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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Apr 21. 2022

그렇게 학부모가 된다

취학 유예 신청

동갑 친구 중에서도 유독 어른스러워 보이는 녀석들이 있다. 학창 시절부터 미리 많이 성숙해 있어서 마치 나와는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친구 말이다. 이제는 모두 어른이 되어버린 친구들 중에서도 여전히 그런 '레벨이 달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학부모가 되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을 때다. 어린이집, 유치원도 아니고 애를 벌써 학교에 보내다니!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입이 떡 벌어질 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아기가 아닌 어린이로서 제대로 키우는 느낌을 상상도 못 했다.


작년이 시작되면서 어느덧 내게도 그럴 시기가 와버렸다. 아들이 한국 나이로 8살이 된 것이다. 다들 그렇겠지만 내 아이를 보면 절대 그럴만한 어린이가 아니다. 아직도 그냥 아기다. 아마 자식은 부모에게 평생 아기라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그렇게 아기 같은 아들을 보면서 어쨌든 초등학교 1학년이 될 나이인가 보다 하고 별 실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준영이 아버님~ 예비소집일에 안 오셨네요? 연락 주세요!

으잉? 이게 뭐지? 초대를 받지 못했으니 못 갔지요...


학부모로서 불린 첫 '아버님'



아마도 취학통지서가 살던 집으로 우편 발송되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온라인으로도 연락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편리한 방식 칭찬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학부모로서 처음으로 전화를 걸었다.(그것도 무려 국제전화!) 친절하신 담당자님은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는 이메일 주소를 받아갔다. 며칠 뒤 작성하고 준비해야 할 여러 가지 문서와 자료가 첨부된 메일이 도착했다. 처음에는 '뭐가 이렇게 많아?' 했지만 차근차근 살펴보니 반나절이면 뚝딱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제출 서류


1. 취학(면제, 유예) 신청서

2.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

3. 행정정보 공동이용 사전동의서

4. 학교 밖 청소년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청소년, 법정대리인 각 1부)



증빙 자료


5. 여권 사본

6. 파견 증명서류 또는 재직증명서(해외지사)

7. 재학증명서

8. 주민등록등본

9. 출입국 사실증명서


여권사본은 나와 아들 것으로, 파견 또는 재직 증명서류는 와이프의 대학교 관련 서류로, 재학증명서는 아들의 올해 호주 초등학교 입학 등록금 인보이스로 준비했다.


이제 남은 숙제는 '주민등록등본'과 '출입국 사실증명서'였다. 온라인으로 신청 및 발급이 가능한 것은 알고 있었으나 출력이 문제였다. 개인 프린터가 있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우리 집엔 없다. 조금 더 방법을 찾아보았다. 역시나 길이 있었다! <정부24>라는 App으로 모두 가능했다. 모바일로 신청 및 발급이 가능했고 '전자문서지갑'이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출력된 문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문서지갑 - 발급받은 증명서에 본인만이 접근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기 정보 저장소)


칭찬하는 <정부24> App



줌 화상 회의


서류와 증빙 자료를 보내고 난 며칠 뒤에 담당자분께 회신이 왔다. 자료는 문제없고,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상으로 확인을 해야 한다고. 곧 우리 세 가족과 학교 담당자분과 영상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친절한 안내 덕분에 잘 마무리되었다. 이런 화상 확인은 나중에 다시 정기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취학 유예 vs 면제


해외에서 직장을 얻었다는 증빙(파견 또는 재직)을 하면 취학 면제 신청도 가능하다고 한다. 면제 처리 후에는 추가적인 정기 확인 절차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해당 사항이 없기에 취학 유예를 신청했다. 남은 휴직 기간 동안에는 앞으로도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멀리서 난생처음 초등학교 학부모로서 겪은 일을 잘 마무리했다. 문득 코로나로 인해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여러 곳의 아이들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곳 호주도 여전히 긴장 상태의 연속이며 여러 가지 제한과 제약이 많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반 친구가 확진이 되기도 하고, 학교 직원분이 걸리기도 하며 비상 상황이 수시로 전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아들이 학교에서 마스크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하다. 어려움 가운데서도 학교로 매일 향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당연하게만 여기던 것들에 좀 더 소중함을 느끼려는 나는 아이를 학교를 보내면서 좀 더 어른스러워졌으려나.



* 아빠로서 아들을 기록하는 글을 쓰고 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아빠가 이런 육아 일기를 쓸 수 있냐고요. 부럽고 신기하다고요.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전혀 관심 없던 전과 달라진 건 사실입니다. 그 변화의 일대기는 제 책 <아빠 육아 업데이트>에 담겨있습니다. 변화를 원하신다면 권해봅니다. 또 누가 변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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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가 쓴 책이 나왔습니다. 애만 만들고 아빠인 척하던 제가 변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닌 척 모른 척했지만 저도 그저 엄마가 애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함께하는 육아가 당연해지는 날을 꿈 꿉니다. 책 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인세 수익은 모두 필요한 아이들에게 기부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오로지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서 세상이 변하길 바랍니다. 아이가 있거나 아직 없거나 다 컸거나 심지어 없을 예정이어도 읽으면 좋습니다. 엄마 아빠가 함께하는 육아를 아이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이해해야만 바뀌기 때문입니다.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필요한 분들에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순간을 나눌 수 있어서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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