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만 하며 재미있게 살 순 없을까?>
살아오면서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학교를 가야 한다고 해서 학교를 다녔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해서 공부를 했고, 취업을 해야 한다고 해서 직장을 다녔다. 생각해보면 사실 무척이나 편한 삶이었다. 무언가 스스로 고민해서 선택하고 그것에 책임을 지는 것보다는 훨씬.
몇 년 전 마음 맞는 친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돈, 시간 모두 넘쳐 난다면 넌 무슨 일을 하고 싶어?’
대답을 한마디도 못했다. 한창 직장 생활에 적응해서 이러니 저러니 불평, 불만만 할 줄 알던 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날 하루 종일 고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그날 잠이 들 때까지 한 마디의 대답도 만들어 내지 못한 것도.
부끄럽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다름이 없다. 단지 잠시 하던 일과 직장에서 떨어져서 그 질문을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 정도가 변한 것이겠다.
나 스스로만 돌아보면 답이 안 나와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주변엔 정말 열심히 자기 일을 사랑하며 몰입하는 동료, 선배, 후배, 상사들이 있었다. 본인 스스로 어떻게 여기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겐 그렇게 느껴졌다. 반대로 나도 주변에 이런 사람으로 보이거나 느껴졌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그중에서 더 하고 싶은 것들, 일로서 가질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가며 고민을 꽤 해보았다. 늘어놓으면 놓을수록 그냥 취미 생활하면서 놀고먹겠다는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백수도 직업이 된다면 가져야 할 판이었다.
나 혼자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먼저 고민을 시작한 남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런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이 그냥 내 마음 자체였기 때문에 무조건 읽어야만 했다. 물론 이 책이 내게 답을 주진 못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자유롭게 산다’라는 뜻이었다. 여기서 ‘자유’는 자신을 따르며 산다는 의미이므로 늘 내가 고통받았던 ‘남 눈치 보기’를 하지 않아야 했다. ‘세상과 남의 눈에 얽매이지 않고, 내 마음과 생각을 중심으로 산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책임'이 따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유롭게 무언가 선택을 하면 그 ‘선택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 감당’ 해야 한다. 이러면 실패해도 절대 남 탓을 할 수 없다. 이게 쉬운 게 아니기에 대부분 우리는 (나를 포함하여)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느니 자유 따위는 버리고 ‘누군가의 지배를 당하거나 결정에 맡기려 한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이제야 그동안 내가 살아온 방식이 왜 그리 편했는지 알게 되었다. 참 편히도 살았었구나.
내 인생 처음으로 스스로 결정한 것은 이번 ‘호주 살기’였다. 그리고 이 소중한 시간을 통해 앞으로 어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지 찾는 것이 그다음 스스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과제이다.
어렵고 고통스럽다. 누가 그냥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매번 솟아난다.
아마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미 이 책을 나보다 먼저 읽은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만큼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망이 모두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 자체가 ‘배부른 고민’이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안다.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좋아하는 일’ 타령이냐는 태도를 보인 주변 사람도 많았다. 맞다 옳은 말이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어느 누구도 양손에 무언가를 잡은 채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없다'
이 책에서 나온 이 말처럼 '싫어하는 일을 하며 적당히 먹고살며 평생 불평하는 삶'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조금 배고프지만 행복하게 사는 삶'은 공존할 수 없다.
직장 생활 10년 동안 불평만 늘어놓고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던 나는 늘 이런 생각을 했다. ‘불만이 있고 마음에 안 들어도 그대로 지낸다는 것은 지금이 지낼만하고 제일 편하기 때문이지’
어느 순간 별로 지낼만하지 않고 편하지 않다면 행동하기 마련이다. 지금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재미있게 살 순 없을까?’ (나카고시 히로시) - 2017 완독
최근 본 미드에서 본 질문에 답을 못했다. 그 질문은 '지금 행복하니?'였다. 어떻게 살고 있냐는 것들 중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부분이 걸려서였다.
이 책에서도 이런 내용을 저자의 경험을 통해 디테일하고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에 대해서 일부러 잊고 있었던 관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이를 위해서는 도전과 변화가 필요하고 단기간에 얻을 수 없다)을 거부할 수 없게 상기시켜 준다. 100%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아직도 용기가 부족하다.
저자의 표현대로 내 관심사를 찾고(즐겁고 좋아하는 일), 이를 작게 시작(스몰 스텝) 해 보는 것이 필요할 때이다. 곧 다가올 10년 차 리프레쉬와 초등학교 입학 기간의 육아휴직을 터닝 포인트로 삼아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 이보다 좋은 삶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자유'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언제나 모두 '자유'를 원하지 않는가? 특히 '직장인'일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