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수업>
최근까지도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게 좋았다. 누군가 나를 칭찬해 주거나, 장점을 말해줄 때 날아갈 듯한 행복감이 있었다. 나를 알아주는 말이 뜸하면 괜히 불안하고 초조해졌다.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나? 내 장점이 사라졌나?’ 그러고 나면 괜한 헛발질과 헛손질을 하며 무언지 모를 목표를 향해 스스로를 보채곤 했었다.
돌아보면 인생에는 늘 ‘남’이 있었고 그 존재는 늘 ‘나’보다 컸다. ‘남’이 인정하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선택을 통해 ‘남’이 하는 칭찬을 먹고살았다. 늘 ‘남’의 평가에 의존하고 좌지우지되었으며 내 기분과 행복도 ‘남’의 시선과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예전과 멀리 떨어진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사회 활동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레 남이 나를 알아줄 기회와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웬일인지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이 없음에도 예전처럼 불안하거나 초조해지지 않는다. 아마 ‘남이 나를 알아주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남’이라는 존재에 이제 덜 의존하기 때문일지도.
지금 생활은 '남’이 거의 없다. 오롯이 ‘나’ 스스로 지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고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배운다. 확실하게 지금이 더 좋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내 행복감이 외부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다. 지금 생활이 인생 최초로 ‘남’을 의식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 결정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지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찾은 지금을 자평해보자면 내 ‘자존감’이 많이 단단해진 것 같다.
‘자존감’이라는 말은 모두에게 익숙한 단어다. 그러나 실제로 나를 어떻게 알아가고 사랑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디서 알려주지도 않고,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남’에 유난히 더 의존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이 ‘자존감’을 알아가기가 어렵다. (내가 특히 그랬다) 사회생활, 결혼생활을 어느 정도 하고 났을 때, 고민 많던 그 시절 읽었던 이 책은 지금의 내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존감’이란 ‘자기를 사랑하는 감정이며,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이성'이다. 단 한 문장으로 애매했던 개념을 확 와닿게 전달했다. 결국 ‘남’이 아닌 스스로를 ‘내’가 사랑하며 인생의 수많은 선택과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고 당연히 이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진다는 말이다.
누군가(그게 부모더라도)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은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미루게 되어 있다. ‘엄마가 이 학교 가라고 해서 갔는데 취직이 잘 안 된다’, ‘아빠가 이 회사 들어가라고 했는데 너무 힘들다' 다른 누군가 해주는 결정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사실 내 인생에 스스로 결정한 것이 별로 없었다. 그렇다고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남’을 의식하느라 흘러가듯이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별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 처음 스스로 결정을 내려 멈추고 나를 돌아보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깨달았다. ‘내’가 만드는 선택이 무엇이고, 그 책임을 ‘내’가 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그 과정의 어려움과 책임의 무거움을 스스로 짊어지면 나에 대한 사랑과 내 인생의 행복감도 커진다는 것을. 결국 뭐 인생이 그렇겠지만 무조건 좋은 것은 없는 모양이다.
스스로를 알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데 도대체 방법을 몰라서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을 시작하는 설명서로 활용해보자.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나’ 일 수 있지만 ‘나’에겐 최고인 ‘내’가 보장한다.
‘자존감 수업’ (윤홍균) - 2017 완독
자존감이란 무엇이고, 왜 그리고 어떻게 나를 사랑해야 하고 하는지 알려주는 좋은 책.
요즘 트렌드가 '자기' 바로 알기다. 자기에게 집중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자기를 사랑하는 그런 시대 분위기가 있고, 그런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저자의 전문 직업인 '정신과 의사'로서의 지혜가 녹아 있는 책이다. 자존감이란 자기를 사랑하는 감정이며,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는 이성이라는 것이 와닿았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하며,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어야 한다. 다른 누군가 해주는 것은 길게 보았을 때 자신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살면서 자신을 싫어해본 적은 없고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약간의 자뻑감(?)에 살아왔으니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충분한 것 같긴 한데. 지금까지 어쨌든 최종 결정을 직접 해서 여기까지 왔지만 여전히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에 어려움을 여전히 느낀다. 따라오는 막중한 책임과 커다란 후회가 두려워서다.
점점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어떤 선택도 최선은 없으며 단지 무언가를 고르는 과정이고 이에 대한 만족과 책임은 자신이 지면 된다고. 지금 고민하고 있는 앞으로의 인생도 내가 고민해서 선택해서 살아가야 한다. 잘 고민해서, 선택하고 책임을 지자. 할 수 있다.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