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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Dec 03. 2020

차도 모르고 기타도 모르고 아는 게 없네

호주 차량/악기 정비/수리/보수

호주에 와서 대부분 저렴한 중고 물품들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장 비싼 가격을 주고 (거의) 새 것을 산 게 2가지 있다.


바로 ‘우리 자동차''내 기타'이다.


아무래도 제일 비싼 두 물건이다 보니 사용하면서 중간중간 유지/점검을 해주어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이런 거 너무 몰라서 아예 영원히 손 볼일이 없으면 정말 좋겠다 ㅡㅜ)


그동안 지내면서 ‘차량'과 '기타’를 손보느라 경험한 일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차량 정비/점검/수리



지금 우리 차 ‘빨강’이는 이러한 과정을 겪고 우리 품으로 왔다. 그리고 정비/점검/수리를 받으러 여러 번 정비소를 다녀왔다.


빨강이와 가족이 되던 날



<첫 번째 방문>

- 방문지 : 한인 정비소

- 사유 : 대시보드 빨간 경고등

- 시간 : 10분

- 비용 : 무료


잘 타고 다니던 차량의 대시보드에 뭔지 모를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ㅡㅜ 가뜩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는 걱정하며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정확히는 몰라도 빨간불은 심각하고 급한 것이었다.


주말이어서 급한 마음에 한인 정비소를 찾아서 당일 예약을 잡았다. (만세 ㅜ) 친절한 사장님의 설명을 차근차근 듣고 나서 내가 결정할 차례가 되었다. 제조사 홀덴 정비소에 가서 정품 부품으로 수리를 받을 것인지, 유사 부품으로 이곳에서 수리를 받을 것인지...


어쩔 줄 모르는 나에게 사장님께서는 중고 차량에 대한 워런티가 있기 때문에 제조사 정비소에 먼저 가보라고 권해주셨다. 혹시 비용이 발생하고 그 비용이 일정 수준을 넘는 000불 이상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이 나오면 차를 가지고 오시라고까지 설명해 주셨다. 결국 확인해주신 것을 감사드리고 평일에 차를 제조사 정비소에 맡기기로 하였다. 비용을 여쭤보았지만 받지 않으셨다. (감사ㅠ)



<두 번째 방문>

- 방문지 : 홀덴 서비스 센터

- 사유 : 대시보드 빨간 경고등

- 시간 : 24시간

- 비용 : 무료 (워런티 커버)


다음날 평일 아침 나는 운전한다는 핑계로 와이프를 통해 가장 우리가 힘들어하는 전화로 서비스센터 예약을 했다. 다행히 레고 넘버와 증상을 이야기하니 다음날로 예약을 잡을 수 있었다.


우리 집 두 학생을 등원/등교시키고 혼자서 서비스센터로 점검했다. 미리 예약을 해두었기에 접수 담당자께서 차량을 보자고 하셨고 바로 판단을 내리셨다. 온도를 감지하는 센서 부품이 수명이 다되어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맡기면 내일 이 시간쯤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비용은 아마 워런티로 커버될 거라고... 그 24시간 동안 우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내 차를 타다가 택시를 타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다음날 다시 들렸더니 정해진 시간에 말끔하게 세차와 함께 수리가 되어 있었다. 비용은 없었고, 내가 뭔가 잘못해서 고장 난 건지 물어보니 그런 거 아니라고 하셨다. 다시 돌아온 빨강을 매우 반갑게 타고 돌아온 기억이 난다.



<세 번째 방문>

- 방문지 : 가까운 현지 정비소

- 사유 : 타이어 커터칼 심 박힘

- 시간 : 10분

- 비용 : 무료


고등학교 친구가 놀러 왔던 그 일주일 중 하루였다. 마트 주차장에서 나와 친구를 픽업하기로 했고, 와이프가 아들과 함께 주차장에 차를 가지고 도착했다. 


그런데 차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한다. 차에서 소리가 난다고... (아 차는 너무 어렵다 ㅜㅜ) 다행히 같이 살펴보았더니 뒷바퀴 타이어에 아주 커다란 커터칼 심이 절반 정도 박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꺼내고 난 뒤에도 큼직한 홈이 보였다.


우린 불안한 마음에 바로 근처 현지 정비소로 향했다. (급할 땐 영어가 문제가 아니다) 거의 영업시간이 끝나갈 시간이었으나 우리의 급한 얼굴들을 보신 사장님? 형님? 아저씨? 께서 바로 타이어 체크를 해주셨다. 하시는 김에 4개 모두 봐주셨고, 다행히 당장 문제는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이용 중에 이상이 느껴지면 바로 오라고 하셨다. 친절하게도 따로 비용은 없었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십년감수한 기분이었고 다행히 지금까지도 문제없이 잘 타고 있다.



<네 번째 방문>

- 방문지 : 한인 정비소

- 사유 : 대시보드 녹색 경고등

- 시간 : 15분

- 비용 : 무료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대시보드에 녹색 경고등이 들어왔다.(살려줘 제발 ㅜㅜ) 이건 또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쩐지 엔진오일 교체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녹색 등은 급한 건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시간을 좀 끌다가 다시 친절했던 한인 정비소에 예약을 했다.


사장님께서 바로 확인하시고는 엔진오일 교체가 맞는데, 어차피 1만 킬로미터마다 정기점검을 하기 때문에 그때 한 번에 하셔도 된다고 하셨다. 들어보니 맞는 말씀이셔서 그날은 그냥 경고등만 제거해 주셨다. 결국 차알못의 설레발이었던 것이다. ㅡㅜ


또 비용도 안 받으시자 죄송해하며 인사를 건네었더니 정기점검 때 와주실 거 아니냐고 하셨다. (와야죠!) 그리고 약속대로 정기점검 때 방문해서 친절한 서비스를 받았다. 좋은 사장님을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레고 정기결제 or 차량 등록비 or 자동차세>


우리나라로 치면 매년 내는 자동차세에 해당하겠다. 교통국(?)으로 부터 고지서가 왔다. 6개월에 380불, 12개월에 745불이니 늦지 말고 돈 내라고... 처음에는 내 차 사서 내가 쓰는데 도대체 뭐지? 했다가, ‘아, 자동차세는 우리도 내지!' 하면서 깨닫고 1년 치 바로 납부했다.


살아가면 모든 게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빨강이를 아끼는 아들






악기 구매/보수



아주 가늘고 꾸준하게 기타를 배우고 연습하고 있다. 처음에 중고 기타를 사려다가 악기도 잘 모르는데 엄한 물건 사서 고생할까 봐 새 거로 하기로 했다. (차도 모르고 기타도 모르고 ㅡㅜ) 기타 선생님에게 추천받은 악기 매장으로 향했다. 구매하던 날을 포함해서 이곳은 총 3번 찾아갔다.


거의 자기 것인 줄 안다



<첫 번째 방문>

- 방문지 : 악기 전문 매장

- 사유 : 초보자 기타 구매

- 시간 : 30분

- 비용 : 300불


스승님께 기타 브랜드 하나 추천받아서 방문했다. 초보자이므로 그 브랜드에서 가장 싼 것을 골랐다. 비슷한 가격대가 있어서 외관이 예쁜 것으로 골랐다. 소리는 친절한 직원께서 비교해보라고 자꾸만 들려주셨지만 내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우연히 고른 기타가 재고가 없는 디스플레이 상품이어서 10% 할인을 받았다. 우연히 고른 기타가 소프트 커버까지 포함된 것이어서 추가 비용이 없었다. 피크는 스승님이 주신 것으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내 평생 내 악기에 이렇게 큰돈을 드린 것은 초등학교 때 신중하게 색상을 골랐던 리코더 이후에 처음일 것이다. 사면서도 아직 하나도 못 치는데 나중에 장식품 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두 번째 방문>

- 방문지 : 악기 전문 매장

- 사유 : 브리지 핀 파손

- 시간 : 48시간

- 비용 : 10불


다행히 연습을 조금씩 하게 되었고 재미도 붙여갔다. 그러던 중 기타 줄 아래에 몸통과 연결하고 고정해주는 ‘브리지 핀’이 한 개가 부서졌다. 온갖 의심과 의혹에 휩싸여 와이프와, 특히 아들을 생각했으나 스승님 이야기로는 자주 그런다고 했다. 구매하신 매장 가면 바로 비용 별도 없이 교체해 줄 거라고 하셔서 편안하게 방문했다.


그런데 웬걸 ㅡㅜ 지금 바로 안 될뿐더러, 비용도 든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돈을 내고 맡길 뿐이었다. 심지어 날이 지나도 완료 전화/메시지가 없어서 직접 전화해서 확인하고 찾아가야 했다. 인건비가 비싸서 그런지 일단 10불이었다. 그래도 돌아온 온전한 기타에 감사했다.



<세 번째 방문>

- 방문지 : 악기 전문 매장

- 사유 : 브리지 핀 파손, 줄 끊어짐

- 시간 : 30분

- 비용 : 11불


브리지 핀이 또 부서졌다. 이번엔 내 덕분에 기타 줄도 끊어졌다. (조율하다 다른 핀을 열심히 돌려서 ㅠ) 저번 경험이 있기도 하니 그냥 맘 편히 돈 낼 생각하고 방문했다.


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직원분이셨는데 바로 해주신다는 것이었다.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가져갈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브리지 핀을 교체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전부 바꾸었다. 줄도 바꾸고 조율도 해주셨다. 시간도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가격도 모두 합해서 11불 정도였다.


너무 황당해서 지난번 수리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직원도 매우 의아해했다. 돌아보건대 그때는 거의 금요일 영업 끝나갈 즈음에 와서 맡기고 가면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때 잘 수리를 받은 후에는 문제없이 오래 잘 쓰고 있다!


아빠와 아들 포즈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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