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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거기서 뭐 하는 거야?

호주 차고(Garage, 가라지) 문화

by 초록Joon

살면서 개인 주차 공간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주차장은 내게 이런 곳이었다. 늘 많은 사람이 그보다 늘 더 많은 차를 운전하며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혈투를 벌이는 곳. 자리가 있네 없네 하며 울고 웃던 치열한 노력이 가득한 현장. 이것이 주차장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였다.


그런데 이곳 호주에서 살면서 팔자에도 없었을 개인 차고(가라지)를 가지게 되었다. 내 집이지만 내 집이 아닌 집이기에 차고에서 딴짓(?)은 못하고 있다. 그저 개인 주차 공간으로 충분히 만족하면서 조심스럽게 주차해두며 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집들은 좀 다르다. (분명 다 자기 집이겠지?) 이 ‘차고’를 정말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사용하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차고 크기 종류


내가 보고 경험한 것은 모두 비슷비슷했다. 대부분 멀리서 리모컨 열쇠로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자동문으로 되어있다. (처음엔 완전 신세계!)


차를 몇 대를 댈 수 있느냐에 따라 정도로 그 폭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본 것은 2대가 최대. 아직까지 3대를 댈 수 있는 차고는 못 봤는데 부잣집을 가면 있을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이런 개인 차고뿐만 아니라 집 주변에 주차 공간이 아주 넉넉하다. 지금 내가 머무르는 이 집도(타운하우스) ‘가라지 1대 + 카포트 1대 + 집 앞 2대’ 이렇게 4대를 댈 수 있고 방문객 주차 공간은 따로 또 있다. 하우스 형태 집(단독 주택) 주변 도로도 넉넉하여 항상 편하게 주차가 되어 있다. (특히 큰 차 - 보트, 캠핑카라든지)


무엇보다도 집에 와서 주차 공간 찾으려고 주차장을 헤맬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차고 사용 유형


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다. 아래의 여러 목적들로 사용하는 것을 오며 가며 목격해왔다.


- 차를 넣자(차량 보관) : 당연히 차를 보관하는 경우가 제일 많았다.


- 신발을 넣자(신발장) : 가족이 많아 많은 신발들을 차고 한편에 정리해두는 경우도 많았다.


- 다 넣자(창고) : 애매한 것은 다 여기에 보관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냉장고가 있는 경우도 봤음)


- 빨래를 넣자(건조실) : 닫힌 공간에서 빨래를 건조하면 좀 찝찝할 것 같은데 의외로 차고에 빨래 건조기와 건조대가 있는 집들이 많았다.


- GYM을 넣자(홈 헬스장) : 집에 헬스장을 차린 형태다. 이 또한 개인적으로는 답답할 것 같지만 제대로 갖춰놓고 사는 집들이 있어서 놀랐다.


- 일을 넣자(작업실) : 남자의 공간으로 탈바꿈해놓은 곳이다. 엄청난 공구들과 육중한 박스들. 나는 절대 가지지 않을 것이다. (왜 없는 일을 늘리고 만들어 내야 하는가?)


- 사람을 넣자(방/사무실) : 아예 차고가 아닌 공간 자체를 집안으로 들인 형태이다. 차를 바깥에 대기에 충분하면 이렇게 공간을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 오락을 넣자(영화관/게임방) : 이거다 이거. 이렇게 쓰는 것은 참 옳다. (아마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설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 야외를 넣자(아웃도어 용품 보관) : 거의 모든 집이 공통적인 부분일 텐데 각종 캠핑 도구들과 자전거, 서핑보드, 킥보드 등 온갖 종류의 스포츠 용품들을 보관한다.




그럼 우리 차고는?


우리 차고는 차량 1대의 공간을 가지고 있다. (추가 3대 주차 가능 : '카포트 1대 + 집 앞 2대’)

우리는 얌전하게 차를 보관하는 스타일이다. (+신발장, 소소한 아웃도어 용품들)

필요할 경우 가끔 작업실로 변하기도 한다. (내 작업실은 아니다, 일 만들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 집 작업 콤비



가끔 ‘가라지 사커’라고 이름 붙인 운동을 아들과 즐긴다.

내가 너무 열심히 해서 그런지 요즘엔 아들이 원하지 않는다.


공을 한 번도 안 주네... 내가 너무 했구나...






나중에(?) 우리 진짜 집이 생긴다면 우리도 다양한 형태로 사용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마음 같아서는 차고는 그냥 차고로 쓰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나는 추가적인 일을 만드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로 돌아가서 일하면 바로 병원에 실려가겠는데?)



오래 살다 보니 내 집 같은 우리 집이 궁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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