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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Jun 09. 2020

나는 지금 친구가 없다

먼 타지에 있으니 쉽게 만나게 되는 인연들

‘친구’라는 사이는 어떤 사이일까? 단어의 의미로는 '가깝게 오래 사귄 사이의 사람’인데 어느 정도 가깝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일까? 아마 이는 개개인 별로 다를 것이다.


내 기준으로는 ‘학창 시절을 함께 놀면서 보낸 사람들’을 친구로 여기고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놀면서’이다)'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내겐 이런 친구들이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가까운 사이들이 있긴 하다. 제일 가까운 입사 동기들이 있고, 고만고만하게 지낸 같은 팀 동료들, 그리고 가까운 선후배들이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직장에서의 인연을 쉽게 ‘친구’라고 부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식으로 따지자면 이 먼 곳 호주에서는 내겐 친구가 없다.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가까운 친구들 중 호주에 살고 있는 녀석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결혼한 후부터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조금씩 뜸해진다. 직장생활도 강화되고, 배우자가 있기 때문에 마음껏 만날 수 없는 없이 당연한 순리이다. 아이가 생기고 나면 더욱 힘들어진다. 사실상 특별한 일이 없으면 1년에 한 번 얼굴 보는 것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


지금 나와 내 친구들이 딱 그때이다. 결혼을 한 뒤, 한창 어린아이들을 길러내고 있을 시기. 직장에서는 중간에서 위아래로 치이고 가정에서는 아이를 보느라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몇 년간 친구들을 제대로 만나서 놀아본 기억이 많지 않다. 주말은 가정에 충실해야 하므로 어렵고 주중에 직장에서 겨우 빠져나와 2~3시간 만난 뒤 다음날을 위해 빠르게 헤어지기 십상이다. 심지어 지방 출신인 나는 초등/중/고 친구들이 고향에 있기 때문에 주중에 만날 수도 없다. 고향에 가는 주말에도 부모님을 뵙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친구들에겐 연락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이 곳 호주에 있는 동안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한 친구들과 만나고 있다. 벌써 3번이나 만났고, 가족 전체가 오기도 했다. 그 기간도 심지어 1박, 일주일 이렇게 내 집에서 묵으며 즐거운 시간을 오래 보내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한국에서 바로 근처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지 못하고 몇 년을 보내기도 했는데 비행기로 10시간, 추가로 차로 몇 시간씩 걸리는 이곳 호주에서 내가 이곳에 와 있으니 이런저런 이유들로 내게 찾아와 만나 지고 있다.


먼 타지에서 친구를 만나는 맛이란 정말 일품이다. 공자님 말씀이 절로 떠오른다.


'멀리서 친구가 나를 찾아오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헤어지고 나면 그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 조차도 쌉쌀하니 나쁘지 않다.






나를 아는 누군가는 이곳에서 친구가 없어서 심심하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오히려 이곳에서 친구를 더 많이 만나게 되니 그럴 일이 없다. 호주에서 난 산불로, 코로나로 인해 걱정하는 연락도 더 많이 받고 있다. 먼 타지에 있으니 더 많이 소식을 주고받고 더 쉽게 만나게 되니 참...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져야 가능하겠지만 이곳에 있는 동안 또 어떤 친구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미리 연락 준 친구들도, 고민하고 있는 친구들도 모두 모두 대환영이다.


지금 내게 ‘친구’란...

먼 타지에 있으니 쉽게 만나게 되는 인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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