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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Oct 22. 2020

아이와 가장 밀도 있는 대화 시간은?

다시 봄이 왔다

15/Sep/2020


봄이 왔다. 우리 집 마당에 있는 줄 잊고 있었던 빨간 꽃이 피었다.


이제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호주 날씨가 되어간다. 아마 이 날씨는 앞으로 꽤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돌아보면 짧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겨울이 길었다. 마음껏 활동하기 어려운 긴장 상태가 이어져서 더 그랬다.






요즘 내가 아들과 가장 밀도 있는 대화를 하는 시간이 있다. 대화를 위해서는 오롯이 둘만 있어야 하고 다른 활동을 서로 하지 않아야 하는 환경적 조건이 있다.


바로 아들과 단둘이 학교를 오고 갈 때다. 서로 손을 꼭 잡고 길을 오고 가며 서로에게 집중이 되는 시간이다.


이제는 나도 굳이 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지 않는다. 그냥 서로 말이 없이 걸어도 좋고, 누군가 말을 꺼내 이런저런 수다를 떨어도 좋다.


집에 도착하고 나면 많은 놀잇감이 기다리고 있어서 아들은 용수철처럼 튀어 나간다. 하지만 오고 가는 길에서는 아빠와 아들 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시간이 매우 소중하다.


아마도 곧 커버리고 나면 혼자 또는 친구와 다니면서 이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때까지는 이렇게 단 둘이 걷고 싶다. 아직 많이 작은 그 손을 잡는 기분이 좋다.




나누는 이야기는 정말 소소하다. 생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들이 다음 달이 10월인 것을 보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 ‘곧 아빠 생일이네’

(나) ‘응, 아들 선물 준비하는 거 있어?’

(아들) ‘응! 간식’

(나) ‘엥? 왜?

(아들) ‘아빠 간식 좋아하잖아~’

(나) ‘네가 좋아하는 거 아냐?’

(아들) ‘그럼 책. 아빠 책 좋아하잖아~’ (바로 변경)

(나) ‘그래~그럼 아들 생일 선물로 아빠도 간식으로 줄게~ 간식 좋아하잖아~’

(아들) '안돼! 내가 좋아하는 건 헬로카봇이야! 엄마랑 미리 이야기했어!’


뭐 이런 식이다. 


이제 약간의 어휘력의 미묘한 차이를 제외하고는 대화하는데 부족함도 막힘도 없다. 그래서 아직 아기로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대충 어물적 넘어가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보다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며 대화하고 지내야 한다.


어른만 잘하면 된다. 나만 잘하면 된다. 


즐겁고 멋지고 밥 먹기 싫고






즐거운 학교생활


1. 장난꾸러기

학교에서 가끔 제비뽑기를 해서 소소한 상품을 나눠준다. 그때 각자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 상자에 넣는다고 한다. 아들은 지난번에 선생님 이름을 적어서 넣었다고 했다. 아직 안 뽑혀서 아무도 모른다고. 하하.


2. 장난치는 어른

아들에게 누가 장난을 많이 치냐고 물었더니 아빠 란다. (맞지) 학교에서 누가 장난을 많이 치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란다. (응?) 저번에 아들이 질문에 대답을 했더니 바로 6학년으로 갈 수 있다고 했고, 다른 질문에 또 대답을 했더니 이 학교에 없는 8학년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단다. 그 질문이라는 것이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 세계지도를 방에 붙여둔 아들에게는 아주 쉬운 ‘판다는 어디에 살고, 기린은 어디에 사는지’였다고 한다. 선생님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게 아들에게는 아주 재밌는 장난으로 느껴졌단다.


3. 연상의 여인

하교하는데 한 누나가 ‘하이 준’이라고 인사를 해줬다. 나는 당연히 모르는 아이였고 아들에게 누구냐고 물어봤다. ‘아~ 우리 반 친구 OO 있잖아. 그 친구 언니야.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했나 봐~’ 하하. 친하게 지내는 친구라고 들었는데 오며 가며 얼굴을 익혔나 보다. 많이 진지한 사이는 아니겠지?


4. 논 것과 뛴 것의 차이

금요일에는 ‘펀 프라이데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논다고 한다. (아들의 표현에 따르면) 지난 금요일도 학교 마치고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래서 물어보니... ‘응, 하루 종일 뛰었어’ ‘아~ 펀 프라이데이라서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구나~’ 아들이 정색하며 말했다. ‘아냐! 뛰었어~’ 그 차이가 있나 보다. 더 물어보진 않았다.


5. 집에서 놀 에너지 충전

가끔씩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안아달라고 한다. 어느 날은 에너지를 채우기 위해 안아달라고 했다. 그날은 집에 가서 나와 축구를 하기로 한 날이었는데 이렇게 힘이 없으니 쉬자고 했다. 그랬더니 ‘집에 가서 축구하고 놀기 위해서 에너지 충전하는 거야. 안아줘’ 충전을 마치고 다시 살아나서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의 에너지와 재생력이란 놀랍다.




귀여운 말들


1.

요즘엔 밥을 다 먹고 나면 간식을 자주 먹는다. 그 양이 조절이 안되기도 해서 적당히 먹으라고 해주는데 어느 날은 이렇게 말했다. ‘이 간식 다 먹으면 다른 간식은 못 먹지?’ (둘 다 먹으면 양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혼자 그러더니 먼저 집은 간식을 집으며 이렇게 말하며 걸어갔다. ‘사탕은 내일 먹자~ 사탕은 내일~’ 하하. 그 말이 귀여워서 다 먹으라고 했더니 많이 신나 했다.


2.

아들은 식탁에서 시야가 아주 좁다. 눈 앞에 있는 한두 가지만 집중해서 먹는다. 어느 날도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계속 그것만 먹길래 엄마가 ‘김치도 먹자~’했더니... ‘아 너무 미역국이 너무 맛있어서 김치가 있는 줄 몰랐어~'


3.

일주일에 한 번, 또는 이주일에 한 번 일요일에 아들이 온 집에 어질러 놓은 것들을 스스로 정리하게 한다. 물론 그 날에도 쉽지 않다. 우리 부부 생각에는 오전에 정리하고 쉬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들 생각은 그렇지 않다. ‘아들~오전에 정리하자~' ‘지금?’ (괜히 눈물이 글썽 글썽이며) ‘아니야, 좀 놀고 하자~’ 바로 방긋 웃는다. 이것 참 하하.


간식이 좋아요 / 앙~! / 기린과 오랑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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