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1년을 기대하며
SNS에서 제공하는 통계 기능을 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사실이 보인다. 내 SNS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당연히 모두 한국인일 것이기에 그분들의 지역도 모두 한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들여다본 방문자의 국가 정보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체 방문자의 4분의 1, 25% 이상이 ‘호주’에 사는 분들이셨다. 너무 높은 숫자여서 많이 놀랐다. 별 필터링 없이 뱉어내는 말과 정보들을 한 번쯤 더 생각해야겠다. 세상은 많이 좁으니까 말이다. (해당 SNS 통계는 '네이버 블로그' 기준)
그 호주에서 계시는 방문자 분들 중 한 호주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번에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호주에서 지내는 분들을 인터뷰하시는 중인데, 내게도 여쭤봐 주셨다. 마침 1년이 돼가는 참이어서 한 번쯤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기에 흔쾌히 받아들이고 감사의 말씀을 전했다. 그래서 오늘은 인터뷰 질문으로 주신 10 문 10 답을 통해 지난 1년간의 호주 생활을 돌아보고자 한다.
아빠를 부를 때와 아빠라고 불릴 때의 차이를 알아가는 꿈이 ‘좋은 아빠’인 남편입니다. 한국에서 공동육아로 약 3년 수련 후, 직장 11년 차에 육아휴직을 내어 호주에서 전업주부로 맹활약 중입니다. 와이프와 아들과 함께 호주에서 지낸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작년 초부터 우리 부부와 아들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에서 맞벌이 생활을 하며 나름 풍족하게 살던 우리 부부에게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힘겨운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지, 그리고 앞으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곧 학교를 가야 하는 아들을 한국의 전형적인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밀어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바로 모든 것을 일단정지시켜놓고 호주에 살아보기로 결정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장소가 호주였던 이유는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만족시키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1년 개인 휴직을 더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주 복합적입니다. 우선 지난 1년의 생활이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와이프도 건강과 활력을 되찾았으며 아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자연에서 뛰어놀며 다채로운 경험을 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저도 저만의 시간과 휴식을 가지며 육아 담당자로서, 아빠와 남편으로서 고군분투와 성장을 함께 해왔습니다. 이런 시간을 갑자기 뚝 중단하며 놓치기 싫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정황도 고려되었습니다. 당분간 코로나 사태가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고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누군가는 아들을 돌봐야 하는 문제는 그대로 남을 것이었습니다. 아들은 지금 이곳에서 건강하게 지내며 온몸으로 새로움을 흡수하고 있는 중이고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되는 지금을 불확실하게 어영부영 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그 돌봄을 제가 더 계속하고 싶어 져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생각나는 3가지를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생활 패턴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듭니다. 요즘은 5시에 일어나서 저녁 9시 전에 잠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패턴이었습니다. 몸이 훨씬 건강해지고 피곤함이 없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남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입니다. 아무래도 직장에 나갈 일도 없고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보니 괜히 차려입을 일도 괜히 체면 차릴 일도 없으니 너무 좋습니다. 한국에선 언제나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전전긍긍했었는데 여긴 그러지 않아도 되니 정말 좋습니다.
마지막은 익숙해져 가는 영어입니다. 영어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지만 노출이 많이 되다 보니 몸이 적응해서 익숙해져 갑니다. 무슨 뜻인지 무슨 말인지 여전히 바로 모르지만 처음의 그 어색함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역시 마음보다는 몸이 더 적응을 빨리하는 것 같습니다.
선샤인 코스트 누사로 여행을 갔을 때 갔던 '더블 아일랜드 포인트’입니다. 저는 물, 특히 바다를 무서워합니다. 그때 바다거북과 돌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신청한 원 데이 패키지 트립이었는데 열심히 2시간 동안 아들을 태우고 2인용 카약을 몰아서 깊은 바다로 들어갔습니다. 순간순간 너무 무서워서 아찔했지만 기대하고 있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안타깝게도 그날은 어쩌다 있는 ‘허탕 치는 날’이었고 많이 맥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쿨하게 돌아서는 다른 여행자들을 보고 꽤 충격이었습니다. 만약 한국이었으면 갖은 불만에 환불 요구에 난리였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즐거운 분위기 덕분에 실망스러웠을 아들도 별 내색 없이 잘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뭔가 호주의 자연과 삶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아쉽지만 유쾌한 경험을 준 곳이라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사실 우리 가족은 집돌이들입니다. 우리 부부도 집에서 하루 종일 놀아도 전혀 심심하지 않고 아들도 나가서 놀까, 집에서 놀까 물어보면 100면 99 집에서 논다고 하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몇 달간의 집콕 생활이 별로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와이프의 한식 요리 실력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생존형 요리를 하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끼니만 적당히 넘기는 스타일입니다. 와이프는 전혀 다릅니다. 항상 연구하고 도전하고 해 봅니다. 그래서 지금은 한국에서 보다 훨씬 더 한식을 잘해먹고 있습니다. 우리 집은 정말 ‘한식 맛집’입니다.
우선 못해서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못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호주에 온 것 자체가 가장 잘한 일입니다. 계속 미루지 않고 이렇게 결정해서 바로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감사한 일은 아들이 유치원과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것입니다. 적응을 잘해준 아들에게 고맙고, 보살펴 주시는 좋은 선생님들에게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한 것은 정말 잘 한일입니다.
아직 안 가본 호주의 지역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당장은 어렵겠지만 가보고 싶은 호주 곳곳을 여행해보고 싶습니다. 그중에는 ‘로드 트립’도 있습니다.
‘지금’ ‘바로’ '행복'한 생활입니다.
오며 가며 뵌 한인 분들에게 많이 도움을 받고 지냈습니다.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지내는 동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인터뷰 질문에 답을 하며 스스로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 글은 예쁘게 꾸며주셔서 해당 커뮤니티에 게시되었다. 보내드린 내용과 사진으로 정성스럽게 꾸며주셔서 감사했다. 덕분에 추억이 하나 생겼다. 그 추억을 이곳에 기록해둔다. 돌아보고 나니 앞으로 1년이 더욱 기대된다. 우리의 삶은 정말 순간순간 미지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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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