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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Feb 19. 2022

결국 우린 모두 마케터

<마케터의 일>

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다양한 업무와 역할을 맡아왔다. 상품과 서비스가 바뀌고 시장과 고객이 계속 바뀌었다. 내 이름 뒤에 붙는 호칭도 ‘매니저’에서 ‘님’으로 변했다. 강렬하게 남아있는 건 역시 첫 경험이다. 입사 후 특정 지역을 담당하는 '마케팅팀’에 배정되었다. 그곳에서는 서로를 ‘마케터’라고 불렀다. 자연스럽게 나도 ‘마케터’가 되었다. 입사 면접 질문이었던 '마케팅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비전공자라서 하나도 모르지만 배워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한 게 즉각 반영되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 팀이 변하고 일이 변해도 늘 ‘마케터’가 제 옷처럼 익숙했다.


'마케터’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사전이나 책에 있는 설명 말고 그냥 그 말이 주는 느낌이 어떤가? 떠오르는 대로 이야기해보자면 무언가 ‘정해진 시장(마켓)에 정해진 것(상품, 서비스)을 잘 팔리게 하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모든 영역에서 한계 없이 무엇이든 하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도대체 어디까지가 내 일 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필요한 일이라면 다했다. 이런 10년의 경험이 남긴 건 이 한 줄이다. ‘남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렵고, 그중에서도 남이 무엇을 사게끔 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세상의 어려운 일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을 늘 해내야 하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자 목표’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직장인 모두 마케터가 아닌가 싶다. 대하는 고객이 꼭 시장에 나와있는 일반 대중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이를테면 기업 간 거래(B2B)를 위해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직장인도 엄연히 마케터다. 또한 꼭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팔 지 않더라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결국 ‘내가 하는 일’을 남에게 팔아야 한다. 직속 상사에게 그래야 하며 동료, 선배, 후배, 협력 팀에게 그래야 한다. 그런 탓인지 회사 내부 용어에 마케팅 용어가 많이 쓰인다. 


- ‘원활한 내부 협력을 위해 우리 팀 일을 다른 조직에 <세일즈> 잘해야 한다.’ (=내부 영업)
- ‘내일 상무님에게 <셀링>이 잘 되어야 할 텐데...’ (=보고)
- ‘오늘 아침에 <바잉> 되었어!’ (=승인)


내가 하는 일을 남이 알아주고 그것에 동하여 기꺼이 자신의 무언가(관심, 지지, 비용, 인력)를 내놓는 작업이 반복되는 것이 회사다. 서로가 고객이 되며 서로에게 마케팅을 하면서 모두 마케터로 지낸다.




이렇게 ‘마케터’로 치열하게 지내다가 회사를 떠나 오래 쉬고 있는 지금도 역할이 많이 변하지 않은 느낌이다. 현재의 휴직 생활을 위해 가족과 주변에 설득까지는 아니어도 가진 생각을 잘 전해야 했고 그러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중간 점검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직도 진행 중인 내가 가진 ‘마케터’로서의 일이다.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내 생각을 남들에게 팔고 있었다. 회사 밖에서도 이런 것을 보니 어쩌면 우리 모두를 ‘마케터’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모두 ‘우리 삶의 마케터'다. 주변에 우리 스스로를 팔며 산다. 파는 대상이 꼭 남일 필요는 없다. 제일 중요한 고객은 나 스스로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내가 나를 이해하고 설득하지 못한다면 힘차게 나아갈 수가 없다. 우리는 최소한 ‘나에게 나를 팔아'야 한다. 이것이 성공해야만 내가 움직일 수 있다.


이 책은 ‘직업으로서의 마케터’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업종이나 역할과 관계없이 직장인으로서 읽어보면 무조건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그땐 몰랐는데 회사를 떠나 지금 다시 돌아보니 직장인이 아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모두 적용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늘 ‘마케터’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일 우린 ‘나에게 나를 팔며' 살아간다. 잘 안 팔리면 고민이 시작되고 그 고민 끝에는 나만의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하루 나아간다. 죽는 날까지 계속될 이 활동에 큰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이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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