 다 없을 거라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그러고 보니 안경 쓴 사람을 많이 못 봤다. 이곳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시력이 엄청 좋은 것 같다
할 수 없이 그냥 나와 길을 걸으며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쫑알쫑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 자꾸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남편은 앞에서 나와 가면서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한국어 공부하는 우즈베크 학생들인가 봐. 자기가 뭐라고 말하는지 듣는 거 같아
쓸데없는 거 조잘거렸는데ㅠㅠ 말하지 말아야겠다
지난번에 남편이 사는 동네에 유명하다는 관광명소인 어느 폭포에 간 적이 있는데 같이 사진 찍자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남편은 모르는 사람들이랑 사진을 왜 찍냐며 탐탁지 않아했지만 나는 타지에서 온 외국인을 환대해줘서 좋기만 했다
내 생각인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꼬마는 나에게 니하오라고 인사하기도 했지만
집에 가는 길에 택시를 잡았다
보조석에 한 여자분이 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기사님 여자 친구인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은 합법적인 건 아닌데 차있는 사람들이 가는 길에 같은 방향이면 태워주고 돈을 받고 또 대학생들은 작은 차 한 대 구매해서 택시 아르바이트하며 학비를 마련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였고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택시잡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차들이 모두 택시이다
처음에 목적지를 말하면 운전기사가 가격을 말하는데 괜찮으면 타는 것이다
우리는 그날 데이트하고 있는 커플이 탄 경차를 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다가 서서 남편에게 뭐라 뭐라 하더니 물을 사러 들어간다
아무리 리터기 달고 가는 건 아니라지만 이게 무슨 일인지. 노래는 엄청 크게 틀고 앞에서 둘이 신나게 떠들면서 운전하는데 누가 보면 스포츠카 타고 여행이라도 가는 줄 알 것이다
그때는 황당했는데 남편이랑 내려서 이야기하는데 웃겨서 둘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밖에도 밤에 위험해서 친구를 보조석에 태우고 알바를 하는 젊은 친구 차도 타봤고
한 번은 남편의 사촌 동생들이랑 다 같이 있어서 택시를 두대를 잡아서 가는데 내가 탄차가 접촉사고가 났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운전하시는 분이 내리더니 상대방 운전자와 짧게 무슨 말을 나누고 다시 차에 탔다 그리고 우리를 바로 도착지에 내려주었다 나중에 전화로 물어주기로 한 건지
우리한테는 무슨 걱정의 한마디를 안 하시고. 한국이었음 진단서행 이었을지도
남편집에서 타슈켄트로 가는 길에 예쁜 풍경도 보았는데 우즈베키스탄의 시골은 정말 시골이다
몽골은 안 가봤는데 몽골 느낌도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집만 덩그러니 있는 걸 보면 운치도 있고 멋있기도 했지만 심심하고 불편할 것 같은데 어떻게 살까 하는 신기한 생각도 들었다
평지에 땅에 닿아있어 밤에 차를 타고 갈 때 별들이 쏟아져 내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지방에서 도시인 타슈켄트로 이동할 때는 밤에 택시로 이동하는데 차가 없어 빨리 갈 수도 있고 여름은 낮에 더워서 밤에 많이 간다
위험하긴 하지만 운전기사님의 졸음을 쫓기 위해 우즈베키스탄 노래를 듣고 달렸던 택시에서 나는 좋은 추억거리 하나 생겼다
수도인 타슈켄트는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다 러시아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 같다
편의점이 없고 카페는 눈을 크게 뜨고 찾아다녀야 된다 편의점이 없는 건 꽤나 불편했다
뭐 불편한 건 천지겠지만
그래도 타슈켄트는 한국사람이 살아도 언어만 문제없다면 살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사람들도 착하고 물가도 싸고 땅이 커서 집은 넓고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면
뛰어놀기 좋고 타슈켄트는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도 잘되어있고 교육도 그룹과외 형식이 많다고 하는데 교육비용도 한국과 비교가 안되게 싸니 나는 긍정적이다
마지막 날 밥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동안 제일 많이 먹고 좋아했던 케밥을 먹으러 갔다
맛있어 보이길래 들어갔는데 실패.
정말 한국의 인터넷 맛집 정보가 다시 한번 그리운 순간이었다
남편은 별로 배가 안고프다고 해서 저 혼자 먹고 있었는데 저~끝에 앉은 어려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남편에게 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남편은 한국의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한국에 오고 싶은데 비자받는 방법도 그렇고 일자리 구하는 것 등 여러 정보를 알고 싶다고 연락해도 되냐고 했다고 한다
비자받고 한국 온 지 오래돼서 잘 모르는데 알고 있는 건 가르쳐주겠다고 하고 번호를 주었고
우즈베키스탄 사람들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동안 사람들이 너무 잘해주어서 감동 잔뜩 받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 뒤부터인 것 같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 더 친근해졌고 주변에 남편 친구나 지인들에게
불편한 것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 같다
나는 외국인도 다 같은 외국인이 아니다 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다 마치 사람마다 레벨이 있는 것처럼
백인에 대한 환상. 흑인이나 우리와 같은 황인종이지만 그들에게 색안경을 끼고 있었던 것이다
3개월이라는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인종에 대한 나라에 대한 차별. 색안경을 끼고 있던 내가 외국인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