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관념에 대하여
늦는 것을 싫어한다.
아주 많이 싫어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기억이 나는 학창 시절부터 지각은 나와는 먼 것이었다. 군대에서도 당연히 시간을 칼 같이 지켜야만 했고 대학시절에도 모임이나 미팅에도 먼저 나가 기다리는 편이었다.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서도 자의 반 타의 반 시간을 엄수하는 습관이 생겼다. 물론 이 모든 기억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조금은 왜곡된 기억일 수도 있겠다. 분명히 늦은 적이 있을 것이고, 주변에서 기억하는 나는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분명히 시간관념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시간을 지키는 것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과 같다’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유한하며 공평하고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도 동일하다. 내가 혼자 쓰는 ‘시간’도 내 삶을 채워나가는 가장 소중한 것이며 내가 함께 쓰는 남의 ‘시간’도 그들의 삶에 가장 기본적인 삶의 원천이다.
그래서 내게는 ‘시간 = 생명’이 되는 것이다.
가끔은 나 스스로도, 그리고 주변에도 조금 유난을 떠나 싶을 때가 있다. 스스로 한 시간 계획, 약속을 맞추고자 조금 무리하는 경우도 있고 남과 맺은 일정도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맞추려고 준비단계부터 괜한 조바심이 일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시간관념이 부족한 다른 이를 보면 잘 이해를 하지 못한다.
나와 함께 하는 시간에 늦는 사람을 보면 그 첫인상의 99%가 부정적으로 시작하는 편이다.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본인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며, 남을 대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배려가 없으리라는 것이 내 오래된 편견과 선입관이다.
내기 이리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었을까? 부모님의 영향일까? 어려서부터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고 몸소 솔선수범하시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싶기는 하다.
또 다른 내 특징인 계획을 좋아하는 '계획 쟁이'라서? 계획을 세우는데 빠지지 않는 것이 시간인데... 정해진 계획을 지키려다 보니 시간에 철저해진 것일까? 계획을 세우는데 99% 힘을 빼고 지키는데 1% 미만을 노력하는데... 이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 같다.
아마 최근에 형성된 내 시간관념에 영향을 준 생각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재원이다
이는 반박할 수 없는 진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공정, 불공평이 만연하는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공평한 ‘시간’은 지금도 나중에도 변하지 않을 소중한 내 것이다. 이 ‘시간’을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허투루 쓰면서 세상을 비난하고 신세를 탓하는 것은 정말 틀린 것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이 삶을 알차고 바르게 그리고 행복하게 채워나가는 시작이다.
물론 이런 ‘이상적인 시간관념’은 말 그대로 이상적이기 때문에 곧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럴 경우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주변은 변하지 않는 잣대를 들이대며 판단한다. 내로남불이 따로 없다.
이에 대한 주 피해자가 아마 내 와이프, 파랑일 것이다. 내가 시간이 급하면 타이트하게 시간을 잡으며 재촉하고 내가 시간이 느긋하면 한 없이 루즈하게 늘리며 미룬다. 시간 올림, 내림을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아들에게 ‘시간관념’은 너무 먼 이야기인 것 같아서 시작도 안 하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 맞닥뜨릴 이 녀석과의 ‘시간’ 이야기는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변할 거라 믿는다)
스스로 ‘시간’에 대해 너무 엄격한 것 같아서 반대로 생각하려고 노력도 한다. 시간관념을 잊는 시간인 여유로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참 이게 잘 되진 않는다. 그 여유로운 시간은 얼마나 가질 것이며 또 시계를 보며 시간 계획을 짜게 된다. 아마 이렇게 살다 가려나 싶다. 아니면 나중에 더 나이가 들면 변하려나?
그래도 지금의 내 생각이 맞다고 믿는다.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항상 ‘시간’을 생각하며 지내야 한다고 그리고 가급적이면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고.
오늘도 주어진 시간을 감사하며 잘 써보자!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허전하고 답답하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를 채우는 새벽을 좋아한다. 고요하지만 굳센 글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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