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미니멀 라이프>
삶의 모든 것이 복잡하게 느껴지고 허덕이며 살고 있었다. 결혼, 직장, 육아의 모든 것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스스로의 책임감과 남들의 기대로 인해 해결되어 사라지는 것은 없고 삶은 점점 얽혀만 갔다.
그런 시기를 보낼 때 내게 숨통을 트이게 한 한 가지 활동이 있었는데... 이 활동을 할 때는 잡생각이 사라지고, 활동을 마치고 난 뒤에도 그 결과에 만족스러웠다. 이만큼 인풋과 아웃풋이 명확한 활동이 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아주 개운하고 상쾌해졌다.
그것은 바로... ‘정리하고 물건 버리기’였다.
특별히 내가 물욕이 있거나 하진 않다. (와이프도 ‘넌 정말 물욕이 없구나’라며 본인과 다른 나를 평하곤 한다 - 물욕이 없는 사람 이야기) 하지만 한번 들어온 물건을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직도 고향집에는 내가 남겨 놓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을 더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내 물건이 된 것은 어떻게든 보관하고 남겨두려 애써왔다.
그 당시 내 물건이라고 해봤자 크게 2가지였는데, ‘책’과 ‘옷’이었다. 책은 스스로 만든 독서 열풍을 가속하고자 마구 사서 들이다 보니 책장에 읽지 않은(나는 ‘곧 읽을’이라고 표현했지만) 책들이 가득했다. 옷은 정말 못 입을 정도가 된 쓰레기가 아니라면 버리지 않고 옷장에 계속 쌓아두고 있었다. (결국 안 입는 옷들이 많았다)
아무튼 이러한 생활 습관의 내가 ‘정리와 버리기’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짐을 알게 되고는 그 당시 유행하던 트렌드를 만나게 되었다. 뭔가 엄청 있어 보였다.
일단 시작은 책으로부터 하던 나는 이 책 저 책 많이도 읽어 보았다. 미니멀 라이프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로로)’부터 해서 관련 여러 책들을 들춰보았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아 보였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이 내게 마음에 들었던 것은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이 실천한 실제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생각과 경험이 내게 감정이입을 도우며 미니멀 라이프를 어렴풋이라도 이해하는데 큰 몫을 하였다.
그리고 바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 당시 열정을 보여주는 ‘미니멀 라이프 정리 공간 리스트’가 에버노트에 남아있다.
지금 봐도 좀 미친놈 같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 (와이프는 이 목록이 있는 줄 모를 것이다)
그렇게 한번 하고 나니 집이 정리되면서 괜히 내 삶도 단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에도 한 번 정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처음에는 ‘잠깐 이러다 말겠지’했던 와이프도 해가 바뀌면서 내 생각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삶이 단순해지고, 소유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자 삶이 명확하고 명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복잡한 삶을 보다 쉽게 뒤로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삶을 우리의 희망과 의지대로 단순하게 계획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인생을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미니멀 라이프’로의 변환이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우리는 아주 커다란 결정을 하게 되어 강제로 ‘초 미니멀 라이프’를 실행하게 되었다. 바로 지금의 호주 살기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한국 집을 비우고, 정리하면서 약 8년간의 결혼 생활로 쌓였던 물건들을 모두 처분했다. 챙길 것은 챙기고, 버릴 것은 버리고, 기부할 것은 기부했다. (와이프와 생각이 통해서 따로 중고 판매한 것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고 이곳 호주에 왔다.
이곳에서의 삶은 상황의 불안정 덕분에 자연스럽게 ‘미니멀 라이프’ 일 수밖에 없다.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한국에서 가져왔고 이곳에서도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들여왔다. 대부분 중고 물품을 이용했고, 구매가 기부가 되는 자선 단체를 이용했다.
앞서 이야기했던 내 주요한 물품 2가지는 지금 매우 심플해졌다. 책은 아주 작은 책장을 넘치지 않게 채우고 있고, 옷은 가족 전체 수납공간 한편에 배정된 내 공간에 4계절 옷이 모두 걸려있다. 내 물건을 찾아 헤맬 일도 없고, 새 물건을 찾아 헤맬 일도 없다.
그리고 지난 물건을 낑낑대며 끼고 살았던 이유가 '추억이 사라질까 봐'였는데 버리고 나서 깨달았다. 추억은 물건에 남지 않고 기억과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쉽게 와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눈에 보이는 정리만을 이야기했는데 물건에 대한 정리는 정말 시작일 뿐이다.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고, 주변 관계도 정리된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잡고 있던 애매하고 불필요한 것들이 내게서 떨어져 나가고 내가 하고 싶고, 더 중요한 것들에 내 에너지를 온전히 쏟을 수 있게 된다. 필력의 부족으로 정말 좋은데 더 잘 설명할 방법이 없어서 억울할 지경이다.
물론 사람마다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아예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한번 접해보고 판단해보는 게 좋다고 믿는다.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엉켜있고 답답한지 잘 알고 있다. 나도 불만과 한숨으로 지냈던 그 시절을 지나 이제는 많이 단순해졌다. 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개념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때의 나와 비슷한 상황과 생각이라면, 괜히 요즘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이 재밌어졌다면, 이 책으로 ‘미니멀 라이프’의 세계에 입문해보자!
‘날마다 미니멀 라이프’ (박미현) - 2017 완독
그래 바로 이거다! 내 삶을 정리하고 미래를 찾기 위한 방법은 바로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다!
가끔 집안을 정리해서 많은 물건들을 버리고 나서의 그 후련함을 느끼곤 했었는데 이 책의 다른 사람들의 사연들을 보고 나니 확실해졌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연령대, 그러니까 사회생활 10년, 결혼생활 5년 정도의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요즘처럼 나와 같은 피곤하고 복잡한 삶에 대한 고민이 절정일 때, 돌파구를 찾은 케이스라고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나도 바로 시작한다. 아직 와이프는 이해하지 못할 테지만, 난 정리와 버리기를 실천하겠다. 그러면서 현재에 집중하고, 소유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내 인생을 어떻게 꾸려갈지 목표와 꿈을 찾아서 실천해나가겠다. 아주 좋은 시기에 좋은 메시지를 던져준 책. 모든 책에도 때가 있는 법!
<덧붙이기> 이 책을 읽어가면서 함께 보며 공감했던 글들과 내 생각을 정리한 다른 글을 함께 공유한다.
최소한의 소비 (돈에 휩쓸리지 않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소비)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