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Joon Feb 24. 2021

내 인생 최대의 충동구매

<인구와 투자의 미래>

‘투자’는 내 인생에서 아주 어색한 말이다. 


돈을 그다지 헤프게 안 쓰고 모을 줄만 알았지 모은 그 돈으로 추가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곳에 투자해 본 적은 없다. 기껏해야 예금, 적금이 대부분이었고 유행이 한창 일 때 끝물에 적립식 펀드나 CMA 계좌 정도 만들어본 게 전부였다. 그 흔한 주식도 한 번 해본 적 없다. 


벌이가 따로 없는 지금은 뭐 더 말할 것도 없이 ‘투자’와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






아들이 태어나 첫 돌이 되어가던 그때, 나와 우리 가족에게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내 집 마련을 한 것이다. 이러저러 구구절절 에피소드가 많지만 그건 나중에 따로 풀기로 하고...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땐 한마디로 ‘홧김에’ 집을 샀다. 결혼 후 4년간 전세살이에 지치고, 만나는 집주인들마다 제정신이 아니셔서 정말 화나서 구매를 결심했다.


육아휴직 중에 어린 아들을 안고서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와이프에게 아주 잠깐 고민한 뒤 했던 말이 기억난다. (복직 후 아들을 보낼 어린이집 가까운 곳으로 집을 알아보느라 ㅡㅜ)


‘우리가 뭐가 부족하다고 매번 이런 신세일까? 우리도 집주인 하자!'






그렇게 내 인생 최대의 충동구매를 한 후에도 내 삶에 ‘투자’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 집값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 부부는(적어도 나는) 관심이 없었고 더 이상 이사를 안 가도 되는 것과 이제는 집주인에게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되는 것에 그저 행복했다. 오히려 와이프와 나눈 이야기는 ‘떨어지지만 않으면 좋고, 취등록세나 대출이자 낼만큼만 올라주면 감사하지’였다.


이렇게 별생각 없이 살면서 매월 빠져나가는 대출이자에 깜짝깜짝 놀라는 시간을 몇 년 보냈다. 어느 날 장인어른께서 안부전화를 주시더니 갑자기 무언가를 물어보셨다. ‘너희 집값이 얼마인 줄 알고 있니?’ 우린 뭐 별생각이 없었고 알아보지도 않으니 ‘떨어지진 않았겠지요 뭐’라고 했다. 그저 웃으시며 집 팔 생각하지 말고 계속 지내라고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결혼 후 2년마다 정기적으로 이사 다니는 우리를 보며 이번에도 집 팔고 다른 데로 이사 갈까 봐 걱정돼서 그러신 것이다)


그 전화 이후 우리 부부는 이제야 실감이 났다. 우리도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이구나. 그 후부터는 나도 이제 ‘투자’와 아주 상관없다고 할 수 없었다.






이런 실감은 숫자에 약하진 않았지만 경제관념이 별로 없었던 내가 관련 책들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런 책들을 읽지 않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한창 경제, 투자, 부동산 서적들을 읽어나갈 때면 거의 2종류였다.


<한 종류> ‘내가 이렇게 성공했으니까 내가 답이야! 모두 드루와 드루와! 나처럼 하면 됨!’  

<다른 종류> ‘지금 엄청나게 버블(거품)이 껴있는 상태이니 곧 인구 절벽과 함께 나락을 맛볼 것이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에 기반하여 주장을 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이해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너무 근거나 논리가 약하고 ‘내가 알아! 내가 맞아! 나만 믿어!’ 식의 책이어서 신뢰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목에 끌려 예약을 해둔 이 책을 몇 달 뒤에 받아서 읽게 되었다. 슬슬 이런 분야의 의미 없는 책들을 안 읽어야겠다고 마음먹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달랐다. 


우선 저자의 생각이 확실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논거를 허투루 늘어놓지 않았다. 아주 짧게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일본이랑 우리랑 무조건 같을 것이라고 보면 안 된다. (한국 경제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소신 있게 투자하면 된다'


이 주장이 실제로 맞냐 안 맞냐는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이건 책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저 자극적인 내용으로 위기 만을 부르짖는 책들과는 달라도 많이 달랐다. (물론 이젠 ‘투자’를 한 사람으로서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책들은 싫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책이 좋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대충 얼버무리며 억지로 하는 말들보다는 이렇게 제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이 책의 근거와 주장은 아직도 유효하고 참고할 만하다.






역사는 과거의 반복이지만, 항상 같지 않다는 것도 역사의 사실이다. 항상 생각을 저자처럼 자신의 논리로 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다.


‘투자’에 입문할 생각이거나 이미 한창 ‘투자’ 중인 분들에게 이 책은 제대로 된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는 자신의 몫이겠지만!





읽었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


‘인구와 투자의 미래’ (홍춘욱) - 2017 완독


저자는 본인의 생각이 확고한 분석과 투자의 고수다. 고수끼리는 통한다던가, 최근 쏟아져 나오는 여러 투자책 중에서 위기만을 강조하는 내용이 아닌, 이를 제대로 분석을 하여 기회를 보여준 저자들과 유사한 논리를 펼쳐나가는 저자였다.


저자가 분석하고 이야기하는 논리가 무조건 사실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둥둥 떠있는 이야기만 하고 본인의 지식과 경험이 다인 양, 떠들어 대는 자들보다는 훨씬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설득하는데 큰 재능을 가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의 사례와 우리는 다르고, 인구 절벽이 (실제로 언제 어떻게 오더라도) 경제와 투자 전망에 엄청난 암흑과 절망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는 나도 생각을 같이 한다.


역사는 과거의 반복이지만, 항상 같지 않다는 것도 역사의 사실이다. 항상 생각을 이렇게 자신의 논리로 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이 브런치는 이런 곳입니다.

이 작가와 책을 만나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