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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in Mar 12. 2020

우즈베키스탄 가족의 아메리칸식 아침

우즈베크 가족의 생소한 메뉴인 샐러드 만들기

가스가 차서 배가 아파.

요즘 남편이 자주  하는 얘기다.


요즘 들어 왜 소화를 잘 못 시키나 인터넷에 이것저것 알아보니 가스가 차는 이유는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등의 이유들이 있었는데, 딱 봐도 밀가루에 기름진 음식 먹어서 인 것 같지는 않았다.

평생을 고염식의 기름진 밀가루 음식을 먹었던 남편인데 그렇다면 스트레스?

남편이 직장을 옮긴 후 딱히 스트레스받는 일이 없어 보였는데 왜 저러나 싶어 일단은 아침식사부터 바꿔보기로 했다.

내가 정한 아침식은 바로 콥 샐러드!

Cobb'이라는 셰프가 주방에서 남은 야채로 만든 샐러드라는 데서 유명해진 샐러드로,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로 간단히 만든 샐러드를 말하는데 작은 깍둑썰기로 일렬로 이쁘게 나열한 콥 샐러드에 꽂히고 말았다.


우리 집 식사는 항상 기름지고 밀가루나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고 야채를 많이 안 먹는 집이라 아침만큼은 가볍게 먹어주고 싶었다.

출산을 하고 빠지지 않는 나의 살들도 샐러드를 먹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사실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남편이 새벽에 출근을 하는데 항상 어머님이 일어나셔서 남편에게 아침을 차려주셨다.

삶은 계란과 바게트 빵 견과류 등 가끔은 빵을 계란을 입혀 튀기기도 하고 빵에 계란과 치즈를 넣어서 이것저것 만들어 주셨는데 항상 우리는 빵 빵빵이 었다.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집에 있는 소중한 시간엔 아이와 시간 보내기도 바빠서 평일엔 집안일을 항상 뒷전에 두고 있었는데 우리 집 아침이라도 내가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이 뭔가 밉상일 듯한 며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찔려서 이런 마음을 먹은 것일 수도 있고.


열심히 가족들과 장을 보고 4시에 알람을 맞춰놓았는데 남편이 나가는 문소리를 듣고 일어나버렸다.

이런. 깨우라니까 안 깨우고 살며시 출근했버렸고, 결국 또 어머님이 아침을 차려주신 것 같다.

남편과 다툴 때 남편은 완전히 나보다 시어머님 편이라면서 서운하다고 말하는 나인데 이럴 때 보면 가끔 알게 모르게 나에게 좋은 남편이기도 한 것 같다. 집안일을 잘 못해서 그런지 나보다 어머님에게 더 의지하는듯해 보이는데 그런 건 왜 서운하지 않을 걸까~

이날 나는 남편에겐 못해줬지만 그래도 열심히 샐러드를 만들었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가 하루아침에 우리의 식사가 너무 가벼워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우유에 재운 닭가슴살을 튀겨 돈가스를 만들었는데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에 돈가스를 먹어본 적도 없는 가족에게 닭 가스를 해주자는 생각이 들어 만들었다.

살이 야들야들 부드러웠고 아침 샐러드는 며칠 못 갈 것 같다는 걱정을 하였지만 이 닭 가스 덕분에 좀 더 오래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샐러드를 다 만들고 아홉 시쯤 되니 어머님께서 일어나셨고, 샐러드를 보고 좋아하셨다.

처음 해보는 콥 샐러드

요리를 잘 못하는 나지만 요리에 대한 열정은 항상 남달라서 어머님은 나의 음식을 기꺼이 잘 드셔주시는 것 같은데 요즘 어머님도 살이 부쩍 찌셔서 훌라후프를 하시는데 샐러드를 보고 반가워하셨다.

그리고 하신 한마디는

"소금 넣었지?" 

샐러드를 보고도 소금을 찾으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옆에 소스를 가리키며 소스랑 드시라고 말씀드렸고 어머님이 드시는데 맛있다고 하셨다.

아이도 닭가스를 아주 맛있게 먹어주었고 출근 전 아침이 분주했지만 뿌듯한 하루였다. 내일은 기필코 남편에게 샐러드를 해주겠노라. 다짐하였다.

음식 사진을 찍어서 친정엄마에게 보여주면 엄마는 음식이 점점 느는 것 같다는 말을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하지만 나도 주부 5단 정도가 되면 평소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레시피 없이 감으로 뚝딱 할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남편은 뭐가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항상 아무거나라고 대답하는 남편인데 해주면 며칠 굶은 사람처럼 참 잘도 먹는다. 요리를 잘 못해도 타박하지 않고 맛있다고 말해주니 요리의 열정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실력은 부족하지만 마음을 담아서 정성으로 건강식에 도전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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