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천재 사학자의 충격적인 역사 논문 <고구려-발해인 칭기스 칸>
어릴 적부터 옛날이야기를 좋아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진 사람들이 지금 내가 있는 공간과 장소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벌였다고 생각하며 상상하는 것이 그리도 흥미로웠다. 그런 어릴 적 호기심이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학창 시절 꿈이었던 역사 선생님은 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도 열심히 역사 관련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그 호기심을 채워 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 우리에게 전해지는 역사적 사실은 정말 얼마나 진실일까?’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일까? 모두 지금은 확인할 수 없는 과거의 이야기들일 텐데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그대로 믿으면 되는 것인가? 아마 지금 우리가 나름 ‘정설’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주류’의 역사는 나름의 과정을 통해 남아 있는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류’와 많이 다른 그 외의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의 새로운 흔적과 사실들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주장될 텐데 이런 것들은 언제쯤 우리에게 ‘주류’로 다가오는 것일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아마도) 그렇겠지만 뭔가 숨겨져 있고 우리가 믿고 있는 사실이 아닐법한 이야기에 더 흥미가 생기는 법이다. 그게 비록 정말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신화와 전설까지 가지 않더라도 그런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많이 존재했었다. 그런 주변부 이야기를 만나면 괜히 더 흥분해서 별 근거 없어 보이고 몇 줄 안 되는 내용이라도 열심히 읽으며 즐거워했었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이 책들을 만났다. 회사 도서관에서 예약해 둔 책을 찾으러 헤매던 중이었다. 가나다순으로 꼽혀 있는 책들을 하나씩 넘겨가며 찾고 있었는데 ‘고구려-발해인 칭기스 칸’이라는 제목이 눈앞을 스쳐갔다.
헛것을 본 줄 알았다. 다시 돌아와서 책 제목을 확인하니 그게 맞았다. 꺼내 들고 훑어보았다. 뭔가 굉장한 내용이 확실했고, 내 ‘주변부 역사 이야기’ 취향에 딱 맞았다. 읽는 내내 신기한 판타지를 읽는 기분으로 흥분해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역사 논문’이라고 보는 게 맞겠다. 제목에서 결론을 다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몽골 제국의 위대한 황제 ‘칭기스 칸’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하고 정확히 이 책의 주장을 이야기해보면... 고구려, 발해, 고려가 모두 한 가문의 나라이며 금나라, 원나라(몽골)도 그 뿌리가 같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구려 시조인 ‘주몽’이 이 모든 나라의 같은 할아버지라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이게 뭔 멍멍 소리냐, 국뽕에 취해도 적당해야지’라고 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읽는 내내 저 생각을 한편에 두고 읽어 내려갔다. 저자는 언어 역사학적으로 근거를 제시한다. 과거의 용어와 언어를 통해 여러 민족의 역사 문헌을 연결한다. 그렇게 고대 가문과 민족의 족보를 연결하여 위와 같은 주장을 완성한다.
이런 저자는 이력은 특이하면서도 정말 화려하다.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으로 유엔과 외무부, 유네스코에서 일을 했고 미국에서 변호사가 되어 일을 하다가 귀국했다. 귀국 후 몽골어를 배우면서 ‘몽골비사’를 접하며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고 그 후 본격적인 역사 문헌을 연구하며 이 책을 써낸 것이다. 내가 숨겨진 주변부 이야기에 관심이 있듯이 저자도 ‘몽골비사’라는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이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저자의 천재성과 풀어나가는 근거와 노력은 정말 대단하다. 저자의 주장을 책 2권으로 이어나가기 때문에 계속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따라가야 했다. 누가 봐도 이 주장이 터무니없어 보일 테지만, 그래도 그 판단의 시점을 한 번 이 책을 정독한 뒤로 미루어 보면 어떨까? 참고로 나는 저자의 논리적인 흐름을 이해했지만 이게 정말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을 읽기 전에 주장에 대한 신빙성, 가능성이 0퍼센트였다면 지금은 0퍼센트는 아니라는 정도일 것이다.
몽골족과 우리 민족이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아마도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일 것이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100퍼센트 사실일지라도 지금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 몽골 사람들과 형제처럼 지낼까? 더 가까이 있는 북한과도 이러고 있는 것을 보면 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런 상상과 이야기가 참 흥미롭지 않은가? 그 위대한 ‘칭기스 칸’의 피가 우리에게도 흐르고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고구려-발해인 칭기스 칸 1’ (전원철) - 2017 완독
정말 엽기적이면서도 신기한 역사 논문 책! 작가의 엄청난 천재성을 담은 각고의 노력이 묻어난 책! 정말 우연찮게 알게 되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들었던 책이었는데, 엄청나다. 역사란 정말 해석하기에 나름이고, 정치적인 알력도 많이 작용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만든 책.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면 '칭기스 칸의 선조는 고구려왕가이며, 더 나아가 고구려 시조인 주몽이다'라는 것. 이것을 단순한 억지 주장이 아닌, 언어 역사학적으로 문헌사료적으로 하나하나 깨알같이 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기존 역사학자들의 무지와 게으름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정말로 ‘진실'은 저 너머에 있겠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었다.
사실 저자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 무엇이 바뀌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몽골인들과 '~~ 탄'국민들과 형제처럼 인사하는 정도? 하지만 역사란 진실로 기억이 되어야 하기에 이와 같은 한 사람의 천재적이면서 엽기적인 행각(?)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2권이 마지막인 듯한데, 곧 빌려서 완독 할 예정이다.
‘고구려-발해인 칭기스 칸 2’ (전원철) - 2017 완독
정말 엽기적이면서도 신기한 역사 논문 책이라고 설명했던 그 제2권. 1권에 이어서 칭기즈칸까지의 계보를 쭈욱 고증해 내었다. 정말 그 결과는 대단했다. 하하. 금나라와 왕조와 고려 왕조, 원나라 왕조가 모두 한 선대, 고구려 주몽에서 나왔다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언어학적 증명과 세계 곳곳의 사서를 섭렵한 저자의 노력은 더 이상 논할 필요도 없이 대단하다. 개인적인 놀라움은, 왕족으로서의 후손들은 어디를 가서도 그에 걸맞은 리더의 역할을 해냈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이 글의 내용들이 진실로 밝혀질지는 모르겠지만, 이 저자의 엄청난 노력은 단순히 '국뽕'이라는 선입견이 아니라, 제대로 검증받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신기하지 않았는가? 몽골족과 우리가 닮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저 만주 벌판, 중국 쪽에 살았다는 우리의 선조들의 삶과 그 삶의 변화가 난 매우 궁금했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부분을 알게 되어 많이 안타까움도 있지만 역사란 이렇게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리고 이렇게 전승되기에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