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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미 Jul 07. 2021

또다시 부동산 투어

집 구하기 도대체 언제 끝나나요?

첫 번째 부동산 투어 후 터덜터덜 집으로 와 엄마에게 그날 하루에 대해 이야기했다. 엄마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집 구하는 게 쉬운 게 아니지?' 하면서 웃었다. 그래... 정말 집 구하는 건 쉬운 게 아니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 나도 모를 자신감(?)이 살짝 있었나 보다. 그 마음은 처참하게 폭삭 무너졌다.


그래도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어떻게 결심한 독립인데! 감정을 조금 빼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나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았다. 자유를 위해, 나를 위해 독립을 하겠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독립 프로세스는 [독립을 하자! -> 먼저 뭘 정해야 하지? -> 동네를 정하자! -> 부동산을 정하자! -> 집을 정하자!]였는데 현재는 마지막 단계에서 다시 '독립을 하자...'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바뀐 점이 있다면 이젠 독립을 '하자!'가 아니라 '하자...'라는 것?


어쨌든 나는 다시 먼저 뭘 정해야할지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같은 동네로 알아봐야 할까? 생활권은 좋았지만 빽빽한 골목 안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 계속 걸리긴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금액이 비쌌다. 집의 컨디션과 나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에도 비쌌지만, 다른 동네라면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동네를 알아보기로 했다. 이전 동네만큼 회사 동료들이 많이 산다는 다른 동네 한 곳을 다시 골랐다. 회사와 30분 거리로 이전 동네보다는 더 멀지만 매물도 많고 집값이 좀 더 저렴하다는 동네였다.


정리했던 매물 리스트 중 일부

다만, 이번에는 믿을만한 부동산을 소개받지 못했다. 매물이 많은 동네인 만큼 부동산, 중개인간의 경쟁도 치열하고 부동산마다 갖고 있는 매물도 달랐다. 어쩔 수 없이 발품 전에 손품을 많이 팔아야 했다. 일주일 정도 계속 각 부동산 플랫폼을 뒤지면서 마음에 드는 매물, 부동산을 쭉 리스트업 했다. 가장 매물이 많은 직방에서 선택지를 확보하고 다방에서 후기를 보면서 부동산을 걸렀다. 그리고 추려진 매물들을 네이버 부동산에 검색해보면서 시세가 적당한지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렇게 몇 문장으로 적다 보니 간단하지만 매물 하나를 리스트에 넣고 뺄 때도 수많은 고민을 해서 리스트업 하는 과정이 꽤 힘겨웠다. 그렇게 추려진 리스트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첫 번째 부동산에 문자를 넣었다.


"안녕하세요. OO매물 보고 연락드립니다. 해당 매물 보러 갈 수 있을까요? 이 외에도 XX동네 근처로 비슷한 금액대의 매물이 있다면 같이 보고 싶습니다."


문자를 넣은 지 얼마 안 되어 바로 전화가 왔다. 아쉽게도 내가 문의한 매물은 방금 나갔지만 비슷한 매물이 많은데 한 번 보러 올 수 있냐는 것. 그리고, 좋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빠르게 나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오면 좋다고 했다. 사실 '문의한 매물이 방금 나갔다'는 말은 곧 그 집이 허위 매물이라는 뜻과 같지만 우선 중개인 분이 친절하셨고 내가 원하는 조건을 상세히 여쭤보셔서 조금은 신뢰가 갔다. 또 마침 3월이 이사철이고 매물이 많이 나오는 철이라고 해서 왠지 시간에 쫓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미 첫 번째 부동산 투어 이후 2주가량이 지난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 번 믿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다음 날 퇴근 후 부동산에 찾아가기로 했다. 이번엔 집 구할 때 확인해야 하는 부분을 더 꼼꼼히 준비하면서 꼭 내 집을 만나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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