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빠와 육안빠
맞벌이 부부였던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소문이 있다. ‘워킹맘은 엄마들 커뮤니티에 안 끼워준대.’ 유치원을 보내고 학교를 보내면 엄마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임이 생기는 데 이때 일을 하는 엄마는 어울리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등원, 등교 후 다 같이 모여서 커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공통 관심사를 나누면서 친해지는데 일터로 나가기 바쁜 워킹맘은 낄 자리가 없다. 괜히 소외되고 따돌려지는 분위기가 우리 아이에게도 전해질까 봐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이는 전업주부였던 우리 부부의 어머니들이 다른 엄마들과 교류했던 기억도 한 몫 했다. 요즘도 분명히 이 ‘엄마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단단할 것이다. 엄마들만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이 있을 것이며 그곳에서 알짜 정보가 오고 갈 것이다. 아쉽지만 그곳에 아빠는 없을 것이다.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들도 더러 있겠지만 그런 모임 속에는 존재하기가 어렵다. 단단하게 형성되어 있는 그곳에 같은 엄마도 끼기 어려운데 아빠를 끼워 줄 리가 없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끈끈한 단결력은 아내에게 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게 할 정도로 강력하게 다가왔다. 어릴 적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엄마와 친구 엄마들의 보살핌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각도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선생님인 지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학생 부모님께 연락하는 일이 있을 때 아빠에게 하면 나오는 반응이 한결같다고 한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애 엄마에게 연락해주세요.” 심지어 맞벌이 부부인 경우에도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이, 내 아이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이런 현상을 보면 엄마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돌아가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아이를 돌보는 보육, 교육 기관에서 우선적으로 엄마에게 연락을 취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비상 연락망에는 엄마 연락처가 등록된다. 흥미롭지만 매우 당연한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한 번은 프리랜서인 남성 지인이 아이 초등학교 입학 후 학부모회에 참석했는데 역시나 아빠는 본인 혼자뿐이었다고 한다. 그 어색하고 낯선 광경은 상상만 해도 식은땀이 난다. 내가 어렸을 적 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아이를 챙기고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엄마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시대가 변해 사회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음에도 이는 그대로다. 아빠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절대 변하지 말아야 하는 천연기념물처럼 육아의 고유한 영역은 무너지지 않고 지켜지고 있다.
*엄마들 사이에 어울리지 못하는 육아하는 아빠는 어디에서 외로움을 달랠까? (책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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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