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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09. 2020

나는 아이와 말을 하고 싶었다

말 없는 아빠 밑에서 자란 아이의 꿈

우리 집은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빠가 있을 때 그랬다. 아빠는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엄마와도 말이 없었고, 우리 남매와도 말이 없었다. 어쩌다 말이 생기려고 하면 언성이 높아지기 일쑤였기 때문에 그 말은 빠르게 사그라졌다. 자연스레 아빠와 나는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우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말없이 지금까지 살아왔다. 


반대로 난 말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집에서 하지 못한 말을 밖에서 모두 하려는 듯이 계속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은 누군가에게 전달되었고 다시 말로 돌아왔다. 다른 이와 서로 나누는 말로 이해와 정이 쌓이고 말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게 해주었다. 돌아보니 내가 목말라 했던 것은 말 자체라기보다는 관계였다. 부족한 관계를 채우기 위해 말이 많아졌는지도 모르겠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두려움이 생겼다. 미래에 대한 많은 불확실 가운데 확실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내가 나중에 무엇이 될지는 몰랐지만, 아빠는 확실히 될 것 같았다. 아빠와 같이 말 없는 아빠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는데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무서웠다. 절대 말없는 아빠는 되고 싶지 않았다. 반대의 경우를 경험해 보지 못해서 막연하기만 했다. 이상적인 아빠가 되려면 다른 건 몰라도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내 아이가 아빠와 지금의 나같은 관계를 맺게 될까 봐 겁이 났다. 나를 통해 세상에 나온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와 모르는 사이가 될까 봐. 


이런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해 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꿈을. 내 어린 시절의 공허했던 부분을 내 아이에게는 채워주고 싶었다. 서로를 알아가는 말의 나눔을 주고 싶었고, 그것으로 우리의 관계를 맺어가고 싶었다. 내 아이와 내가 서로를 잘 알아가고 싶다는 소망. 그게 다였다. 이렇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아빠를 내 삶의 목표로 정하고 살기 시작했다. 


*아이와 말하고 싶은 아빠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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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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