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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18. 2021

집에서 공부가 가능해?

호주 초등학교 홈러닝, 홈스쿨링

한국 나이로 7살, 호주 나이로 5살인 아들은 지금 *호주 초등학교 PREP 과정에 다닌다. (작년 2020년 기록)


*호주 초등학교 PREP이 뭔가요?


벌써 반년을 다녔고 온몸으로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경험하고 배워나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학교에서 선생님의 가르침, 친구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학교에서 알아서 다 해주니 참 좋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 편히 지냈다.


내 인생처럼 역시나 2가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첫째는 이곳도 엄연히 ‘홈러닝’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부모에게 있다는 것. (물론 아주 유연하게 아이들에게 부담 주지 말고, 부모도 부담 갖지 않는 선으로) 둘째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홈스쿨링’ 기간이었다. (이것도 물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자주 쉬고 놀면서 놀이처럼 하라는 방침이 있다.)


내가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영어’가 기본이 되는 학습을 도울 수 있을까 많은 어려움을 예상했었다. (한글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겐 무거운 짐 - 한글도 잘 못함) 하지만 반년을 아들과 함께 홈러닝을 해오고, 코로나로 학교를 못 갔던 3주간의 홈스쿨링 기간을 지내면서 충분히 할만하다는 소회를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이 긍정적인 결과는 무엇보다도 우리 아들의 꾸준한 참여와 집중 덕분이었고, 그다음으로는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자료들의 친절함, 상세함, 편리함이었다. 나는 그저 훌륭한 식객과 잘 차려진 밥상 앞에서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저녁 먹기 전 약 1시간 동안 홈러닝을 한다. 더 미리 해두고 남은 시간을 계속 놀자고 권유해보았으나 당장은 놀고 싶다는 아들을 이길 수 없었다.






홈러닝 자료



홈러닝에 대한 설명과 개요인데, 그 목적이 인상적이다. ‘홈러닝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집에서 ‘보여주고 자랑하기’ 위함.’ 부모에게 ‘나 이런 것을 배워서 할 줄 알아요’라고 하며 즐기라는 것이다. 절대 제공되는 모든 것을 매일매일 숙제처럼 할 필요가 없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조금씩 하면 된다.


주차별로 어떤 것을 했고, 읽은 책들을 기록해두게 되어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책 읽기에 대해 엄청나게 엄청나게 강조를 하고 실제 교육에 활용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내 학창 시절에는 학교에서 책을 읽으라고 하거나 그런 환경을 조성한 적이 없었다. 내게 학교 도서관은 나머지 공부를 위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자주 쓰이는 단어와 글자 소리를 따로 학습한다. 몇 개 되지 않지만 이 주요한 단어와 글자들을 1년 내내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습득한다. (한국이었다면 일주일 안에 시험까지 보고 다 마쳤을 분량이다. - 난 그렇게 배웠었다.)



글씨 쓰는 법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모양들로 표현해서 재밌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게 해 두었다. 코팅된 종이에 가장 먼저 연습하는 것은 당연히 아이들의 ‘내 이름’이다! 아마 이 ‘내 이름 쓰기'도 반년 내내 계속 지속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호주 스타일의 속도에 익숙해져 간다)




홈스쿨링 자료



코로나로 홈스쿨링을 해야만 했을 때 제공받은 자료다. 기본적으로 책 읽기(리딩)을 중심으로 자료가 구성되어 있었다. 그날그날 해야 할 일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게 참 별게 아니다. <어른이 책 읽어주고, 1년 내내 한다는 주요 단어/글자 복습, 숫자 세기, 이름 쓰기, 액티비티 하며 놀기, 온라인 러닝 하기, 밖에 나가 놀기, 선행 베풀기>


실제로 자리에 앉아서 하는 학습시간은 1시간은커녕, 30분도 안 걸린다. 중간중간 아이들이 집중력이 흩어지거나 힘들어하면 간식도 먹고, 놀다가, 쉬다가 하라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다.



책 읽기를 강조하는 이들의 교육방침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자료인데 무슨 책이든 간에 읽어서 기록을 남기고, 그 책이 쌓이면 기념상을 준다. 그리고 책을 읽는 것이 끝이 아니라 읽기 전에 상상한 것, 읽으면서 궁금한 것, 읽고 나서 알게 된 것 등에 대해서 아이가 스스로 그림이든, 글씨든 뭐든 표현해서 남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덕분에 영어로 책 읽기에 대해서 아들은 두려움이 없어졌고 즐기게 되었다.


‘새로운 단어를 만나면 어떻게 하죠?’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로 물어보는 게 아니고 그림을 보고, 글자 소리를 내보고, 소리를 합쳐보고, 묶음 소리를 내보고, 그냥 넘어가도 보고, 다시 도전하고. 그래도 모르면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인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내 경우에는 모르면 바로 물어보거나 정답지를 찾았었다. 그리고 다시 바로 까먹기가 일쑤였다.)




EAL/D 자료 - English as an Additional Language or Dialect



아들의 경우에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케어를 더 받고 있다. 바로 EAL이라는 과정인데, 국제학생을 ‘영어’에 중심을 맞춰서 이끌어 주는 프로그램이다. 학교에 가지 못했을 때, EAL 선생님께서 따로 자료를 제공해주셨다.


사실 PREP 과정도 기초 단계라서 크게 다르진 않으나 보다 쉽고 재미있게 천천히 차근차근 영어와 친해질 수 있는 느낌이 더 드는 자료였다. 호주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문화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된다.




기타 자료


커다란 책에서 커다랗게 글자 써보기 / 아들이 좋아하는 온라인 학습 교재  ‘에그 리딩’을 책으로 옮긴 버전
더하기 빼기를 익히는 산수 놀이 책 /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숨은 그림 찾기 책 - 단어와 친해지고 익히기에 좋다


이것들은 홈러닝, 홈스쿨링에 대해 정보와 경험이 없을 때, 서점에서 아들과 놀이학습 목적으로 사두었던 워크북들이다. 학교를 본격 다니면서 거의 못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은 놀이처럼 같이 하고 있다.




온라인 학습 자료


정보통신이 발달해 있는 호주답게 ‘온라인 학습 자료’가 아주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도 있고, 학비에 포함된 것도 있는데 모두 충분히 만족스럽다. 즐겁게 놀이처럼, 게임처럼 할 수 있어서 아들이 좋아한다. 아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당당하게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직접 만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겠는가? 



‘선샤인 온라인’ -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쉽고 재미있게 되어 있어서 현재 아들의 ‘최애’ 자료다.



‘에그 리딩’ - 학습을 할 때마다 ‘에그(게임 속 코인)’를 모아서 코스튬도 사고 본인의 집도 꾸미고 하는 재미가 있다.



‘파닉스 히어로’ - 이름처럼 열심히 파닉스를 학습해서 악당에게 붙잡혀있는 영웅들을 구하는 내용이다. 나는 매일 붙잡힌 영웅들이 불쌍하지도 않냐고 옆에서 아들을 부추긴다.



‘매쓸레틱스’ - 수학 운동선수 정도가 되겠다. 이것도 열심히 학습하면 이런저런 보상과 포인트가 쌓인다. 아들은 문제를 풀수록 공개되는 애니메이션에 즐거워한다.






어떻게 보면 꽤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들이라서 어린아이들과 같이 해나가기가 막막할 수도 있겠다. 나도 그랬다. 뭔가 딱 맞아떨어지고 완벽한 계획이 나와야 실행할 수 있는 나인데 도대체 이걸 다 어쩌나 싶었다. 그래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욕심낼 필요 없이, 이것 저것 같이 하다 보면 적당한 선에서 흐름이 만들어진다.


물론 중요한 것은 아이와 함께하는 ‘꾸준함’이겠다. 파랑은 늘 나의 꾸준함에 놀라지만 난 정말 아무렇지 않고 당연하다. 살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매일매일 무언가 하지 않는다면 왜 우리에게 시간과 삶이 주어졌겠냐는 게 내 생각이다. 여기서 더 진지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최고의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태어나서 학교 가기 전까지 매일매일 마냥 놀던 네가, 이젠 스스로 약속한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고 함께 해주어서 정말 고마워! 그러니까 그만 미루고 도망 다니지 말자?!



호주에서 경험한 아이의 특별한 성장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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