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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ug 24. 2020

저녁과 아침이 함께 있는 삶

호주 사회/생활/문화/분위기 1편

지난번까지는 호주의 생활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다루었다. 이번에는 내가 느낀 이곳의 정서적인 특징을 다루어 보고자 한다. 1년 정도 지냈을 뿐이지만 그 짧은 기간 동안 분명히 좀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을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가족/가정 중심


어디를 가더라도 가족 단위의 사람들을 항상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거의 주말 정도에 국한된다. 이곳은 주말은 당연하고, 평일에도 항상 가족단위가 많다. 마트도 그렇고, 공원에서도 해변에서도 그렇다. 외식을 하러 식당을 가도 그렇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직장인 모임, 대학생 모임, 친구들 모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일이나 공부가 끝나면 모두 가정/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한 가지 매우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 아이들 유치원/학교 방학 기간이었다. 와이프 대학 강의실에 한 학생이 4~5살 아들과 함께 들어왔다. 아이를 맡길 때가 마땅히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교수님이나 다른 학생들 반응이 어땠을까?


아니, 그전에 한국에서의 반응을 먼저 예상해보자. 부정적인 반응이 끝없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맘충이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가?)


이곳에서는 한바탕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고 한다. 교수님도 아이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다른 학생들도 반갑게 인사해주었다고 한다. 강의 시간에 헤드폰을 쓰고 영상을 보던 아이가 중간중간에 피식대며 웃으면 모두 함께 웃으며 강의를 이어갔다고. 하하.


내가 지내는 이곳이 대도시 지역이 아니라서 애초에 젊은 층이 적어서 그런 것 일 수도 있지만 이런 가족과 가정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분위기는 우리 가족이 지내기 너무도 완벽하다.




저녁이 있는 삶


아마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어색한 문화일 것이다. 한국에서 와서 지내다 간 친구도 가장 깜짝 놀란 부분이다. 이곳에서 거의 모든 매장/가게들은 4시 정도면 모두 정리하고 문을 닫기 시작한다. 다른 여행지를 생각하고 점심 식사 후 본격적으로 둘러보려고 한다면 모두 본격적으로 문을 닫은 상태를 보고 말 것이다.


이곳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거창하게 구호를 외칠 것도 없이 이것이 당연한 문화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녁 전에 대부분 일과를 마친다. 밖에서 볼일이 있다면 그전에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는 해가 지기 전에 모두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다. 저녁이 되어 해가 지면 온 동네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아이들 TV 프로그램이 7시 30분이면 끝나는데 그쯤 되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우리 가족도 이런 생활패턴에 익숙해져서 나와 아들은 8시면 침실로 가서 눕는다.


만약 그 8시부터 12시까지 시간을 활용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우리가 한국에서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는가? 야근? 음주? 게임? TV? 하하.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나도 분명 처음에는 하루가 너무 짧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곳은 아침도 있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아침이 있는 삶


저녁이 있기에 아침도 있다. 대부분의 매장/가게들이 7~8시면 문을 연다. 하루 8시간 근무시간을 고려하면 3~4시에 문을 닫는 것이 말이 된다. 따로 점심시간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심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거의 1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앞뒤로 붙여서 맛집 가고 커피 마시면 2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러니 저녁이 있을 수 없고 -> 습관성 야근을 하고 -> 아침에 출근하기 바쁜 것이다.)


그저 출근 시간이 빨라서 아침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 5~7시 출근 전 시간에 이곳 사람들은 모두 깨어있다. 새벽에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아주 흔하게 만나볼 수 있다. 내가 사는 타운하우스 단지만 해도 7시에 문 밖을 나서면 모두 한바탕 돌고 돌아오는 운동하신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침을 7시 전에 먹고 출근하고 아이들 학교 갈 준비를 해서 보낸다. (이곳에선 고기 종류를 많이 먹는데, 아침에 고기 냄새나는 시간을 보면 정말 모두 일찍이다)


나도 일찍 자기 시작하면서 4~5시 정도면 늘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한다. 이 귀중한 아침 시간이 하루를 사는데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결국 이곳에서는 아침과 저녁을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면서 삶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것 같다.






반갑게 인사하기


인사하는 것도 매우 이질적인 문화적 특징이다. 


한국에서 처음 보는 사람을 길가에서 만났을 때 인사를 하면 어떤 반응이 올까?

‘저 사람이 나를 아나?’, ‘저 친구 좀 모자란가?’, ‘뭐지? 도를 아시나요?’

매우 이상한 여러 생각이 들면서 급하게 그 사람을 피하며 제 갈길을 가기 바쁠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인사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한다. 눈만 마주쳐도 서로 웃으며 인사한다. 그리고 그 인사가 때론 꽤 길기도 하다. 


이런 반갑게 인사 나누는 문화가 우리나라는 왜 사라졌을까? 동네 사람이나 이웃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문화는 있다. 아니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고 한다. 너무 살기 바쁘고 각박해서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어서였을까?


그럼 왜 이곳은 인사가 너무도 당연한 문화가 되었을까? 그저 서양의 문화라서 그런 것일까? 이곳이 살기 좋고 여유가 있어서?


인사를 서로 안 하고 살면 자신의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되면 좀 더 살기 좋아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언젠가는 인사를 할 여유가 생길까?


문화적 차이를 보고 느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사람 중심


이곳에서 길을 다니면서 가장 적응이 안 되던 것이 있는데 바로 신호가 없는 도로나 횡단보도에서 건너는 사람을 항상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문화이다.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서 그냥 먼저 차가 지나가도 될 법한데 이곳에서는 항상 미리 먼저 지나가는 사람을 아주 여유롭게 기다려 준다. 걸어 다닐 때는 좀 민망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나 때문에 여러 대의 차가 기다려주고 있으니 괜히 그랬다.


그런데 운전하면서 기다려보니 나름 뿌듯함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한국에서의 습관 때문에 횡단보도 신호가 아니라면 무조건 운전해서 돌진하기 바빴다. 지금도 가끔 예전 습관이 나오지만 많이 나아졌다.


내가 경험한 한국의 도로는 절대 이렇지 않았다. 길을 건너는 사람은 스스로를 언제나 보호하고 조심해야 했다. 신호가 없는 곳에서 어설프게 건너려고 했다가는 빵빵 클랙슨 세례는 물론이고, 창문을 내리고 시작되는 운전자의 욕 바가지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그렇게 각박하고 상대방보다는 자신을 생각하기 바쁜 걸까? 사람이 우선이라는 말을 모르지 않고 그렇게 배워왔는데 이 작은 문화적 차이가 이렇게도 크게 느껴지는 걸까?




여러 형제자매


이곳 호주에서 현지인들의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을 보면 최소한 3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을 매우 자주 보았다. 4명, 5명, 6명 많이 목격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호주는 아이들을 키우는데 정말 많은 실질적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아이들이 호주의 미래임을 알고 집중적으로 복지를 강화한다고 한다. 그래서 하나를 낳으면 둘을 낳고, 둘을 낳으면 셋을 낳으면서 여유롭게 아이들을 키워 나간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만 해도 첫째 아이를 맞벌이하며 키우는데 충분히 어려웠고 그러다 보니 둘째를 고민하다가 생각을 접은 것을 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본다. 둘, 셋 이상 낳아서 키우는 가정/가족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강력하게 해주어야 한다.


아이는 낳으라고 하지만 키우는 건 알아서 하는 분위기는 좀 많이 바뀌어야 한다.




노인 삶의 여유


이곳 호주에서는 어르신들이 여러 일터에서 보인다. 그리고 관광을 하다 보면 여행지에서도 보인다. 어르신들도 일자리가 보장이 되고, 연금이 높아서 여유로운 노후를 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모두 어디에 계시는가? 몇몇 특정 지역/공간에 모여 행복하지 않아 보이는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점점 고령화 사회가 심해질 텐데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내가 느낀 점을 바탕으로 적어두다 보니 일반화의 오류부터 수없이 많은 오해와 사실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겠다. 어쨌든 내가 한국에서 경험한 그것과 이곳에서의 그것이 많이 다른 부분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좋고 나쁜지는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니 애초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음에는 또 다른 문화적 차이점을 가지고 돌아오겠다~!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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