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눈물이 범벅되는 아침
아들과 내가 특히 애틋해지는 순간이 있다. 매일 아침 교실 문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다.
한 번만 더 안아달라는 그의 말에 힘껏 깊게 포옹을 건넨다. 그러면 뜨거워진 입김 가득한 입술로 내 볼 한편에 자리를 만들었다 떠난다.
떨어지고 나면 결심 가득한 표정으로 눈인사를 하고 뒤돌아 선다. 그 모습이 계속 눈에 밟히지만 그때는 나도 단호하게 퇴장한다. 괜히 조금 더 머물다가 서로의 흔적을 느끼면 마음이 안 좋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들은 하루하루 굳게 마음을 다 잡으며 하루를 만들어가고 있다.
나와 힘겹게 떨어졌지만 눈물이 아직 남아있던 아침 날이었다. 아직 눈물이 고여있는 아들의 눈을 본 한 친구가 다가왔다. 작년에도 같은 반이었던 여자 친구였는데 아들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였다.
그렇게 토닥이며 교실로 함께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 모습이 어찌나 뭉클하고 따뜻하던지...
그날은 특히 아침부터 두통이 있다며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 날이었다. 긴장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으니 일단 가보고 계속 아프면 선생님께 말씀드리라고 했었다. 결과는 당연히 별 일 없었다 ^^;;
아픔과 눈물을 반복하면서 해나가는 아들을 믿어주고 응원할 따름이다.
이런 모습을 보던 우리의 안쓰러움과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바로 매년 학년 초에 있는 '선생님과 만남 행사'였다.
'마이 페이보릿 보이~’라며 말씀을 시작하셨고, 영어는 전혀 문제가 없고 항상 주의 깊게 듣고 끄덕이고 적극 참여한다고 하셨다. 아침에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5분이면 상황이 변한다고 걱정 말라고 하셨다.
재밌는 이야기도 하나 전해 주셨다. 아들이 아빠가 집에 혼자 있어서 슬플 거라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웃으면서 아빠는 아빠의 일을 하면서 즐겁게 보내실 거니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하셨다고. 하하. (정확하십니다!)
조금씩 적응해가는 아들은 도시락에서도 변화를 보여줬다. 어제는 처음으로 아주 깨끗하게 비워왔다. 환경에 따라서 먹는 기복이 큰 아들이 완벽하게 적응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시켜 먹는 것도 처음으로 시도했는데 성공적이었다! 밥은 배달이 되었지만 간식은 직접 가서 받아와야 했는데 친구들을 많이 만나서 좋았다고 한다.
잘 먹고 잘 놀아주는 것, 그것들 말고 더 바랄 게 있을까?
<진로 결정>
'나 대학교는 안 갈 거야~'
'하이스쿨은 선물 받고 갈 거야~'
마음이 확고하다.
<다 세고 있음>
엄마가 처음으로 울지 않고 들어가는 아들을 보고 놀라자...
'처음 아니야! 아빠랑 있을 때도 그랬어. 나 벌써 세 번이나 안 울고 갔어!'
모두 세어두고 있었던 것이다.
<삶의 진리>
어느 날 심오한 깨달음을 우리에게 전했다.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실수를 많이 하면 돼!'
'실수를 하면 다음번에 더 잘할 수 있는 거야!'
학교에서 아주 훌륭한 것을 가르치는 중이고 잘 배워오고 있는 모양이다. 실수를 해도 되고 그것이 더 좋은 다음을 만든다는 것. 나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다.
길었던 방학 기간이 끝나고 기다리던 미술 레슨이 시작되었다. 오래 기다려왔던 아들은 솜씨를 뽐내려 즐거워했다. 벌써 다음번 수업을 기대하고 있다!
원래 식물을 키워보고 싶던 아들이지만 우리의 번거로움으로 막혀있었는데... 이웃사촌께서 가져다 주신 화분과 생강을 시작으로 홈 가드닝이 시작되었다. 흙, 화분, 모종삽, 씨앗까지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마침 마트에서 기념품으로 꽃씨도 받아왔다. 나는 아직까지 모른 척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주 동안의 학교생활과 고된 수영 레슨을 마친 금요일 오후. 아들의 소원이었던 범퍼카를 타기 위해 떠났다. 바로 근처에 이런 축제 장소가 있을 줄이야! 금요일 저녁을 신나게 보내고 돌아왔다.
내 개인적으로는 지난주가 좀 싱숭생숭했었다. 괜히 명절이라 그런지 한국 생각도 나고 아버지 생각도 나서 그랬다. 세심한 파랑 덕에 금방 기운과 정신을 차렸다.
오늘도 맑은 아침이다.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 매일 쓰는 진짜 일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급 정보가 있지도 않은 아이와 지내면서 겪는 온갖 후회와 반성의 잡생각 뭉탱이 '육아 생존기'를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로서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