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사회/생활/문화/분위기 3편
지난 편까지는 호주의 전반적인 가족 문화와 실내&야외 문화 등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호주 사람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친절함, 모두가 어쩐지 많이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인종차별, 그리고 더더욱 우리 문제의 핵심인 영어, 그중에서도 호주 영어에 대해 남겨보겠다.
확실히 서양문화권이라서 그런지 긍정적인 분위기가 많다. (내가 사대주의 성향이 없지 않아서도 있겠지만, 1편에서 이야기했던 누굴 만나든 인사하는 문화 등을 비추어 보면 이들의 문화적 특성인 것 같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 식대로 표현하는 말이 있는데... ‘여긴 못해도 굳이야~’ (‘못 먹어도 고’ 아님) 무언가에 대한 평가가 매우 관대하고 칭찬이 넘쳐난다.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나의 기준일지도 ^^;;)
수준 미달로 보이면 바로 ‘좀 별로... 이러이러해서 아닌 것 같아’라고 하기 쉽고,
어느 정도 수준이 넘어도 ‘괜찮은데?’라고 한다.
누가 봐도 대단할 경우에도 ‘오 좋은데?’ 정도로 표현이 될 것이다.
이곳 호주에서는...
좀 애매모호할 경우에도 ‘굳! 베리 굳! 웰던!’이 바로 나오고,
적당한 수준만 넘으면 바로 ‘엑설런트! 브릴리언트!’가 터져 나온다.
그 이상의 경우에는 뭐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탄 미사여구나 다 동원된다. ‘어썸! 골져스! 페블러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우리의 경험은... 여기 온 지 정말 며칠 되지 않아서 집을 보러 다닐 때였다. 집을 보여주시는 할머니께서 아들에게 영어로 말을 걸자 우리는 ‘아직 영어를 못해요~’라고 했는데...
‘아! 이제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구나! 어린 친구들은 순식간에 배울 거니까 전혀 걱정하지 마~’
우리 부부 둘 다 한방 맞은 기분이었다. 누군가는 지금 하지 못한다고 표현하고 누군가는 이제 막 배우기 시작했다고 표현하다니... 가끔은 가려서 들어야 할 정도로 너무도 긍정적이고 칭찬의 말들이 넘쳐나는 이곳이 좀 낯설기도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는 밝은 에너지를 서로 주고받는데 참 좋은 것 같다.
‘친절함’이라는 것은 참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판단하는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호주에서 보낸 입장이 관광지에서는 여행객으로 (돈을 쓰는 입장), 그리고 이곳 선샤인 코스트에서는 지역적 특성(여유롭고 한적한 지방)으로 전반적으로 매우 친절함이 넘쳐났다.
돈을 쓰는 입장에서는 손님으로서 서비스를 받느라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있는 곳에서 외국인, 그것도 아시아인이 매우 적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호기심 넘치기도 하지만 대부분 친절하다.
물론 가끔 황당무계한 사람들도 만나기도 한다. 그냥 대놓고 영어를 못한다고 무시하거나 불편하게 구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러면 괜히 기분 상하고 시무룩해지다가도... 생각을 돌려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한국인 중, 이 정도 이상으로 무례하고 불쾌한 사람은 얼마든지 넘쳐났었다.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이상한 놈, 좋은 놈, 나쁜 놈은 다 있는 모양이다. 이곳이 최소한 덜 친절하지는 않다고 본다. (사실 더 친절하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내 경험이긴 하다)
주변 지인들이 많이 묻는 질문 중에 단골손님이 있는데... ‘거기 호주 인종차별 심하다던데~ 괜찮나??’
이 짧은 1년 정도의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판단하기는 매우 부족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잘 모르겠다?’ 정도이다. 대부분 그런 것을 모르고 지내다가도 가끔 애매모호한 경험을 할 경우가 있는데... 그게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우리의 자신감 부족에서 나오는 건지, 정말 그들이 우리를 다르게 생각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이놈의 영어 장애! ㅡㅜ)
일단 관광지였던 시드니, 브리즈번, 골드코스트는 워낙 외국인과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그런 다름? 차별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시골지역에서는 대부분 가족 단위, 은퇴하신 어르신들이 거주하시는데, 여유로운 삶 덕분인지 우리를 크게 다르게 대우하지 않고 호기심 어린 태도도 친절하게 대해주신다.
그리고 와이프 학교의 호주 학생들에게 들어보니 요즘 교육 내용에 인종차별인 레이시즘에 대한 정확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인간평등, 차이가 아닌 다름)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그런 것에 대한 자각이 분명히 있다고 한다. (글로벌 시대니까~) 그러나 부모 이상의 세대들에는 여전히 그런 인식이 남아있다고 한다. (백인우월주의) 그리고 그런 부모들의 가정교육을 받은 젊은 세대들은 그대로 이를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한다.
뭐 이것도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주 쉬울 것 같다. 우리는 동남아인, 흑인을 보면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는가? 차이가 아닌 다름으로 배우고 생각하는 사람은 동일하게 대할 것이고, 알 수 없는 우월감을 가진 사람은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결국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점점 나아지고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차별할 수 없는 것이 실정이다. (공개적인 레이시즘은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고 한다)
오히려 놀라웠던 이야기는 서양/백인들을 제외한 인터내셔널 인종끼리의 차별과 등급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인터내셔널들 보다는 훨씬 우월하고 낫지~’라는 생각이 몇몇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디서 들었던 회사 풍자 이야기가 생각난다. ‘상사나 직원이냐의 차이는 우두머리 노비냐 그냥 노비냐의 차이다. 사실 서로 간의 견제와 다툼은 아무 의미가 없다.’ 같은 입장에서의 서로 간의 우열 경쟁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뭐 사람이라는 동물의 특성이 모여있으면 우열을 정하고 경쟁하고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는 없겠지만.
영어와 호주 영어의 차이? 호주 영어가 말도 빠르고, 처음 듣는 단어도 많고, 축약어도 많아서 어렵다고들 하는데... 난 그냥 영어는 영어라고 본다. 무슨 이야기냐면... 영어를 잘 못하면 영어든 호주 영어든 모두 어렵다. ㅡㅜ 하하.
영어를 잘하면 호주 영어든 뉴질랜드 영어든 무엇이 상관있을까? 우리가 한국어를 할 줄 알면 북한말이든 어느 지방 사투리든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가끔 영국계, 미국계 분들과 대화를 하면 호주 현지인(오지)들 보다는 훨씬 깨끗하게 알아듣는 경우가 있다. 확실 호주 영어가 좀 더 어렵긴 한 것 같다. 어르신들은 좀 나은 편인데... 젊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정말 어렵다.
옆집 40대로 추정되는 아저씨가 친구처럼 인사도 잘해주시고, 대화도 엄청 시도하시는데 와... 정말 '이게 영어야?’라는 순간이 많다. 결국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고 대화를 종료시키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내가 대충 추측하고 찍어서 대답한 말들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는지 여전히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신다.
언젠가 ‘이 녀석 하나도 못 알아듣네?’라고 들통나면 좀 후련해질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지금이라도 내가 그렇게 알려주고 싶다. ㅡㅜ )
내가 느꼈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 적다 보니 벌써 3편까지 왔다.
다음번에는 이곳의 교육 환경이나 이민 관련된 경험과 생각을 남겨 볼까 한다.
이런저런 호주 이야기를 적으면서 놀라는 것은 이렇게도 사람이 살면서 겪는 일들이 정말 다양하고 많다는 것이다. 어찌어찌해도 어디서든 역시 삶은 복잡한 것이다!
‘호주 가족 문화, 저녁과 아침이 있는 삶, 인사하는 문화가 궁금하다면?'
‘호주 야외 활동/운동 문화, 집안 카펫과 신발, 집 밖에서 맨발, 생일파티 문화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