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을 섞어서 만나면 단번에 구분할 수 있을까? 난 정확히 왜 그런지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느 나라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틀리기도 하지만 맞는 경우도 많다. 어떤 부분에서 그 나라 사람이라고 생각했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그 이유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대충 이러이러한 느낌으로 감이 왔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아마 나와 비슷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질문을 바꿔보자. 만약 아시아에 살지 않는 사람, 흔히 이야기하는 눈 파랗고 머리가 노란 유럽에 사는 사람에게 한중일 사람을 랜덤으로 보여주고 맞추라고 한다면? 그들의 대답의 기준은 우리와는 다를 것이다. 인구 숫자와 경제 성장 순위를 조합해서 만날 확률이 높은대로 답이 순서대로 나올 것이다. 처음은 중국인, 다음은 일본인, 마지막은 한국인 순서로 말이다. 실제로 내가 이곳 호주에서 듣는 말이 이렇다. '중국인이지? 아니야? 그럼 일본인? 뭐? 한국인? 전혀 몰랐네.' 그동안 보아왔던 아시아인도 이 순서대로 많이 보아왔을 테다. 우리가 가진 '그 어떤 감이나 느낌'을 아무래도 그들은 가지지 못하는 듯하다. 아시아 국가별 미묘한 특징을 잡아내서 구분하는 건 다른 대륙 사람에겐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 같다.
이는 반대로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우리가 독일, 프랑스, 영국 사람들을 구분하는 것도 비슷하게 어렵지 않을까? 뭐 그래도 이는 다음 질문에 비하면 나을 수도 있다. 이 세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나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실과는 다르고 만들어진 환상일지라도 - 먼 나라 이웃나라 때문?) 그렇다면 고난도로 올라가 보자.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 사람을 데려온다면? 이름은 많이 들어서 알지만 직접 가보고 접하기 어려운 그곳. 바로 상당히 거리가 있는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말이다. 여기에 이웃나라 덴마크와 아이슬란드가 추가된다면? 나 같은 경우에는 지리적 차이 말고는 아무 특징을 모른다.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3국의 오른쪽 가운데 왼쪽 순서가 지금도 헷갈린다. 그들의 국기 모양과 색깔의 차이도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과 선수들 이름을 각각 더 많이 알고 있을 정도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면, 이만큼이나 우리에게 아주 멀고도 먼 북유럽 국가들에 대해 단숨에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에 놀랐다.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전체적인 맥락의 이해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그 사람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이 나라들의 각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구분이 전혀 안될 것 같은 이 다섯 나라를 작가 나름의 통찰력으로 구분해내고 있다.
책을 덮고 나서 당연하지만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무언가, 어떤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었다. 우리가 첫인상으로 거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게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그 수많은 순간순간들이 쌓이고 쌓인 한 사람의 지금을 찰나에 불과한 짧은 스쳐감으로 알 수 있을까? 하물며 사람이 그럴지인데 한 민족, 국가, 문화를 일부 단편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린 바쁘다. 바빠서 더 이상의 시간을 낼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가진 내 인상과 판단이 전부가 아니고 진실이 아닐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어떤 것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도 모두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절대 답이 아니라는 것을.
북유럽에 대한 호기심이 있거나, 북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어쩌면 수박 겉핥기식의 각 나라 공식 소개자료만 들여다보는 것보단 이 책으로 감을 잡는 게 훨씬 나을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이야기도 그저 한 사람에 불과한 작가의 시선일 뿐임을 놓치지 않으면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 2018 완독
거의 다 비슷비슷한 나라로만 보였던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에 대해서 그들의 역사, 문화 배경을 통해 구별할 수 있게 해 준 책. 저자의 통찰력과 필력에 감탄함. 솔직히 중간중간의 억지 농담은 좀 어려웠음. 언젠가 여행을 가보고는 싶은데 저자의 이야기처럼 너무 지루할 까 봐 걱정된다. 저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솔직함이 담겼다.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