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나의 시간속에 존재하는
요즘은 아들을 두 번씩 바라보는 기분이다. 지금 모습을 눈에 담고 있으면 어느새 아기 때 모습이 함께 둥실 떠오른다. 구분이 없었던 시간을 지나서 확실한 차이를 느끼고 있다. 어느 날은 간밤에 어린 아들이 나오는 꿈을 꾸었다. 지금과 확연히 다른 그때로 돌아간 장면이 생경했다. 현실로 다시 돌아와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커가고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가라앉기도 했다. 아들 얼굴을 보면서 어린 아기를 기억하는 시간들이 점점 옅어진다.
아들의 첫 운동회가 있었다. 내게 남은 운동회의 추억은 가족 모두가 출동해서 나를 구경해주는 잔칫날에 가까웠다. 아들의 처음도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나와 파랑은 마실 것과 접이식 의자를 챙겼다. 학교 안으로 들어서니 축제 분위기가 넘실댔다. 날이 좋았고 햇살이 따스했다. 우리는 초록 풀밭에 자리를 잡고 즐겼다. 우릴 발견한 아들은 반기며 쑥스러워했다. 친구들과 달리고 웃고 떠드는 아들은 보기 좋았다. 자신의 세계에 여유 있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자유로웠다.
그날 아침부터 아들은 신나 하며 일어났다. '드디어 파더스 데이야, 아빠!'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나를 위한 선물을 모두 가지고 달려왔다.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그 정성이 하나하나 가득했다. 아들을 무릎에 앉히고 하나씩 들여다보며 고마움을 전했다. 괜히 파랑이 부러워한 게 아니었다. 고민과 기대를 꾹꾹 눌러 담은 선물들에는 아들이 담겨있었다. 따스한 기운으로 그날을 가득 채워준 하루의 시작이었다.
이런 날들을 겪고 나서 아들을 보면 더욱 그랬다. 아기가 아닌 모습에 놀라며 지금을 다시 살펴본다. 아이가 자란다. 옆에서 매일 보고 있어도 이를 모두 느끼지 못한다. 쑥쑥 커가는 아들은 보며 기뻐하다가도 멈칫거린다. 아쉬워할까 싶은 순간엔 애를 써서 나를 돌려놓는다. 우리 인연의 도화지에 놀라움과 감사함으로 색을 칠한다. 아쉬움보다는 그게 더 어울리는 기분이 든다.
1. 지각생 탈출?
아들은 자타공인 지각생이다. 항상 교실 문이 닫히면 도착한다. 지난번엔 우연한 실수로 제시간에 도착했다. 교실 밖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놀라며 외쳤다. '와~ 준이다~~.' 1년 내내 그 시간에 등장한 적이 없었으니 그럴만했다. 하루를 그러더니 다음날도 일찍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며칠을 일찍 가면서 아침에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즐겼다.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으려나?
2. 첫 여자 친구의 초대
정말 오랜만에 생일 초대장을 받아왔다. 변동 많은 코로나 상황으로 올해는 생일 파티가 거의 없었다. 분홍빛의 아기자기한 초대장은 아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친한 여자 친구로부터 였다. 당연히 갈 줄 알았던 아들은 곤란해했다. 초대받은 남자 친구는 자기랑 다른 친구 한 명인데 그 친구랑 안 친해서란다. 파랑이 안 가고 싶다는 아들에게 생각해볼 시간을 줬다. 며칠 뒤에 모른 척 내가 물어보니 아직 생각 중이라고 했다. 흠... 원래 10분 이상의 고민은 의미가 없는 건데 차마 아들에겐 전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확정된 대답을 내놓을 테니 기다려보자.
오늘은 다시 월요일, 뜻깊은 방학 전 마지막 주의 시작이다. 다시 돌아올 방학을 즐기기 위해 이번 한 주도 행복한 시간 되기를 바란다. 아빤 네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모두 좋단다. 너를 위한 나를 위한 우리의 지금 이 시간들이 다 좋다. 맨날 너무 좋다 좋다만 남발하긴 하는데 정말 그렇다. 안 좋을 이유가 없다. 나의 시간이 그러하듯 너의 시간도 그렇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