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말고 '사전'에
아내가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행히 한 줄이다. 요 며칠 생리가 늦어져 걱정했는데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예상치 못한 아이의 탄생은 아쉽게도 행복감보다 당혹감이 먼저 찾아오는 법이다.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왜 임신 테스트는 엄마들만 받아야 할까? 그것도 모든 일이 벌어진 다음에야....’ 이 의문으로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생뚱맞은 결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임신 테스트가 정말 필요한 것은 아빠들이라고.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내 아이를 갖는 것’의 무게에 비해 아빠들은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는다. 10달의 임신 기간과 그 이후에도 늘 방관자의 입장을 떨쳐내기 어렵다. 그렇게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아빠들의 수동적인 자세는 어지간하면 깨지지 않는다. 절대적인 존재, ‘엄마’가 있다 보니 아무래도 마음이 느슨해지고 기껏해야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조력자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정해 놓기 마련이다. 어떤 업무에서 메인 담당자가 아닌 서브 담당자는 책임감이 덜해서 마음이 편하다. 딱 그 정도가 아빠들에게는 안락하다. 그러나 육아의 세계는 굉장한 날들의 연속이다. 단순히 ‘필요하면 도와준다.’는 생각으로는 그 험난한 여정을 함께할 수 없다. 아빠의 미온적인 태도를 계속해서 겪다 보면 엄마와 아이는 따로 떨어져 나온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아빠는 영화 속 장면처럼 페이드아웃 되고 만다. 길고 긴 육아의 고된 과정에서 아빠의 흔적은 사라진다.
이런 전형적인 시나리오의 전개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전 아빠 테스트’는 꼭 필요하다. 기존의 엄마들의 사후 임신 테스트와는 좀 다르다. 아빠들의 테스트는 ‘사전’에 진행되어야 한다. 자녀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이 테스트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아이를 갖게 되는 것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앞으로 어떤 아빠로서 성장할 것인지 미리 고민해 본다.’ 무슨 당연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과정을 실제로 해본 아빠가 얼마나 될까? 나는 사전에는 물론이고 임신 이후 전혀 손쓰지 못하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그저 따라가기 급급했다. 제대로 내 마음을 돌아보며 준비하지 못했고 마음의 여유가 늘 부족했다. 아이가 생긴 뒤의 황금 같은 순간들은 아빠가 어버버하는 사이 지나가게 된다. 그러면 어느새 아이는 자라 있고 엄마는 독박 육아로 지치게 되고 이미 아빠는 제외되어 있는 전형적인 케이스가 되고 만다. 이런 최악의 불상사를 막기 위해 아빠들을 위한 ‘사전 아빠 테스트’는 중요하다. 아빠들이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함께할 마음과 생각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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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